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韓 군인들, 수송기 탄 어린이 편하게 대해줘…日 팀원 함께 태워줘서 감사”

정경인 2023. 10. 2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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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에 대중교통 멈추는 현지 문화 잘 이해하고 지시한 대사관
군, 기내서 사전조사 통해 한국에 호텔 숙박 미리 예약 이동할 때도 군 버스 제공
교전 당시 현지 동네 마트 계산하려고 100명 넘게 줄 서
지난 13일 이스라엘로 보내진 한국군 수송기로 무사 귀환한 이시온(만 31세)씨. 국방부 SNS 캡처
 
이스라엘로 보내진 우리 공군 수송기로 무사 귀환한 이시온(만 31세)씨. 그가 교전 당시부터 군 수송기로 한국 땅을 밟기까지 이야기를 전했다.

시온씨는 개인 일정으로 일행과 함께 이스라엘에 9월4일 출국해 11월6일 입국할 예정이었다. 그러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기습 공격을 퍼부으며 현지는 혼돈에 빠졌다.

시온씨는 “군 수송기 탑승일은 금요일(13일)이었는데 특이하게 이스라엘인들은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을 안식일로 지켜 오후 3시면 대중교통을 운행하지 않고 가게도 문을 닫는다”며 “교민들은 대중교통이 멈추기 전 3시까지는 벤구리온 공항으로 이동하라는 매뉴얼에 따라 공항으로 갔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대사관 직원들이 이런 현지 문화를 잘 이해하고 지시한 점이 믿음직스러웠다”면서 “공항 3층에서 대기하는데 수송기 이륙시간인 저녁 11시30분까지 오래 기다려야 한다며 대사관 직원이 에너지바와 물을 줬다. 저녁까지 챙겨주는 것을 보고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국방부 SNS 캡처
 
수송기 탑승 후 “기내 분위기는 너무 밝았고 모두가 위험에서 벗어나 기뻐하는 것 같았다. 기장 역시 군인이었는데 방송으로 경례하자 탑승객 모두가 박수로 화답했고, 한국 공항에 무사히 착륙했을 때도 군인들과 대사관 직원들의 노고에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고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군인들이 제공하는 접객은 승무원들의 매뉴얼화 된 서비스와 다르게 대민지원을 받는 기분이어서 따뜻했다”며 “기내식도 일반 여객기처럼 여러 차례 잘 나왔고 중간에 간식도 챙겨줬다”면서 감탄을 나타냈다.

인상에 남는 건 “화장실에 가려고 뒤쪽 칸으로 이동하자 장시간 비행에 지친 아이들이 기내를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있던 장면인데 시끄럽게 한 건 아니고 입은 ‘뻥긋’도 안하고 자기들끼리 편한 분위기를 누렸다. 일반 여객기였다면 승무원에게 제지를 당했겠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승무원 역할의) 군인들도 최대한 자유로운 분위기로 풀어주었다”고 설명했다.

또 “비행기 티켓은 좌석표가 정해져 있긴 했지만 표 대로 앉지 않고 일본인은 일본인들끼리 모여서 앉게 해줬고 승객이 자리를 바꿔달라고 하면 바꿀 수 있게 도와줬다”고 덧붙였다.
13일 이스라엘로 교민 구출을 위해 보내진 우리 군 수송기에 탔던 교민과 탑승객에게 제공된 기내식. 이시온씨 제공
 
이후 “비행기에 내려서는 혼란 없이 각자 바로 흩어졌다”며 “군이 기내에서 사전조사를 끝낸 덕분에 서울, 양재, 수서 등에 호텔 숙박이 미리 잡혀 있었고 이동 시에도 군 버스를 제공했다. 한국 도착 뒤 단 한 사람도 갈 곳 없이 헤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시온씨는 “이스라엘에 함께 간 일본인 팀원과 (교전 직후) 한국으로 귀국하는 방법은 너무 어려웠다”면서 “비행기 값은 엄청 올랐었고 (한국 수송기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 팀원을 두고 우리끼리 오는 것도 편치 않았다. 군이 일본 측에 함께 오도록 먼저 제안해 정말 기뻤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현지에서) 전쟁 시작 후 7일 만에 귀국했다. 정말 신속한 대응이 아닐 수 없다”며 “군 수송기로 와준 대한민국 공군, 모든 업무를 처리한 대사관 직원들, 빠르게 승인을 결정한 국방부, 재외 국민의 안전을 위해 밤새 힘써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13일(현지시각) 저녁, 한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 163명을 군 수송기(KC-330)에 탑승시키 전 설명을 하고 있다. 국방부 SNS 캡처
 
시온씨는 교전 직후의 현지 상황도 언급했다.

그는 “7일 오전 6시29분에 사이렌이 울렸을 때는 놀랐지만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한 후 대피준비를 했다”며 “사이렌소리가 계속 들리고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지만 연기가 나거나 땅이 흔들리지 않아 (교전 지역이) 가까운 곳은 아니라는 걸 알고 조금은 안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밤이 되자 가자지구에서 발사하는 로켓이 보였고 또 그것을 요격하는 아이언돔도 보였다”며 “7일 밤은 권총을 찬 현지인이 일행을 밤새 지켜줬고 그들은 이스라엘군을 위해 헌혈하러 가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나마 “(당시) 지내고 있던 리숀레지온(Rishon LeZion) 지역은 예루살렘이나 가자지구 인근지역과는 달리 하마스의 공격이 많지 않아 피해가 적었지만 (어떤 때는) 사이렌 소리를 듣고 이스라엘 시민과 같이 대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시 “마을 옷 가게나 음식점은 전부 문을 닫았지만 마트나 빵가게 야채가게 등은 열었는데 보통 같으면 8명이어야 할 (마트) 계산원이 2명밖에 출근하지 않아 100명 넘는 사람들이 계산을 위해 줄을 서 결국 물건 사는 걸 포기해야 했다”고 부연했다.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소속 KC330 조종사 박종현 소령이 탑승을 안내하고 있다. 국방부 SNS 캡처
 
한편, 이 같은 상황에 한국 정부는 지난 13일 공군 수송기 1대를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보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에 민간 항공사가 취항할 수 없게 되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자 정부가 나선 것이다.

수송기는 13일 오후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에 도착한 뒤 우리 국민을 태우고 14일 새벽 한국으로 출발, 한국시간으로 14일 밤 10시45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당시 군 수송기 가용 좌석은 230여석. 탑승을 희망하는 한국인은 장기 체류자 81명, 단기 여행객 82명 등 총 163명. 우리 국민을 태우고도 67여석이 남자 군은 인도적 차원에서 일본에 먼저 탑승을 제안했다. 그렇게 일본인과 일부 일본인의 타 국적 배우자를 포함해 51명을 태웠고, 싱가포르인 6명도 탑승시켰다.

정경인 온라인 뉴스 기자 jinori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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