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욕실용품, 식품, 공공디자인…일상생활에 확대되는 ‘점자’

김지헌 인턴 2023. 10. 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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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최근 생활용품과 식품, 공공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 점자를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소비자원은 "장애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개인 소비생활 영역에선 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시가 부족해 생활용품을 오사용할 우려가 있다"라며 "시각장애인도 보편적 소비자기본권을 누릴 수 있도록 점자 표시 의무화나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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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가정용품에 붙이는 점자 태그 8종. 한국소비자원

시각장애인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최근 생활용품과 식품, 공공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 점자를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내 5개 생활가정용품 사업자인 라이온코리아, 애경산업, 한국피앤지판매, 헨젤홈케어코리아, LG생활건강은 지난 15일 ‘흰지팡이의 날’을 맞아 주방세제·샴푸·린스·바디워시 등 생활용품에 걸어 쓸 수 있도록 점자 태그 6500여개를 제작해 배부했다. 한국소비자원이 구성한 정례협의체를 통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스티커를 보급하기로 한 결정에 기업들이 동참한 것이다.

점자가 적용된 생리대. 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의 생리대 브랜드 ‘좋은느낌’도 같은날 점자패키지를 적용한 ‘좋은느낌 라네이처’ 생리대 3만패드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 기부했다. ‘좋은느낌 라네이처’는 포장지 앞면에 점자를 적용해 시각장애인 여성도 월경용품에 대한 정보를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흰지팡이의 날’은 매년 10월15일로 1980년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가 지정했다. 흰지팡이는 다른 사람들이 시각 장애인을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고안됐는데, 이를 기념해 매년 시각장애인의 권리를 되새기는 날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승차대기벨’ 디자인.점자와 양각으로 번호가 새겨진 버튼을 부착했다. 경기도청

시각장애인을 배려한 공공디자인도 늘고 있다. 24일 ‘2023 경기도 공공디자인 공모전’ 수상자 발표에서는 경희대 하은진 학생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승차대기벨’을 고안해 대상에 선정됐다.

대상작인 승차대기벨은 시각장애인도 버스 승차를 위한 키오스크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점자와 양각으로 번호가 새겨진 버튼을 활용했다. 직관적인 디자인과 음성 안내가 특징이다. 

점자가 표기된 아몬드 빼빼로. 롯데웰푸드

식품에도 점자를 표기한 사례가 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15일 한정판 점자 표기 아몬드 빼빼로 4000개를 서울특별시시각장애인연합회에 후원했다. 제품 전면 상단에는 ‘빼빼로 아몬드’, 하단에 ‘빼빼로로 마음을 나누세요’가 쓰여 있고, 옆면에도 ‘빼빼로 아몬드’가 점자로 새겨졌다. 

라면에 붙은 점자 표시.

라면에도 2021년 오뚜기와 삼양식품이 점자표기 컵라면을 도입했다. 삼양식품은 시각장애인 유투버 ‘원샷한솔’과 점자 표기 컵라면을 공동개발해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불닭볶음면 오리지널, 까르보불닭볶음면, 로제불닭볶음면 등 9종에 점자가 표기되고 있다. 같은 해 점자표기를 도입한 오뚜기도 지난해 12월 컵라면 전 제품에 제품명, 물붓는 선,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 등을 표시하고 있다. 그동안 점자표시가 없던 농심은 올해 ‘신라면큰사발’을 시작으로 시각장애인용 큐알(QR)코드를 적용한 후, 짜파게티·새우탕면 등 10개 제품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아직도 점자를 일상 생활에서 접하긴 쉽지 않다. 그만큼 시각장애인이 겪는 불편 역시 여전히 큰 실정이다.

2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실이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을 통해 받은 17개 시·도교육청의 장애인 편의시설 적정 설치율을 분석한 결과, 서울은 11개 의무시설 모두 전국 수준보다 미달로 나타났다. 장애인 의무시설은 ▲매개시설(주 출입구 접근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주 출입구 높이차 제거) ▲내부시설(장애인 출입·통행이 가능한 출입구, 복도, 계단·승강기) ▲위생시설(장애인용 대변기·소변기) ▲안내시설(점자블록, 유도·안내설비, 경보·피난설비)이다.

특히 건축물의 주 출입구와 보도에 점자블록을 충분히 설치하지 않은 학교는 전체 29.1%인 399개교로 전국 수준보다 16%포인트 낮은 수준이었다.

이와 관련, 한국소비자원은 “장애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개인 소비생활 영역에선 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시가 부족해 생활용품을 오사용할 우려가 있다”라며 “시각장애인도 보편적 소비자기본권을 누릴 수 있도록 점자 표시 의무화나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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