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구속 기로·카뱅 경영권 리스크…위기 커진 카카오
법인 벌금형 이상 확정되면 카카오뱅크 주식 팔아야
카카오 경영진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금융감독원이 카카오 법인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공식 시사했다. 연루된 개인만이 아니라 기업 카카오 또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법인 처벌이 현실화하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대주주 요건을 잃게 된다.
이복현 "카카오 법인에 대한 처벌도 적극 검토"
2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에서 열린 ‘금융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최근 문제가 된 건(카카오의 주가조작)을 이번주 내에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며 “법인에 대한 처벌 여부 등도 적극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2월 카카오와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두고 경쟁하는 동안 카카오가 SM엔터 주식을 약 2400억원어치 집중 매수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다. 주가를 띄워 하이브의 주식 공개 매수를 막으려 했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카카오가 기타법인을 통해 주식을 매집해 매수 주체를 의도적으로 숨긴 점, SM엔터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도 주식대량보유보고를 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카카오가 고의적 시세 조종을 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카카오 법인에 양별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 따져보고 있다. 양벌규정은 대표나 경영진 등이 법을 위반한 경우 법인도 함께 처벌받는 규정이다. 금감원은 앞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개인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양벌규정을 적용하면 카카오의 카카오뱅크 경영권엔 큰 리스크가 생긴다. 카카오뱅크의 대주주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아니라 카카오 법인이라서다. 인터넷은행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의 지분 10%를 넘게 보유한 산업자본은 최근 5년간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27.17%를 보유 중인 대주주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한다. 규정상 대주주에 적합하지 않다면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은행에 대한 지분을 10% 이하로 줄이도록 명령할 수 있다. 이 경우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10%만 남기고 나머지 17.17%를 다른 회사에 넘기거나 공개매각 해야 한다.
이 원장은 이날 카카오의 SM엔터 주가 조작을 두고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이번 건은 기본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한 범죄”라며 “과징금이나 벌금 등을 통해 취득한 경제적 이득이 박탈될 수 있도록 하고, 불법 거래를 통해서 이룩하려 한 기업·경제적 구조가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의자' 김범수 센터장, 구속영장 기로
김범수 센터장도 구속영장 기로에 서 있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카카오의 SM엔터 시세 조종 과정에서 김 센터장이 지시했거나 사안을 보고받는 등 개입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지난 23일엔 김 센터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5시간40분간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금감원 안팎에선 금감원 특사경이 김범수 센터장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 여부 결정을 이번주 안에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 센터장은 임의조사를 받은 것이고, 체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라며 “특사경이 2~3일간 검토해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금감원이 오는 27일 금융위원회와의 합동 국정감사를 앞둔 만큼 국감 전에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사경은 24일 홍은택 카카오 대표와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도 금감원에 소환했다. 지난달 소환조사에 이은 조치다. 지난 13일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3명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배 투자총괄대표는 구속된 상태다. 금감원은 나머지 두 명에 대해선 보강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이날 이복현 원장은 “권력이나 돈이 있는 이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 당국이 수차례 경고했다”며 “이 사건은 경고 이후에 발생했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만큼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에 대해 엄정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이어 “국민의 신뢰를 쌓기 위해선 불공정이나 불법이 발생했을 때 정부 당국이 적절히 대응한다는 명확한 시그널(신호)이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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