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없손왕'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케없손왕.
해리 케인이 없으니 손흥민이 왕이 됐다. 성적이 입증했고, 분위기가 증명했다.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는 공식이 됐다.
지난 시즌 토트넘은 리그 8위로 추락했다. 그리고 올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 간판 공격수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다. 케인은 토트넘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었다. 2010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13시즌을 뛰며 280골을 넣었다. 토트넘 역대 득점 1위의 레전드.
이런 선수가 토트넘을 떠났다. 많은 전문가들이 토트넘의 추락을 예견했다. 일각에서는 올 시즌 토트넘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0위권 밖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했다.
지난 시즌 케인은 30골을 넣었다. 토트넘이 올 시즌 30골을 잃었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평가였다.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린 건 케인의 대체자를 토트넘이 영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토트넘은 구단 역대 최고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시즌 개막 후 무패 행진을 달렸다. 7승2무로 EPL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그러자 토트넘의 추락을 예상했던 이들도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까지 토트넘이 이 순위를 유지한다면 우승까지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케인이 없는데 토트넘은 왜 잘나갈까. 핵심은 역시나 손흥민이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신임 감독은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위고 요리스, 에릭 다이어 등 기존 토트넘 상징적인 선수들을 뒤로 한 채 손흥민에게 주장 완장을 수여했다. 그러자 팀은 변했다. 각자 놀던 팀이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솔선수범 손흥민의 리더십이 팀을 원팀으로 이끌었다.
경기력적인 측면에서도 손흥민의 역할은 컸다. 캡틴의 역할과 함께 에이스의 역할도 완벽히 해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히샬리송 원톱 전술이 실패하자 손흥민에게 최전방을 맡겼고, 손흥민은 이에 골로 보답했다. '손톱' 전술은 EPL을 뒤흔들었다.
손흥민은 9라운드 풀럼전에서 1골을 더해 올 시즌 7골을 성공시켰다. 엘링 홀란드(맨체스터 시티)의 9골에 이은 득점 공동 2위. 사실상 손흥민이 케인의 공백을 완전히 지워버린 것이다. 이제 토트넘의 상징은 손흥민이다. 케인이 상징이었을 때보다 더욱 강한 팀이 됐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의 찬사가 터졌다. "케인이 누구인가요?"라는 표현부터 시작해 "케인이 떠나자 손흥민을 중심으로 팀이 뭉쳤고, 토트넘은 더욱 강해졌다"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토트넘이 리그 1위라는 성적이 증명하고 있고, 7골을 넣으며 득점 2위에 오른 손흥민의 폭발력이 입증하고 있다. 캡틴 손흥민의 영향력과 스코어러 손흥민의 영향력이 합쳐져 토트넘은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케없손왕. 이제 팩트가 됐다. 케인 의존증을 버리니 토트넘은 더욱 강한 팀이 됐고, 군림하는 왕이 아닌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는 새로운 왕이 토트넘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유럽 축구의 저명한 기자 파브리지오 로마노는 "손흥민이 9경기에서 7골을 넣었다. 포스테코글루 체제 아래 손흥민은 날개를 달았다"고 평가했다.
팀 동료 제임스 매디슨은 "이런 말을 잘 하지 않지만, 손흥민은 월드클래스다"고 표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은 정말 뛰어난 선수다. 월드클래스다. 본인의 기량을 경기마다 보여주고 있다.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 케인이 없지만 손흥민이 남아있어 다행이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승리를 가져다주는 기둥"이라고 극찬했다.
토트넘은 케인이 없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고, 새로운 왕 손흥민은 케인도 해내지 못했던 기적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손흥민, 해리 케인.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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