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전기세 못내 연구 중단 위기" vs 與 "연구 성과로 보여줘야"
24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기관 출연연구기관 및 4대 과학기술원 국정감사에서 2024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안을 두고 '연구 성과'를 강조하는 여당과 '연구계의 위기'를 지적하는 야당의 의견 대립이 지속됐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내년도 과학기술 R&D 예산을 삭감하면서 글로벌 협력 연구 비중을 늘릴 것을 주문한 데에 대해 "모든 출연연이 해외 연구자와 어떤 식으로든 연줄을 찾으려고 애걸복걸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 6월 R&D 예산 삭감 과정에서 각 부처에 주요 연구개발 분야 구조조정을 요청하며 글로벌 R&D 사업 투자를 강화하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R&D 예산이 전체적으로 줄어든 가운데 글로벌 R&D에 배정된 예산은 올해 대비 약 1000억원 증가했다.
윤 의원은 "해외 연구자를 찾아 우리 연구자가 '슈퍼 을'이 되어야 하는 이 상황이 바로 이권 카르텔"이라며 "연구현장의 학생들, 박사후연구원들은 생계를 위협받는 처참한 상황에 처했다"고 힐난했다.
이어 한국과학기술정보원구원(KISTI)가 운영하는 대용량데이터허브센터(GSDC)가 전기세를 감당하지 못해 일부 장비의 가동을 멈췄던 사례를 들며 R&D 예산 감축으로 인해 "전기세 때문에 산업을 줄이고 연구를 줄이는 문제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 당장 후유증은 미미하지만 4~5년 후엔 연구자들 중 '잃어버린 세대'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이인영 의원도 R&D 예산 삭감으로 인한 기초과학 연구 중단 위기를 지적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 '예미랩'의 내년도 예산이 30% 삭감된 상황에서 연구단이 세운 내년도 연구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예미랩은 올해 연구 그룹 5개에서 내년 10개로, 연구 인원도 40명으로 늘릴 예정이었는데 연구 예산이 30% 감축될 경우 지하연구시설을 365일 중 256일만 가동해야 하며 10개 연구단 중 7개 연구단만 가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안전 사고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지하시설에서 안전 시설 유지비도 삭감되면서 안전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고 R&D 예산안 증액을 촉구했다.
조성경 과기정통부 1차관은 이에 대해 "예미랩을 포함해 기초과학 연구 예산을 전체적으로 재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 의원의 전기세 관련 지적에 대해선 "전기세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고 해결하도록 할 것"이라며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이니 이 부분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한편 투자된 연구비에 비해 출연연의 연구 성과가 적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특허 출원, 논문, 기술 이전 건수를 확인한 결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등 주요 출연연의 연구 성과가 2017년~ 2022년 사이 모두 줄었는데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의했다.
김장성 생명연 원장은 "특허 출원 개수에 신경쓴 게 아니라 특허 출원 심사를 강화하는 등 질적인 성장을 추구했다"고 답했다.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은 "(보고자료가)건수 중심으로 돼 있는데 2017년~2018년은 정량적인 (연구 성과) 지표를 질적 지표로 바꾸는 시기였다"며 "기술 건수는 줄었지만 기술 수입료는 1254억원 정도 성장했기 때문에 내용은 더 좋아지고 있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R&D 예산을 삭감한 이유는 '연구기관의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이 이유로 꼽힌다며 "(한국연구재단 등이) 대학 등 산하기관에 단순히 연구비를 나눠줄 게 아니라 이들 과제수행 기관이 법과 윤리에 맞게 제대로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래야 예산 감축안에 대해 '과학을 무시하냐' 라는 말이 안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