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이선균 의혹, 마약 경보 울렸다

2023. 10. 2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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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

주말까지만 해도 내사 대상이었던 이선균이 23일 월요일에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이선균 마약 의혹에 대해 내사했던 경찰이 그를 정식 입건한 것이다. 이제 이선균은 마약 '혐의'를 받게 됐고 앞으로 소환 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

경찰이 내사한 끝에 입건 결정을 내린 것이기 때문에 뭔가 단서를 포착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경찰은 이선균이 강남 유흥업소 여성 종업원 A씨의 자택에서 마약을 투약했으며, 대마뿐 아니라 여러 종류의 마약도 투약했다고 의심한다고 한다. 진실은 조사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다.

앞으로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할 것인지, 그 다음엔 검찰이 기소할 것인지, 그 다음엔 법정에서 유죄 판결이 나올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 일반적으론 이선균 같은 유명인의 경우 수사 단계에서 구체적인 내용들이 알려지게 마련이고 그런 정보를 통해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제 입건했으니 경찰이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이고 조만간 더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나올 것이다.

이 사건이 특별히 충격파가 큰 건 이선균의 이미지가 워낙 좋았었기 때문이다. 그는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청년 같은 아저씨 이미지였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따뜻한 아저씨 역할을 맡아 더욱 그런 이미지가 강해졌다. 그런데 지금 유흥업소, 마약, 이런 식의 키워드들이 등장하자 대중이 경악하게 됐다. 물론 아직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단어들과 함께 이선균의 이름이 뉴스에서 오르내리는 것 자체에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선균 측에선 아직까지 마약 투약 여부에 대해 말을 하지 않고 있다. 했으면 사죄해야 하고, 안 했으면 빨리 해명해서 억울함을 풀어야 하는데 가타부타 말이 없는 것이다. 23일에도 이선균의 변호인은 기자에게 "(마약 투약 여부를) 아직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했는지 안 했는지는 지극히 간단한 사안이고, 이선균 본인이 누구보다도 잘 알 텐데 왜 말하기 어렵다는 건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러면서 허위사실 유포엔 강력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런 사건에서 가짜뉴스, 음모론 등이 나타나는 건 정보부족이 원인일 때가 많다. 그러니까 허위사실 확산을 막으려면 이선균 측에서 먼저 사실관계를 밝힐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이선균 측은 두 가지를 해명했다. 첫째, 함께 이름이 거론되던 재벌 3세와 연예인 지망생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했다. 둘째, 이선균의 부인인 전혜진이 건물을 150여억 원에 사실상 손해 보고 판 것이 이선균 마약 사건과 연관됐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엉뚱한 내용'이라며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렇게 자신이 피해를 당할 수 있는 소문에 대해선 신속하게 해명하면서, 정작 의혹의 핵심인 마약 투약 여부에 대해선 입을 다무니 의심만 쌓이고 사회적 에너지가 낭비된다. 이선균이 나서서 혼란을 정리해야 하는 이유다.

이선균은 스타 연기자이기 때문에 대중문화계에 사건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당장 올 겨울 개봉 예정이었던 200억 대작 영화를 비롯해 영화와 드라마들이 타격을 받고 있고, 광고들도 그런 상황이다.

만약 조사 결과 마약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선균의 도덕성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많은 스태프들, 연기자, 제작자 등 영상업계 동료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게 뻔한 데도 마약을 한 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마약 사건 관련된 협박을 받아왔다며 상대방을 고소했다. 이선균이 스타이기 때문에 송사가 진행되면 언론에 알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박 받고 고소하는 상황에서 작품 출연을 결정했다면 무책임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 그 자신도 계약 위약금 때문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연예계의 마약, 무책임 문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이선균 사건은 아직 진실을 모르지만, 이번 일을 통해 지금까지 있었던 연예계 마약 일탈 사건들이 다시 조명됐기 때문이다. 모든 걸 잃을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왜 계속 마약의 유혹에 빠지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데, 그런 이들이 많다고 한다.

강남 유흥업소에서 퍼져나가는 마약 문제의 심각성도 다시금 상기됐다. '버닝썬' 사건 당시 사건의 핵심 중의 하나가 업소 내에서의 마약 범죄였는데, 언론이 승리에게만 집중하면서 마약 문제는 흐지부지 됐다. 그 사건 이후에도 강남 유흥업소 등에서 마약은 계속 확산됐다고 한다. 마약과의 전쟁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연예계도 보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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