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K] ‘제주형 행정체제개편’ 전망과 대안은?

김익태 2023. 10. 2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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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친절한K 지난주 이 시간에 오영훈 지사의 핵심공약인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의 진행 상황을 점검해봤는데요.

오늘은 전망과 대안을 놓고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김익태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먼저 이 질문부터 드려보죠.

제주가 특별자치라는 특별한 권한을 받는 대신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한 것 아니냐,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진실은 뭘까요?

[기자]

이렇게 설명드려보죠.

기초자치단체 폐지는 2005년 제주도민들이 주민투표로 결정했습니다.

만약 기초단체를 폐지하는 혁신안 대신 4개 시군체제를 유지하는 점진안을 택했다고 해서, 노무현 대통령의 약속인 특별자치도 계획이 무산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따라서 기초자치단체 폐지가 특별자치의 전제조건이라는 명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방자치, 특히 기초자치를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중앙정부는 오래전부터 효율성을 명분으로 자치단체를 광역화해서 단층제 모형으로 만들고 싶어했죠.

특별자치도 추진 이전인 제주국제자유도시 계획에서도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1차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에 이런 문구가 있거든요.

"장기적으로 시장·군수 임명제 내지 시군 폐지를 근간으로 한 단일자치구역으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인데, 이게 2002년에 나온 구상입니다.

현행 제주특별법에도 "특별법 시행에 따라 폐지되는 종전의 제주도가 누리던 행정·재정상 이익을 제주도가 계속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는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해도 그에 따른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입니다.

이런 약속까지 하면서 정부가 특별자치를 추진한 겁니다.

[앵커]

기초자치단체 폐지와 특별자치도 도입이 전제조건은 아니지만, 연관성은 깊다는 뜻이네요.

그래서 그동안 제주도가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못했던 건가요?

[기자]

그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기초자치단체를 재도입하고는 싶은데 설마 정부가 받아들여줄까?

그렇다면 행정시장 직선제라도 해볼까?

이런 흐름이란거죠.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우근민 지사도 2010년 당선 이후엔 기초자치단체 도입 대신 '제주형 자치모델'로 목표를 바꿨죠.

결국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행정시장 직선제를 최종안으로 꺼냈지만 2013년 도의회 문턱도 넘지 못했습니다.

원희룡 지사는 행정시 권한 강화와 함께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주민투표로 결정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역시 현실성을 이유로 행정시장 직선제 대안을 제시했고, 결국 2019년 중앙정부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오영훈 도정의 상황은 과거와는 다르다는 건가요?

[기자]

이제 특별자치도는 제주만 독점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올해 6월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했고, 내년 1월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합니다.

경기도는 북부지역을 떼어내 '경기북부특별자치도'로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이고, 충청북도 역시 특별자치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들 특별자치도는 모두 기초자치단체를 유지하거나 유지할 계획이죠.

따라서 이제는 제주도만 기초자치단체 없는 상태를 유지해야 할 부담은 사라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현행 제주특별법에 기초단체를 둘 수 없도록 한 명시적 규정이 있습니다.

때문에 이 규정을 폐지하고 시군을 설치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이죠.

이 법안만 통과된다면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법적 걸림돌은 사라지게 됩니다.

[앵커]

그렇지만 현재 제주사회가 기초자치단체 재도입에 합의할 수 있을까요?

지금도 논란이 큰데요.

[기자]

지난 주에 제가 말씀드린 부분이죠.

이 문제엔 다양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있습니다.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하면 정치적 경쟁자를 허용해야 하는데, 어느 국회의원이 좋아할까요?

도의원 숫자를 줄여야 할텐데, 현직 도의원 중에 누가 흔쾌히 찬성할까요?

행정시장을 노리는 정치인이 있다면 역시 반대 목소리를 높이겠죠.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도민들의 반응입니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무슨 기초자치단체 타령이냐라는 질문에 공약으로 내건 오영훈 지사가 명확한 답을 내놓아야 합니다.

기초자치단체를 다시 도입했을 경우 제주도민의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제시해야 합니다.

또 제주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면 과거 시군과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 자세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현행 지방자치법령에 따르면 시군도시계획과 도로, 상하수도, 대중교통 등은 시군 사무거든요.

