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려난 인질 “상상할 수 없던 악몽…가자지구에선 잘 해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인질로 붙잡혔다가 약 2주 만에 풀려난 이스라엘 여성이 가자지구에서의 자신의 경험에 대해 언론에 털어놨다.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요체베드 리프시츠(85)는 석방 다음날인 24일(현지시간) 입원 중인 텔아이브의 병원 앞에서 휠체어에 탄 채 기자들과 만나 “가자지구에 끌려가면서 구타를 당했다”면서도 “억류된 기간 동안은 좋은 대우를 받았다”고 밝혔다.
리프시츠는 전날 하마스가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석방한 이스라엘인 인질 두 명 중 한 명이다. 지난 7일 약 220명의 인질이 하마스에 끌려갔으며, 그들은 아직까지 가자지구에 억류돼있다.
그는 기운이 없는지 들릴락 말락한 목소리로 “나는 지옥에 갔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 했다”고 납치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는 “그들은 나를 오토바이에 태워 끌고 갔다”면서 “이동 중에 막대기로 갈비뼈를 때려 숨쉬기 어렵게 했다”고 말했다. 또 하마스 대원들이 자신의 시계와 보석을 훔쳐갔다고 전했다.
리프시츠는 “그들은 우리 집을 공격했다”면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살해하고 납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악몽”이라고 묘사하면서 “그날의 기억이 계속 머릿속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마스 대원들은 그를 데리고 들판을 지나 가자지구 안에 도착하자, 터널까지 걷도록 강요했다. 그는 “터널로 들어가 젖은 땅을 수 킬로미터 걸었다”면서 “거대한 터널이었다. 마치 거미줄 같았다”고 부연했다. 터널을 통과하자 약 25명의 인질이 모여있는 큰 홀에 도착했고, 2~3시간 후 그를 포함한 인질 4명은 별도의 방으로 끌려갔다.
그는 그러나 가자지구에 도착한 뒤에는 하마스 대원들이 친절하게 대해줬다면서, 의사가 매일 와서 인질들을 진찰하고 필요에 따라 약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하마스는 인질마다 보안요원을 배정했는데, 보안요원들은 인질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리프시츠는 하마스 대원들이 먹는 것과 똑같은 피타(이스트를 넣지 않고 만든 둥근 모양의 납작한 빵)와 치즈, 오이 등을 식사로 제공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마스 대원들이 매일 화장실 청소를 직접해줬다면서 “그들은 위생에 매우 관심이 많았고, 감염병이 발병할까 봐 걱정했다”고 전했다.
리프시츠는 이스라엘 당국과 군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이스라엘군과 정보기관인 신베트가 하마스의 계획을 파악하지 못해 우리가 크게 상처를 입었다. 우리는 희생양”이라면서 “키부츠 들판을 불태우기 위해 가스 풍선이 장벽 넘어 날아오는 등 전조가 있었다. 그리고 안식일 아침 (하마스) 무리가 쳐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무장 세력의 접근을 막기 위한 값비싼 보안 울타리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리프시츠는 남편과 함께 수년간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의 병원 치료를 도와온 평화운동가다. 그의 남편은 아직도 가자지구에 감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프시츠의 딸은 어머니의 석방에 대해 “기쁘다”면서도 아버지를 비롯한 다른 인질들이 아직 억류돼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엄마와 함께 끌려간 다른 인질들도 모두 무사히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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