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일·가정 양립 집중하다 저출산 대응 실패…韓 청년 상황 더 심각"

김유승 기자 2023. 10. 24.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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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日 저출산 석학' 야마다 주오대 교수 초청 세미나
5월5일 어린이날을 맞이해 1일 일본 도쿄의 한 거리에 '고이노모리'가 걸려있다. 고이노모리는 일본에서 남자아이의 성장과 출세를 상징하는 잉어 깃발을 뜻하며 일본 어린이날 관습에 해당한다. 2023.5.1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일과 가정의 양립'을 중심으로 한 서구의 저출산 대응 모델이 문화적 차이가 큰 일본에서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면서 저출산 대책에 실패했다는 일본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또 일본 저출산 문제의 궁극적 해결을 위해선 경제적 지위가 불안정한 남성 또한 결혼과 출산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본과 같은 아시아 문화권 국가이면서 일본보다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일본의 인구 문제 석학으로 통하는 야마다 마사히로 일본 주오대학 교수는 24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주최한 초청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야마다 교수는 "1980년대까지 일본 청년들은 연애를 동경하고, 남성이 주로 생계를 담당한다는 조건 하에 좋아하는 사람과 만날 수 있는 경제 조건이 있었다"며 "1990년대 이후 젊은 남성 간 직업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연봉이 낮고 경제적 지위가 불안정한 남성이 결혼하기 어려워지는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야먀다 교수는 이같은 현상이 일본 합계출산율 저하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지난 1973년 2.14명에서 2022년 1.26명까지 낮아진 상태다.

야마다 교수는 "전체 청년의 약 4분의 3에 해당하는 청년이 결혼을 통해 자녀를 평균 2명 출산하고 있지만, 전체 4분의 1인 청년은 결혼을 하지 못한 채 아이도 거의 낳지 않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합계출산율이 1.2명에서 1.5명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두 집단 간 차이가 발생한 원인이 특히 남성 내 경제력 격차와 밀접하다고 설명했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청년 남성의 경우 안정된 수입을 통해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지만, 경제 상황이 불안정한 남성은 결혼 상대로 선택받지 못하고 자녀도 갖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본 남성의 미혼율은 여성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20년 일본 30~34세 남성의 미혼율은 51.9%, 여성은 38.5%였다.

야마다 교수는 이같은 배경에는 일본의 여성 차별적 문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경우 여성 차별적 관행이 적지만, 일본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며 "특히 지방의 경우 여성이 결혼하면 집안에 들어 앉아 남편의 수발을 들어야 한다는 의식이 많은데, 이러한 차별적 인식이 여성들로 하여금 수입이 안정된 남성을 추구하도록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19일 오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메쎄에서 열린 '수원 코베 베이비페어&유아교육전'에서 관람객들이 다양한 육아용품을 둘러보고 있다. 2023.3.1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야마다 교수는 지난 30년간 일본의 저출산 대응이 실패한 원은 중 하나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중심으로 한 서양식 해법이 일본에서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점을 꼽았다.

야마다 교수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여성 차별적 문화 탓에 여성의 일을 통한 자기 실현 욕구가 낮다. 또 청년들이 성인이 된 이후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는 자립 지향성이 서구보다 월등히 약하다.

일본에서 결혼은 부모와 함께 거주하며 누릴 수 있는 풍족한 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결과로 여겨지는 탓에, 경제활동이 활발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서구식 모델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 야마다 교수의 설명이다.

또 1990년대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일본의 비정규직 청년은 이같은 혜택에서 배제돼 더욱 효과를 나타내기 어려웠다고 야마다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파견근로자, 파트타임 근로자 등 비정규직은 (육아휴직 등을 통해) 일하는 시간을 줄이면 해고되는 경우가 많다"며 "비정규직을 포괄할 수 있는 정책이 제공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마다 교수는 "경제력이 불안정한 남성 또한 결혼해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면서도 "이같은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일본 사회 내에서 금기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나라 상황에 대해선 "일본보다 종신 고용이 적은 한국의 경우 취업을 해도 평생 동안 계속 그 직장을 유지하지 못하고 해고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일본보다 높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현숙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는 강연 이후 토론에서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청년 문제는 한국이 더 심각한데, 결혼과 출산을 하지 못하는 젊은이를 양산하는 사회는 그 사회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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