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잇고 맺는 손끝의 미학…망수 명인 임지은

KBS 지역국 2023. 10. 2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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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다회틀로 한 올 한 올 명주실을 합사하고, 다시 한 땀 한 땀 연결하고 맺기를 반복해 망수가 만들어집니다.

["이걸 알려야 되는 의무감을 느꼈거든요. 그래서 하게 되었고 그 후 지금까지 이어왔지만 전통은 사라져서는 안 됩니다."]

명인의 고집스런 손끝에서 궁중공예의 품격, 망수가 되살아납니다.

창원의 한 공방.

왕의 권위와 뒤태를 책임지던 후수가 눈길을 끕니다.

정식 명칭은 은수.

잘 안 보이는 예복 뒷면을 장식하기 때문에 전해오는 사료도 드뭅니다.

[임지은/망수 명인 : "이렇게 뒷모습에 묶어주는 거예요. 뒤 '후' 자를 써서 뒤태를 아름답게 하는 게 후수입니다. 일반적인 당상관의 후수는 위에 자수가 있어요. (왕의 후수는)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전부 몸판을 다 짠 거예요. 패대도 마찬가지고..."]

예복 옆선에 장식하는 폐대 역시 전체가 정교한 망수로 이뤄져 있습니다.

["한 발자국 내딛을 때마다 옥소리가 찰랑 찰랑 찰랑 찰랑 찰랑."]

전통 망을 뜨려면 우선 다회틀에 명주실을 매달아 필요한 굵기로 합사하는데요.

임지은 명인은 국내 최초로 조선시대 왕의 후수를 복원한 망수기능 전승자 고 장순례 선생에게 망수 기술을 익혔습니다.

[임지은/망수 명인 : "8사 다회틀은 선생님 유품입니다. 한 50년이 넘는 거죠. 손때가 묻어서..."]

스승이 복원한 영친왕비 후수를 그대로 재현하는 중인데요. 섬세한 손길로 한 가닥, 한 가닥 묶어나가는 망수 작업은 고도의 집중과 끈기를 요합니다.

하루에 고작 두세 줄, 후수에 들어갈 망수 하나를 만드는 데 꼬박 3개월이 걸리는데요. 실 하나를 엮어 20여 종의 문양을 낼 수 있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기러기 문양이고 당초 문양이고 이게 나무예요. 빈틈없이 누가 줄을 그어놓은 것 같잖아요. 그걸 일일이 묶어서 이렇게 진행이 된 겁니다."]

한복 장신구 노리개의 멋에 끌려 전통 매듭을 시작한 게 1993년. 매듭에 기반한 궁중공예 망수의 맥을 잇기 위해 망수 작업에 뛰어들었습니다.

망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선 매듭부터 차근차근 익혀야 하는데요. 그동안 가르친 매듭 문하생이 천명이 넘습니다.

[곽혜은/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 "배우는 과정은 힘든데 만들어놓고 나면 많이 화려한 작품들이 되거든요. 저희 매듭이. 거기서 오는 희열도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다회틀을 이용한 합사는 1시간에 1m 짜기가 힘든데요.

실 색깔과 길이를 배합해 노리개 하나를 만드는 데도 꼬박 한 달이 걸립니다.

["나비 매듭에 밑에 건 딸기봉술이라고 해요. 그리고 여기는 낙지발 매듭. 여덟 가지를 반복해서 들어간 것도 있고 이건 장고매듭인데 장고매듭을 쭉 이어갔어요."]

여러 전통매듭 기법을 응용한 새 문양들도 눈길을 끄는데요.

전통의 근간과 맛을 살리되 현대에 맞게 응용한 결과물입니다.

현대적으로 해석한 미니어처 역시 후수를 알리기 위한 작업.

10년간 매듭을 익히고 망수를 전수받는 제자의 자부심도 남다릅니다.

[김향림/창원시 안민동 : "아무도 안 하고 아무도 이것에 대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그런 걸 배우는 거고 전통의 맥을 이어가는 거니까요. 더 많이 알려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숱한 연습과 시간이 얽힌 망수는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입니다.

["끈을 꼬고 꼬아서 하나를 맺기로 시작해서 끝맺음으로 갑니다. 끈을 꼬면서 엮어간다는 거죠. 인생을 엮어가는 것도 있겠지만 그 맥을 이어서 전수하고 싶습니다."]

어제와 오늘을 연결하는 매듭.

임지은 명인의 망수가 빛나는 이유입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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