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성패, 데이터에 달렸다] ESG `키`로 부상한 데이터센터… 전기·탄소 `극한 다이어트` 사활
카카오, 빗물·폐열 재활용 실천
해외선 '바다속 센터' 시범운영
4인가구 6000세대 전력량 사용
'전기먹는 하마' 이미지 탈피 모색
"친환경에너지 공급처 늘려줘야"
마른수건 짜듯 ESG 실천나선 클라우드기업
"데이터센터에서 IT(정보기술) 장비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 곳은 냉각설비입니다. 환경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버 등 성능이나 효율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가장 높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동기(chiller) 가동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방문한 경기 화성 삼성SDS 동탄데이터센터는 여느 데이터센터보다 내부 공기가 다소 훈훈하게 느껴졌다. 내부에 설치된 온도계는 27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올해 초 개관한 이곳의 내부에서 온기가 느껴진다고 말하자 이상택 삼성SDS 퍼실리티그룹장은 이같이 설명했다.
이곳은 국내 최초의 HPC(고성능컴퓨팅) 전용 데이터센터로,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 R&D 등 초고속·대용량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산업현장의 혁신을 뒷받침하는 심장이자 두뇌 역할을 한다. 각종 친환경·저전력 기술이 도입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위한 인프라로도 기능하고 있다.
◇'전기 먹는 하마'도 ESG 맞춰 진화 중
기업들은 자체 데이터센터나 전산실을 운용하는 것보다 외부 전문기업을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씀으로써 IT 부문의 ESG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최신 기술과 인력, 노하우를 보유한 전문기업들은 ESG 흐름에 맞게 인프라 서비스를 진화시키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이커머스나 모바일앱부터 DX(디지털전환)를 위한 클라우드, 세계적 화두인 AI까지 각종 디지털 기술을 도입·활용하기 위한 IT인프라다. 하지만 연중 24시간 가동되는 서버·스토리지 등 IT장비와 그 유지를 위한 내부 항온·항습 설비가 소모하는 전력 때문에 '전기 먹는 하마'라고도 불린다.
산업부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1개당 평균 연간 전력사용량은 25GWh(기가와트시)로, 4인 가구 6000세대가 쓰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IT업계에서는 현재 전 세계 전력소비의 3%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2030년께 4%까지 증가할 것으로 본다. 주로 스코프2(간접배출) 영역에 해당하는 데이터센터의 탄소배출량도 그만큼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다른 ESG 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도 데이터센터에서 탄소감축을 이루지 못하면 차질을 빚게 된다.
◇액체에 담가 열 식히고 재생에너지 사용 늘리고
이에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에서 절반가량 비중을 차지하는 냉각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재생에너지 활용이나 탄소배출권 거래 등을 통한 탄소배출량 감축에 나서고 있다. IT시스템을 액체에 담가 열을 식히는 액침냉각(이머전쿨링) 등 보다 효율적인 최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벌이고 있다.
이 그룹장은 "동탄데이터센터의 서버룸은 냉기를 효율적으로 공급할 뿐 아니라 향후 친환경적인 액침냉각 도입에도 수월한 이중마루 구조로 설계됐다. 태양광 패널의 경우 옥상부터 주차장까지 설치 가능한 곳에 모두 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삼성SDS는 절전형 메모리 및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고효율 UPS(무정전전원장치) 등으로 전력효율을 높이고 있다.
◇춘천 찬 바람으로 서버 식히는 네이버…빗물·폐열 재활용하는 카카오
각각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건립해 AI 서비스에 활용하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 네이버·카카오 양대 플랫폼사도 친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먼저 네이버가 2013년 춘천에 세워 운영 중인 '각 춘천'의 경우 강원도의 찬바람을 적극 활용한 외기냉방으로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히고 있다.
온도가 수도권보다 2~3도 낮은 환경을 활용해 외부의 바람을 흡수, 필터로 불순물을 거른 뒤 서버룸 위로 보내 열기를 식히는 구조다. 회사는 본격적인 가동을 앞둔 '각 세종'의 경우 10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간접외기냉방'을 도입하고 향후 액침냉각 적용도 고려하고 있다.
카카오의 첫 자체 데이터센터인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도 공사를 완료하고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고효율 에너지 설비, 우수·중수·폐열 재활용 시스템 도입 및 자연 조건을 활용한 다양한 에너지 절감 기술을 적용했다. 그 결과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1등급과 녹색건축인증 최우수 등급을 획득할 예정이다.
◇바다에 데이터센터 담그는 MS…'워터포지티브' 선언한 AWS
글로벌 빅테크들도 ESG 흐름에 맞는 데이터센터를 구현하기 위해 기술개발부터 스타트업 투자까지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잘 알려진 시도로는 MS(마이크로소프트) 사례를 빼놓을 수 없다. 이 회사는 해저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나틱' 프로젝트를 2015년부터 추진, 2018년 개시한 2단계 사업에서는 영국 오크니 제도 해저 35.7m(117피트)에 서버 864대 규모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고 2년간 시범 운영했다. 2020년 분석을 위해 이를 회수한 결과, 지상 데이터센터에 비해 고장률이 8분의 1 수준에 그치는 등 긍정적인 성과를 냈다. 환경과 비용의 제약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하지만 유의미한 발전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데이터센터의 친환경 척도로는 에너지 효율인 PUE(전력효율지수)가 쓰인다. 1이 최저치이며 이에 가까울수록 효율이 높은 것이다. 이어 최근에는 WUE(물사용효율)도 주요 지표로 함께 거론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증발 냉각 시스템을 사용하는 평균적 데이터센터의 WUE는 kWh(키로와트시)당 1.8L(리터)로, 매일 인구 3만~5만명 규모 도시 하나의 물 사용량을 쓰는 셈이다. 냉각에 쓰이는 막대한 물도 환경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에 글로벌 최대 클라우드 사업자인 AWS(아마존웹서비스)는 2030년까지 '워터포지티브'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자신들이 쓴 것보다 더 많은 물을 환원하겠다는 것이다.
◇마른 수건 짜듯 전기·탄소 줄이는 기업들
데이터센터는 여전히 님비(Not In My Backyard) 현상의 대상으로도 꼽히는 시설이다. 전자파나 오염물질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건립하려면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는 경우가 흔하다. IT 발전으로 늘어만 가는 데이터센터 수요 속에서 친환경 기술 도입·적용 노력은 이런 측면에서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에 대해 이 그룹장은 "건립부터 운영까지 지역 주민과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린데이터센터 인증'을 실시하고 있는 KDCC(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의 채효근 전무(사무총장)는 "최근 국내에서는 IT기업들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소비 전력량을 줄이고자 '한 등 끄기'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마른 수건 짜듯이 전기를 아끼면서 탄소 배출을 줄여 ESG 경영을 실천하려는 것"이라며 "다만 신재생·친환경 에너지 공급이 부족한 만큼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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