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디 아끼고 3차전서 끝내려는 NC… 하지만 오원석은 가을에 팀을 구한 경험이 있다

김태우 기자 2023. 10. 24.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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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로 나서는 태너 털리 ⓒ 연합뉴스
▲ NC는 3차전에서 시리즈 조기 종료를 노린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가을 공룡’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강력한 경쟁자를 단칼에 베어버린 뒤,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업셋까지 1승을 남기고 있다. 거침없는 질주다. NC로서는 이제 최상의 시나리오를 손에 넣기 일보직전이다.

NC는 22일과 2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SSG와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을 모두 잡으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의 절대적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3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라 이제 남은 경기에서 1승만 더 거두면 kt가 기다리는 플레이오프로 나간다.

시즌 막판까지 3위를 지키고 있었으나 결국 SSG에 3위를 내주고 4위로 내려앉은 NC다. 팀의 좌완 에이스인 구창모가 올해 부상에 시달리며 결국 시즌아웃된 가운데, 팀의 외국인 에이스이자 리그 최고 에이스인 에릭 페디마저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타구에 팔꿈치를 맞는 불운으로 활용이 불투명한 상태였다. NC의 가을 전망이 다소간 어두워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저력이 있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곽빈을 앞세운 두산을 두들기며 한 판에 시리즈를 끝낸 게 결정적이었다. 서호철이 결정적인 만루포 포함 6타점을 쓸어 담는 대활약으로 NC의 준플레이오프행을 이끌었다. NC의 기세가 여기서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페디의 컨디션이 쉽게 회복되지 않아 결국 1‧2차전 선발 등판이 불발된 준플레이오프에서도 그 기세는 이어지고 있다. 1차전은 선발 신민혁이 5⅔이닝 무실점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호투했고, 이어 대타 김성욱 카드가 적중하며 SSG를 물리쳤다. 2차전에서는 손아섭 박민우 박건우라는 팀의 베테랑 선수들이 제 몫을 다하면서 경기 초반부터 상대를 몰아붙였다. 불펜 투수들이 위기를 잘 막으면서 2차전도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

당초 3차전 선발이 유력하던 페디는 다시 순번이 밀렸다. 막판까지 점검을 했지만 여전히 팔꿈치에 위화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신 NC는 또 하나의 외국인 투수 태너 털리를 앞세워 시리즈 조기 종료에 도전한다.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태너는 시즌 11경기에서 5승2패 평균자책점 2.92라는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다소 부진했으나 올해 SSG를 상대로 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3.38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류진욱 이용찬이 다소간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김영규가 확실하게 자신의 자리를 잡아주고 있다. 불펜 투수들이 조금 더 힘을 낸다면 마운드 전력에서는 밀릴 게 없는 NC다. 여기에 타격감도 1‧2차전에서 증명됐듯이 SSG보다는 조금 더 우위에 있다. 자신의 에버리지가 확실한 베테랑, 그리고 기세가 좋은 신예들이 신구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타선만 놓고 보면 24일 휴식일이 오히려 아쉬울 정도였다.

▲ 아직 100% 컨디션이 아닌 페디를 아끼며 준플레이오프를 끝낸다면 NC는 최고의 성과다 ⓒ곽혜미 기자
▲ 신구조화가 잘 된 NC 타선은 신바람을 내고 있다 ⓒ곽혜미 기자
▲ SSG의 반격 선봉장으로 나서는 오원석 ⓒ곽혜미 기자

만약 NC가 3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낸다면 그야말로 최상이다.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는 30일까지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페디도 그만큼 100% 컨디션이 될 시간을 번다고 볼 수 있다. 불펜도 차분하게 재정비가 가능하다. 하지만 3차전에서 끝을 보지 못하면 페디가 다시 나서야 할 상황이 될 수 있고, 그렇다면 플레이오프에 간다고 해도 로테이션이 이리저리 꼬인다. 지난해 통합 우승팀으로 경험이 많은 SSG에 반격 빌미를 준다는 것 자체부터가 찜찜하다. 태너의 어깨에 NC의 가을 최종 성적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반면 벼랑 끝에 몰린 SSG는 오원석의 기세에 기대를 건다. 1차전에서 쾌투한 로에니스 엘리아스, 그리고 2차전 선발이었던 김광현과 그런 김광현을 구원해 잘 던진 문승원까지 세 선수는 모두 3차전에 나갈 수 없다. 결국 오원석이 몰려오는 공룡을 막아야 하는 방파제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아직 22살의 선수에게는 다소 가혹한 일일 수도 있다.

올해 성적을 보면 태너에 비해 열세다. 올해 김원형 감독으로부터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신예 투수인 오원석은 시즌 초반 좋은 모습을 보이다 중반 이후 무너지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시즌 28경기에서 144⅔이닝을 던지며 8승10패 평균자책점 5.23에 머물렀다. 평균자책점만 따지면 오히려 지난해(4.50)보다 못한 수치였다.

하지만 오원석도 가을야구에서 팀을 구해본 경험이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3차전에 선발로 나가 깜짝 역투를 선보이며 팀에 여유를 제공했다. 당시 SSG는 홈에서 1승1패를 기록한 뒤 3차전 선발로 오원석을 내세웠다. 그리고 키움은 외국인 에이스 에릭 요키시의 순번이었다. 모두가 요키시를 앞세운 키움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오원석의 기백 있는 투구가 그 예상을 바꿔놨다.

오원석은 당시 5⅔이닝 동안 88개의 공을 던지며 1실점으로 호투했다.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으나 오원석이 요키시와 대등한 선발 맞대결을 펼쳐준 덕에 SSG는 경기 주도권을 잃지 않고 결국 8-2로 이길 수 있었다. 큰 경기에서 더 자신 있는 공을 던지는 모습은 ‘빅게임 피처’로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결국 분수령이었던 3차전을 잡은 SSG는 숀 모리만도의 4차전 부진을 딛고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통합 우승에 이르렀다.

시즌 중반 투구폼 등 다소간의 혼란 탓에 부진하기는 했지만, 마지막 흐름은 좋았다. 9월 23일 롯데전에서 5⅔이닝 2실점, 9월 28일 키움전에서 6⅓이닝 3자책점, 10월 5일 NC전에서 6이닝 3실점, 10월 13일 키움전에서 6이닝 1실점 등 모두 좋은 투구를 했다. 일단 첫 4~5이닝만 잘 버텨주면 SSG도 그 다음은 총력전을 펼칠 여지가 있다. 오원석이 다시 SSG의 운명을 쥐었다.

▲ SSG의 운명을 쥔 오원석 ⓒ곽혜미 기자
▲ SSG는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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