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사고·외고 날개달아주며 사교육 잡겠다는 정부의 모순
교육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외고), 국제고 존치를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전임 정부에서 폐지하기로 한 이들 학교를 다시 살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사고 등은 득보다 실이 많은 것으로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이다. 고입 경쟁을 촉발해 초·중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늘리고, 고교 서열화로 일반고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교육 불평등 해소 정책과도 배치된다. 당장 고입 사교육의 과열이 우려된다. 사교육 경감을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하라는 깨알 지시까지 내린 윤석열 대통령이 고입 사교육엔 관심이 없는 건지 무지한 건지 알 수가 없다. 통계청의 ‘2022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중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약 41만원인 반면 자사고 진학을 준비하는 중학생은 약 69만원, 외고·국제고 진학 희망 중학생은 약 64만원이었다.
교육부가 자사고의 저소득층 학생 의무 모집 규제를 완화한 것도 문제다. 교육부는 개정안에서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은 자사고를 위해 사회통합전형에서 미충원이 발생할 경우 일반전형으로 다시 선발할 수 있게 길을 터줬다. 등록금이 비싼 자사고가 부유층 자제만 다니는 귀족학교가 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마저 없애려 하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2028학년도 대입개편안 최대 수혜자가 자사고·외고·국제고라는 얘기가 나오는 마당에 이번 개정안은 이들 학교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됐다. 앞서 교육부는 현재 9등급인 고교 내신 평가체계를 2025학년도부터 1등급을 10%로 늘린 5등급 체제로 바꿔 내신 비중을 축소했다.
학교 다양화란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의미한다. 자사고나 외고의 수업은 다양화와 거리가 멀다. 국·영·수 등 입시 과목을 집중 편성할 뿐이고, 일반 고교와 별 차이가 없다. 여론도 자사고 폐지 쪽이다. 2019년 6월 설문조사(CBS)를 보면 ‘자사고·특목고 축소’에 찬성 의견이 51%로 반대(37.4%)보다 많았다. 이런 점을 고려해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 등의 학생 우선 선발권을 없애고 2025년에 이들 학교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다. 교육부의 자사고 존치 시행령 개정안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 백년대계인 교육 정책이 시행되기도 전에 정권 입맛에 따라 조변석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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