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천만 원 키 크는 주사약, 무턱대고 맞지 마세요”
[앵커]
작은 고추가 맵다.
키 크면 싱겁다, 예전에 어르신들이 이런 말씀 많이하셨는데요 하지만, 요즘은 이 개그 코너의 제목처럼 다들 키가 컸으면, 하고 바랍니다.
그동안 여러 방법들이 개발돼왔습니다.
아이가 먹으면 키가 쑥쑥 큰다는 영양제도 있었고, 성장판을 자극해 키를 키운다는 운동기구도 등장했었습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 아니어서 당국의 제재를 받기도 했죠.
그런데 최근엔 이른바 키크는 주사가 인기라고 합니다.
큰 병원에서 광고까지 하며 놓는 주사니 당연히 믿을만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이 주사, 실은 일반인에게는 효과가 없고, 특별히 키가 작은 저신장증을 앓고 있는 아이에게만 효과가 있는 주사였습니다.
이승재 기자가 자세히 보도합니다.
[리포트]
초등학교 5학년 딸을 둔 박 모 씨, 자녀의 예상 키를 확인하기 위해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를 찾았습니다.
검진 결과, 최종 예상키는 154cm, 추천받은 건 성장호르몬 주사인 이른바 '키 크는 주사'였습니다.
[박 모 씨/초등학교 5학년 학부모/음성변조 : "예상 키가 좀 작게 나와서 선생님이 한번 맞혀 보는 게 어떠냐고 권유하시더라고요."]
약값이 1년에 천만 원 가까이 들어가는데, 아이의 키가 행여나 더 클 수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에 지갑을 열게 됩니다.
[강 모 씨/초등학교 4학년 학부모/음성변조 : "(의료진이) 5cm에서 10cm는 더 크게 됩니다. 못 커도 5cm가 큰다고 하니깐..."]
하지만 학계에선 키 크는 주사가 '터너증후군' 등 저신장증인 아이들과, '특발성 저신장증'인 아이들에게만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발성 저신장증'은 100명의 아이 중에 키 작은 순서로 하위 3% 이하에 속하는 아이들을 뜻합니다.
[최지은/한국보건의료연구원 본부장 : "그 이상 더 큰 아이들에 대해서는 정말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가 연구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상황이죠."]
이런데도 매해 처방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는데, 최근 3년간 '키 크는 주사' 처방 건수는 천만 개를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이 중에서 '저신장증'과 '특발성 저신장증'으로 처방된 건 전체의 9%뿐입니다.
나머지는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투약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영주/국회 보건복지위원/더불어민주당 : "일반 청소년들의 키 성장에 효과가 있는 듯이 광고 및 처방을 하고 있는데 복지부와 식약처는 이에 대한 특별 점검을 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장기 부작용 등은 현재까지 연구된 것이 없어 처방에 대한 적절한 관리 감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KBS 뉴스 이승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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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sj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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