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트라우마’ 벌써 잊었나…올 추락·끼임사고 벌써 1만명
테러 신고 1년새 크게 늘어
구조인원 트라우마도 심각
치료받는 소방관만 1300명
두달 전에는 지하철에서 가족과 내리던 4세 남자아이가 열차와 승강장 사이로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변 승객들은 황급히 지하철 문이 닫히지 않도록 온몸으로 양쪽 문을 막았고 가까스로 손을 뻗어 아이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159명이 사망하고 196명이 부상을 입은 대형 사고가 벌어진지 1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 안전불감증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올해 사고별 구조건수 현황에 따르면 연초 이후 9월까지 각종 사고가 여전히 높은 빈도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빈도수가 높은 화재(7만5602건), 교통(3만9262건), 자살추정(1만9936건)으로 인한 구조 건수는 지난해 수준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추락, 끼임, 깔림처럼 목숨과 직결된 사고를 겪은 이들도 1만명에 육박했다.
각종 테러에 대한 신고가 급증한 것도 눈길을 끈다. 올해 테러가 의심돼 구조대가 출동한 경우는 전체 1870건으로 지난해(104건)와 비교해 17배 이상 늘어났다. 사회 전반적으로 사고 위험은 커진 반면 이를 해소할 대책은 세워지지 않으면서 ‘불안감 만연 사회’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이태원 참사는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192명 사망)와 2014년 세월호 침몰사고(304명 사망)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인명 사고로 꼽힌다. 유족과 피해자는 물론 구조에 참여한 이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은 어마어마했다.
실제 구조활동에 참여한 이들 상당수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구조 활동에 참여한 뒤 트라우마 치료를 받는 소방관 숫자는 1316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성만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1371명 가운데 327명(약 24%)이 긴급심리지원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구조기관과 의료기관 간 체계적인 정보 공유가 필요성이 커지면서 정부는 이태원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해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종합적인 재난대응 대책을 논의해왔다. 또한 재난의료과를 신설해 국가의 재난의료 대응체계를 점검하고 재난응급의료 관계 법령과 매뉴얼을 정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해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목된 불법 건축물에 대한 지자체의 단속과 안전 관리도 강화되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이태원 참사 이후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과 관련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 중인 법률안만 10건이 넘는다. 정상만 한국재난안전기술원장은 “한발 앞선 대응과 현장에서 작동이 되는 시스템 구축이 필수인데 정치적인 접근이 이뤄지면서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동시에 시민들의 안전의식을 높이고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대응 매뉴얼을 숙지하도록 해 위급한 상황에 마주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주최자 없는 행사’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은 이태원 사고 당시부터 수도 없이 나왔다. 정부는 주최자가 없는 행사의 경우에도 지자체가 관련 조례를 개정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 관리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수많은 행사가 주최자 없이, 적절한 통제없이 행해지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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