양대노총, '회계 공시' 공개…윤석열정부 노동개혁 탄력받나

강지은 기자 2023. 10. 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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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한국노총 이어 노조 회계 공시 수용키로
조합비 세액공제 제외 등 조합원 불이익 고려 조치
고용장관 "노동개혁 성과 나타나" 근로시간 등 속도
양대노총, 헌법소원 청구 돌입…내달 대규모 집회도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회계공시 제도 시행’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10.05.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정부의 노동조합 회계 공시 요구를 '노조 탄압'으로 규정하며 반발해온 양대노총이 이를 수용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및 소득세법 시행령'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결과, 정부가 요구한 노조 회계 공시를 수용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그간 노조 회계 공시와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연계하는 내용의 노조법 및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노조 탄압'이라며 반발해 왔는데,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회계 공시에 응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이다.

이는 전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회계 공시와 관련해 수용 입장을 밝힌 것과 같은 결정이다.

이로써 한국노총에 이어 민주노총까지 양대노총 모두 정부의 회계 공시 요구에 동참하게 됐다. 양대노총이 노조의 결산 결과를 조합원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에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대노총이 정부의 노조 회계 공시 요구에 반발하다가 수용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 제외 등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총연맹이 회계 결산 결과를 공시하지 않을 시 발생할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 제외 등 조합원 피해가 없도록 하기 위해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에 결산 결과를 등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노조를 믿고 민주노총의 방침과 결정에 따라 투쟁해온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기 위함"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고용노동부가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이달 1일부터 시행 중인 개정 노조법 등 시행령은 노조가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https://labor.moel.go.kr/pap)에 결산 결과를 공표해야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시 대상은 조합원 수 1000명 이상인 노조와 산하 조직이다. 11월30일까지 2022년도 결산 결과를 시스템에 공시해야 조합원이 내년 1월 연말정산 때 15%의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해당 노조와 산하 조직이 공시해도 상급 단체와 산별 노조가 공시하지 않으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하면서 사실상 양대노총 등 총연맹이 공시하지 않으면 조합원들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일부 단위 노조가 회계 공시에 참여하면서 '단일대오'가 흐트러진 점도 양대노총의 회계 공시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고용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공시 시스템에 결산 결과를 공표한 노조는 36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한국노총 소속은 12곳, 민주노총 소속은 2곳이다. 산하 조직의 이탈 현상이 잇따르면서 총연맹 차원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양대노총이 노조 회계 공시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일각에선 정부의 노동개혁 성과가 첫 단추를 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올해 초 노조 회계 자료 제출 요구와 현장 조사, 과태료 부과에 이어 노조 회계 공시 및 조합비 세액공제 연계를 추진하는 등 노동개혁 과제 중에서도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에 가장 속도를 내왔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회계공시 제도 시행’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10.05. kmx1105@newsis.com

이정식 고용부 장관도 이날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이 장관은 "노사 관계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동개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양대노총 참여를 통해 노조의 투명한 회계 공시가 확산되면 조합원과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노조의 민주성과 자주성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노조 회계 공시가 일부 성과를 거두면서 정부는 이를 발판 삼아 현재 추진 중인 다른 노동개혁 과제에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장 고용부는 다음달 초 이른바 '주 최대 69시간' 논란으로 역풍을 맞은 뒤 보완 중인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과 관련, 그 밑바탕이 될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보완된 근로시간 개편안은 설문조사 결과 이후 발표될 전망이다.

노동개혁 과제 중 하나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임금격차 해소 방안도 연내 마련될지 주목된다.

현재 전문가 및 정부 관계부처 등으로 구성된 '상생임금위원회'가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이 장관은 "11월 중에는 상생위가 권고안을 마련하고, 정부는 이를 반영해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현재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심의위원회와 최저임금위원회 등 고용부 소관 정부위원회에서 근로자위원 추천 요건을 바꿔 양대노총 독점을 배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지난 7월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퇴진 7.15 범국민대회’에서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시민사회단체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7.15.suncho21@newsis.com

그러나 양대노총은 이번 회계 공시 수용과 별개로 노조 통제를 위한 시행령 규탄 투쟁은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어서 노동개혁 추진 과정에 일부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민주노총은 "우리는 부당한 노조법 및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세액공제와 무관한 운영자료 등 노조 활동에 대한 개입과 간섭에 대해서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노총도 전날 상급 단체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산하 조직도 세액공제 혜택에서 제외되는 방식을 사실상 '연좌제'로 규정하고, 2주간 청구인단을 모집해 헌법소원 심판 청구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양대노총은 특히 다음달 11일 개최하는 대규모 노동자 집회에서 노조 회계 공시를 비롯한 정부의 노동개혁을 강력 규탄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민주노총 20만명, 한국노총 10만명 등 총 30만명이 집결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하반기 예상되는 정부의 노동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강력한 투쟁으로 정부의 정책 전환을 강제할 것"이라며 "2023년 전국노동자대회를 최대 규모로 성사시키고, 정권에 맞서 각계각층과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노조 회계 투명성을 명분 삼아 노조를 부패 세력으로 몰아 반사 이익을 취하고, 각종 정부위원회에서 노동운동 개입을 차단하는 등 탄압과 배제로 일관하는 정부의 노동말살 정책에 맞선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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