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정치회복 첫 발… ‘보여주기 협치’로 끝나선 안 돼” [여야 ‘신사협정’ 합의]
선진화법 이후 물리적 충돌은 자제
국감 피켓 도배… 툭하면 회의 파행
극단 대립정치에 국민 피로감 증대
“자체 징계안 등 개혁 진정성 보여야”
2024년 총선 겨냥 ‘반짝 쇄신’ 우려도
“정치인 자각·반성이 근본 해결책”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24일 각 당의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국회 회의장 내 막말과 고성, 손 피켓을 없애기로 했다고 한목소리로 밝혔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과 여야 교섭단체대표 연설 때 의석에서 야유하며 발언을 방해하는 행위를 근절하기로 했다.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에 상대 당에 공세를 가하는 내용의 손 피켓도 들고 가지 않기로 합의했다.
21대 국회에선 소속 당과 상관없이 상대 당 의원의 발언 시간에 고성을 지르며 훼방을 놓는 의원들의 행위가 계속됐다. 지난 6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교섭단체대표 연설 당시 야당 의석에서 “일본 대변인”, “땅 대표”, “거짓말쟁이” 등의 막말이 쏟아진 게 대표적이다. 같은 달 민주당 이재명 대표 연설 때도 여당 의석에서 “죄를 지었으니까 그렇지”, “돈봉투를 안 받았어야지” 등의 비난이 나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여야의 자구책을 두고 늦었지만 의미가 큰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2014년에 국회 선진화법이 통과된 후 물리적인 충돌은 줄었지만 진영 간의 대립이 심해지다 보니 갈등을 부추기는 의원들의 폭언은 계속됐다”며 “진작 했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전예현 정치평론가는 “여야의 고성이나 피켓 때문에 감정싸움이 일어나고 국회 회의가 파행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런 걸 없애는 건 의미가 있다”고 했다.
다만 여야가 내년 총선을 겨냥해 ‘보여주기식 쇄신’을 하고 있다는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일시적인 조치에 머물지 않고 여야가 정치 개혁에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선 제도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막말이나 자극적인 표현을 통한 정쟁을 정치인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문화를 정착하는 것이 제도 개선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법에는 이미 국회의장이나 상임위원장이 회의장의 질서를 어지럽힌 의원을 퇴장시키고, 윤리특위를 거쳐 모욕성 발언을 한 의원을 징계할 수 있도록 규정돼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항이 작동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의원들의 언행을 문제시하는 정치 문화가 성숙해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제도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정치인들 스스로 본인들의 행태가 얼마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고 거기에 대한 역사적인 책임을 자신들이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당장 법과 제도만 고쳐서 되는 게 아니라 (정치인들이) 민주적인 소양과 자질을 길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병관·유지혜·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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