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부분까지? 손흥민, 캡틴의 품격 "교체될 때 지은 표정, 후회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이번에도 중도 교체였다. 득점왕 경쟁 페이스를 고려하면 참 아쉬운 마감이었다. 승부욕이 넘치는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라 아무래도 벤치로 향하는 발걸음이 답답했던 모양이다.
손흥민이 교체되어 나올 때 지었던 표정을 후회했다. 24일(한국시간) 홈구장인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풀럼과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에서 1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쳤다. 경기력이 괜찮았기에 풀타임을 기대했으나 여지없이 종료 10분을 남기고 빠져나와야 했다.
요즘 손흥민은 체력과 몸상태를 고려해 90분을 온전히 뛰지 않는다. 앙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시즌 탈장 여파로 고생하고 A매치를 다녀오며 피로도가 올라간 손흥민의 컨디션을 최고조로 유지하기 위해 안배에 최선을 다한다. 최상의 손흥민을 활용하려는 뜻이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풀타임을 부여받지 못하는데 아쉬울 수도 있다.
손흥민의 표정이 조금 차가웠던 모양이다. 풀럼전이 끝나고 '스퍼스 플레이'와 인터뷰에서 아무도 느끼지 못했던 표정에 대해 손흥민 스스로 잘못을 언급했다. 그는 "선수 입장에서 항상 그라운드에 있고 싶다. 교체될 때는 약간의 좌절감을 느낀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나올 선수들을 생각했을 때 오히려 기쁘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투입되는 선수들은 열심히 뛸 것이기 때문"이라며 "지금 생각하니 후회가 된다. 그들에게도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조금 밝게 나가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라고 성숙한 입장을 밝혔다.
손흥민이라 뒤에서 대기하거나 어린 선수들을 배려하지 대체로 교체될 경우에는 물병을 찬다거나 감독에게 강하게 불만을 표한다. 대표팀을 통해 오랫동안 리더를 경험한 덕에 손흥민이 토트넘에서도 주장의 품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손흥민은 올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의 새로운 주장이 됐다. 손흥민은 선수단 사이에서 대표적인 인싸로 알려져있다. 선수단 훈련 장면에서 늘 동료와 어깨동무를 하거나 장난을 치며 친근감을 표한다. 항상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손흥민은 새로 합류한 선수들과 단기간에 친해지는 능력으로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이를 유심히 살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에게 주장 완장을 맡기며 "라커룸에서 모두의 존경을 받고 있다. 한국 대표팀에서도 주장이며 토트넘에서 이룬 성취를 모두 고려했다"고 말했다.
리더가 된 손흥민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지난달 프리미어리그 4경기에서 6골을 터뜨려 이달의 선수상을 받았던 손흥민은 지금도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풀럼전도 손흥민의 득점력이 폭발했다. 다시 한번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선 손흥민은 전반 36분 균형을 깨는 선제 결승골을 뽑아냈다. 미키 판 더 펜이 상대 패스를 가로챘고, 히샤를리송을 거쳐 문전에 있던 손흥민에게 연결됐다. 손흥민은 침착하게 수비 한 명을 따돌린 뒤 오른발로 감아차 골망을 흔들었다.
프리미어리그 통산 110번째 득점이었다. 이 골로 라이언 긱스(109골)를 제치고 에밀 헤스키와 함께 프리미어리그 최다 득점 공동 26위로 올라섰다. 올 시즌 리그 득점도 7골로 늘려 공동 2위로 득점왕 경쟁을 이어갔다.
손흥민은 후반에 이타적으로 변했다. 후반 9분 첫 골과 비슷하게 상대 패스를 차단하고 상대 진영에서 볼을 잡았다. 손흥민의 킥력이면 멀티골을 기대할 순간이었는데 이번에는 문전 침투하는 제임스 매디슨에게 패스했다. 매디슨이 성공하면서 도움을 기록했고 둘은 다트 세리머니로 호흡을 과시했다.
승기가 굳어지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을 불러들였다. 이때 살짝 아쉬움이 묻어났지만 손흥민은 이내 동료들을 떠올렸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로 어찌보면 자잘한 표정까지 수정할 것을 밝히면서 이상적인 리더의 모습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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