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홍범도가 대적관 흐린다’는 육참총장, 반헌법적 궤변이다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이 지난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감에서 “홍범도 흉상이 대적관을 흐리게 만든 요인”이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소모적 이념 논쟁을 멈추고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시한 지 얼마 안 돼, 육군참모총장이 ‘대적관’ 운운하며 새로운 이념 논쟁을 촉발시킨 것이다.
국감에서 ‘흉상 철거가 민생 문제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권영호 육군사관학교장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답변했다. 하지만 참모총장 생각은 달랐다. 박 총장은 ‘민생’을 엉뚱하게 확대해 “대적관 확립이나 육사의 정체성을 세우는 것이 민생”이라는 억지 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육사는 광복운동, 항일운동 하는 학교가 아니다”라는 말을 더했다. 육군 최고지휘관의 공식석상 발언이라고 하기엔 귀를 의심케 한다. 헌법 전문에 명시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과거 5·16, 12·12 쿠데타 옹호 발언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되더니, 육참총장은 한술 더 뜬 망언을 한 셈이다.
육사는 홍범도 흉상 이전뿐 아니라 김좌진·안중근·이범석·지청천 장군실과 이회영실 등이 있는 충무관의 ‘독립전쟁 영웅실’까지 철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각 방의 간판을 없앤 후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 ‘국난극복사’ 학습공간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국군의 정신적 뿌리인 독립군·광복군과 항일운동을 이런 식으로 홀대하고 모욕하는 까닭을 알 수 없다.
이러니 국감장에선 ‘화랑상은 괜찮고 홍범도 흉상은 안 된다’는 희한한 논리까지 나왔다. 보수 정권으로 바뀌었다고 뉴라이트 사관을 내세워 항일투쟁사를 지우겠다는 데 어느 국민이 동의할 수 있겠는가. KBS 여론조사에서 63.7%가 흉상 이전을 반대했다. ‘국민이 늘 옳다’고 한 윤 대통령은 즉각 ‘홍범도 흉상 이전’과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를 중단시켜야 한다. 육사는 한 정권의 소유가 아니라 국민이 세워 군 지휘관을 배출하는 학교다. 육사에서 앞으로 우리나라 역사와 육사의 설립 정신은 빼고, 군사이론과 군사훈련만 가르치겠다는 것인가.
홍범도 장군 순국 80주기 추모식과 청산리전투 전승 103주년 기념식이 25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다. 순국선열 앞에서 군은 철저한 역사인식과 존재이유를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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