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부터 류현진까지… 다저스 아시아 계보, 오타니가 8년 계약으로 잇는다고?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LA 다저스의 연고지인 로스앤젤레스는 미국을 대표하는 다인종 도시다. 백인‧흑인은 물론 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계 이주민을 뜻하는 히스패닉들도 거대한 커뮤니티가 있다. 여기에 큼지막한 한인 타운 등 아시아계 이주민들도 많다.
다저스의 홍보 부서는 히스패닉을 위한 인력이 따로 있을 정도다. 그런 도시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다저스는 세계 각지의 선수들을 끌어모으는 데 전혀 인색하지 않은 팀이다. 아시아 출신 선수들도 다저스에서 많이 뛰었고, 또 다저스에서 전성기를 보내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1990년대 이후로 다저스를 거쳐 간 투수들도 제법 많다. 그리고 또 큰 업적을 남겼다. 한양대 재학 시절 다저스와 계약을 맺고 태평양을 건넌 박찬호가 199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박찬호는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기 시작,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텍사스로 떠나기 직전인 2001년까지 다저스에서만 84승을 거뒀다.
박찬호는 다저스에서의 성공적인 경력을 발판으로 여전히 동양인 메이저리그 최다승 기록(124승)을 가지고 있다. 박찬호가 활약한 덕에 다저스는 국내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팀 중 하나로 뽑힌다.
이듬해에는 다저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동양인 선수 중 하나인 노모 히데오 광풍이 불어 닥쳤다. 노모는 1995년 혜성처럼 등장해 28경기에서 191⅓이닝을 던지며 13승6패 평균자책점 2.54의 대활약을 펼쳤다. 당시 내셔널리그 신인상을 수상했고, 올스타와 사이영상 투표 4위까지 모두 거머쥐었다. 노모는 1996년 16승, 1997년 14승을 거두며 전성기를 달렸다.
박찬호와 노모의 활약을 본 후배들도 다저스를 친숙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두 선수의 활약으로 아시아 선수들의 재능을 실감한 다저스 또한 일본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영입 정책을 펼쳤다. 특히 투수들이 그랬다. 이시이 가즈히사가 2002년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서재응은 2006년 잠시 다저스를 거치기도 했다. 사이토 다카시 또한 2006년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 무대에 발을 내딛었다.
일본 리그의 에이스였던 구로다 히데키 또한 2008년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데뷔를 이뤘다. 구로다는 다저스에서 4년을 뛰며 41승을 거두는 등 견실한 선발 투수로 이름을 날렸고, 2012년 뉴욕 양키스로 이적해 3년을 더 빅리그 무대에서 뛰었다. 구로다는 메이저리그 7년 동안 79승을 기록한 뒤 일본으로 돌아갔다.
구로다가 떠나자 다저스는 KBO리그 최고 투수였던 류현진을 포스팅 전쟁 끝에 영입했고, 2016년 시즌을 앞두고는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투수 중 하나였던 마에다 겐타와 계약하는 등 아시아 선수들과 인연을 이어 갔다. 마에다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2019년까지 다저스에서 47승35패 평균자책점 3.87의 성적을 남겼다. 류현진도 2019년까지 다저스에서 뛰며 54승33패 평균자책점 2.98로 선전했다. 두 선수 모두 투자 금액 이상의 효용을 제공했다.
하지만 류현진과 마에다는 2020년 시즌을 앞두고 각각 다른 방법으로 팀을 떠났다. 류현진은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 FA 계약을 했다. 마에다는 2020년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돼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었다. 그 후로는 아시아 선수들과 인연이 닿지 않았던 다저스다. 다만 내년에는 다를지도 모른다. 거물 영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가 그 주인공이다.
USA투데이의 칼럼니스트이자 메이저리그 대표 소식통 중 하나인 밥 나이팅게일은 23일(한국시간) “오타니가 다저스와 8년 계약을 할 것”이라고 자신의 예상을 내놨다. 메이저리그에서 투‧타 겸업이라는 신기원을 연 이 시대 최고 스타 오타니는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다.
나이팅게일은 “올 오프시즌 다저스의 1순위 타깃은 오타니다. 뉴욕의 두 팀(양키스‧메츠), 샌디에이고 등 수많은 경합팀들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저스는 이 투웨이 선수와 계속해서 연결되는 하나의 팀이고, 다저스는 그(오타니)에게 가장 잘 맞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주장했다.
오타니와 다저스가 연결되는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2022-2023 오프시즌 당시, 다저스가 예상보다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 것은 오타니를 위해 자금을 아낀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오타니 영입에 천문학적인 돈이 드니 일단 사치세 기준을 다시 설정하며 향후 부담을 줄여보겠다는 의지였다.
다저스의 팀 상황을 고려하면 더 적극적으로 나설 법하다. 올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정상을 다시 차지했지만, 디비전시리즈에서 애리조나에 힘없이 무너지는 최악의 가을을 보냈다. 선발부터 타선까지 손을 봐야 할 곳이 꽤 많다. 팔꿈치 수술로 내년에는 투구할 수 없는 오타니지만, 2025년부터는 투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JD 마르티네스의 나이가 많은 다저스는 지명타자 부문도 보강이 필요한데, 오타니는 에이스와 지명타자로 모두 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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