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가자지구 진료 다녀온 한국의사, “전쟁은 NO”
[앵커]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충돌이 날로 격화되고 있습니다.
양측이 지상전에 돌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전해지고 있는데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직접 진료 활동을 하셨던 의사 선생님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국립중앙의료원 이재헌 외상전문의십니다.
진료로 바쁘신 와중에 직접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직접 환자 치료를 하셨다고 하셨는데 언제 들어가신 건가요?
[답변]
2018년도인데요.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을 맞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귀환 대행진(Great March of Return)’으로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저는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의사로서 긴급파견되어 알아우다 병원에 있었습니다.
[앵커]
지금 지도가 나오고 있는데요.
알 아우다 병원이 가자 지구 북쪽에 있네요.
[답변]
네...
북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제가 파견 의료진들과 병원 앞에서 찍은 사진인데요.
뉴스를 보니 이 병원이 지금 폭격으로 일부가 파괴됐다고 합니다.
원래 전쟁 때도 병원은 공격하지않도록 되어있는데 이제는 병원도 더이상 안전한 공간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시 매주 금요일마다 이스라엘 접경지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었고, 이스라엘이 그어놓은 접근금지지역에 시위대가 발을 들여놓으면 바로 실탄을 발포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한 시간에 100명씩 응급실로 사상자가 몰려들었는데 저는 팔다리 개방성 골절 환자들에 대해 수술적 치료를 담당했습니다.
[앵커]
가자지구가 거대한 감옥이라고 하는데 실제 그 안에서 어떠셨는지?
[답변]
가자지구에 들어갈 때부터 수용소에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접경지역에는 약 8미터 정도의 육중한 콘크리트 분리 장벽이 전역에 둘러쳐져 위압적인 모습으로 시야를 가리고 있었습니다.
팔레스타인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검문소는 총 6개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당시 북쪽의 에레즈 검문소만이 열려있었습니다.
이런 통제는 2007년부터 시작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가 있을 당시에는 농산품이나 식품은 구호물품과 자급자족으로 가능해서 기본적인 식사에는 큰 문제는 없었는데, 전기는 하루 최대 4시간만 공급이 되었었구요.
상하수도 처리가 잘 안되어 수돗물은 그냥 마실 수 없었습니다.
길가에 가다보면 쓰레기들이 방치되고 쌓여있기도 했습니다.
일자리가 없어서 청년실업률이 65%에 이르는 상태였고, 그 곳 사람들은 '살아도 죽은 것 같은' 절망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앵커]
가자 지구에는 주로 어떤 환자들이 있었습니까?
아무래도 한국에서 진료하는 환자와는 다를 것 같은데요.
[답변]
하반신 총상 환자가 많았습니다.
뼈가 부러진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뼈가 터져나가서 뼈와 살이 없어진 손상 환자들이 많았습니다.
총상환자가 3,500여명이 넘게 발생했는데요.
그때도 다친 환자들을 떠올리면 참담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지금은 무차별 공습 상황이니 그 내부는 상상조차 어려운 훨씬 더 끔찍한 상황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요르단 북부 접경에서 시리아 전쟁 손상 환자를 치료했던 경험을 비추어보면, 공습과 포탄으로 인한 시기에는, 다리 뿐 아니라 신체 여러 부위가 손상된 환자들이 많습니다.
또 이송 중에 사망하거나 병원으로 오지도 못하는 환자들도 많습니다.
응급 환자가 국경을 넘기를 기다리며 대기하는, 의료진으로서는 너무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앵커]
국경없는 의사회 소속 의료진들이 아직도 가자 지구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최근 소식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답변]
국경없는의사회 홈페이지에서 현지 상황을 업데이트를 해주고 있는데요.
지난 2주 이상 가자지구가 완전봉쇄 상태였었고, 병원들은 과부하 상태로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마저 바닥에 누워있는 상태이고, 대피한 사람들로 인해 내부에서 걸어다니기 힘든 정도라고 합니다.
특히, 약품과 연료를 공급받지 못해 인명구조를 위한 기초적인 병원활동을 진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완전봉쇄가 있기 전, 2개월치 비상용 지원품을 알 아우다병원으로 보냈었는데, 사상자가 너무 많아 단 3일만에 3주치 분량이 소진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가장 시급한 점은 식수 위생과 기본적인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인데, 상황이 극도로 심각한 것 같습니다.
[앵커]
가자 지구 외에도 요르단, 부룬디, 아이티 등 여러 분쟁, 재해 지역을 다녀오셨습니다.
전쟁을 가까이에서 본 소회라고 할까요? 의견을 좀 말씀해주시죠.
[답변]
무섭고 슬픈 일입니다.
어느 쪽이든 전쟁의 피해자는 무고한 시민이고 힘없는 약자, 특히 어린이들입니다.
살아서 병원에 도착한 환자들을 열심히 치료해보지만 살리기가 어렵고, 운좋게 살아남더라도 평생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합니다.
환자와 주변 사람들의 가혹한 삶의 무게들이 가늠이 되지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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