그러나 제주도는 부활하는 기초자치단체에 이 사무를 주지않고 제주도에서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제주도와 용역진이 이런 내용과 관련해 도민과 중앙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제시해줘야 합니다.

몇 개의 기초자치단체를 만들지, 이와 관련해 지방재정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한 계획도 짜야 하고요.

이런 내용들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부실 용역이라는 비판 속에 중앙정부에 안건을 넘기기도 전에 제주 사회에서 먼저 무산될 수 있습니다.

[앵커]

기초자치단체를 얘기하다보면 기초의원에 대한 불신, 이 점도 꽤 크거든요.

기초의회 없이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할 수는 없는 건가요?

[기자]

2005년 주민투표에서 기초자치단체 폐지에 많은 도민들이 찬성했던 이유 중의 하나도 그 점 때문인건 분명합니다.

그래서 의회 없이 자치단체장만 직선으로 뽑아서 자치를 하면 되지 않느냐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안은 헌법상 불가능합니다.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는 규정 때문입니다.

[앵커]

그럼 어떤 대안을 준비해야 하는 걸까요?

[기자]

오영훈 지사가 지난 7월 기자들에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행정체제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에너지 낭비다. 이제 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이번을 마지막으로 이 문제에 대해 더이상 얘기하지 말자는 취지인데요.

그럼 만약 주민투표에 붙이지도 못하거나, 붙였더라도 통과하지 못하거나, 통과했더라도 중앙정부의 벽에 부딪힌다면 그냥 현행 체제대로 가야 하는 걸까요?

기초자치단체 재도입은 시장·군수, 시의원·군의원을 뽑는게 목적이 아니죠.

풀뿌리자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기초자치단체 도입이라는 기관자치 논의와 함께 풀뿌리 참여를 활성화하는 주민자치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오영훈 지사가 자신의 제왕적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기초자치단체 재도입과는 상관없이 그 권한을 바로 주민들에게 돌려주는게 필요합니다.

[앵커]

주민자치와 관련해서는 주민자치위원회나 주민참여예산제 등 여러 제도가 있지 않나요?

[기자]

그렇습니다만 크게 부족합니다.

대표적인게 주민자치회 제도인데요.

현재의 주민자치위원회 보다 더 많은 권한을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기구라 할 수 있습니다.

이미 150여 개 자치단체에서 운영중이죠.

특별자치를 한다는 제주는 이제야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내년 1월부터 읍면동 단위에서 시행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조례안을 살펴봤는데 부족한게 많아 보입니다.

위원 선정에 있어 일반 주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추첨제 등을 도입하고 사무국 설치와 함께, 주민자치회에 법인 설치권을 부여할 필요도 있습니다.

주민자치회 사업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재정적 측면에서 본다면 현재의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주민자치회와 통합하고, 주민참여예산을 늘려 자치회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재주도 주민참여예산이 200억 원 정도 되는데, 이를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주민세를 '자치분권 특별회계'로 운영해 주민자치회에서 사용하는 세종시 사례를 도입할 필요도 있고요.

주민들이 이 돈으로 마을사업을 스스로 발굴하고 결정해 집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주민자치회를 사실상의 읍면동 의회처럼 운영하자는 겁니다.

여기에 읍면동장을 주민 직선 또는 주민자치회에서 선출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읍면동 자치를 해보자는 거네요.

법률 개정이 필요한 건 아닐까요?

투표만 하다보면 시간이 다 갈 거라는 비판도 나올법 한데요.

[기자]

앞서 말씀드린 주민자치회와 관련된 몇가지 대안은 이미 법적으로 뒷받침 돼 있습니다.

제주도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것만으로도 가능합니다.

투표 비용이나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정책결정이나 대표 선출에 관해 On-line 투표도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과 주민투표법에 이미 전자투표에 관한 법적 근거가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조례를 제정하면 얼마든지 저렴한 비용과 빠른 시간에 주민 의사를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앵커]

기초자치단체 도입에 관한 도민적 공감대를 넓히는 노력과 함께 풀뿌리자치를 위한 준비도 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친절한K,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김익태 기자 (ki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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