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결석 제거 수술로봇, 혁신의료기술 선정에 사업 탄력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3. 10. 2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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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 개발한 수술 로봇
지난달 혁신의료기술로 지정
KAIST 교수가 만든 로엔서지컬
세계 시장 진출 위한 기반 마련
권동수 로엔서지컬 대표
국내 스타트업 로엔서지컬이 개발한 수술 로봇이 혁신의료기술에 선정되면서 병원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혁신의료기술에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수술 로봇이 선정된 것은 관련 제도가 도입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국내 수술 로봇의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0일 스타트업 로엔서지컬의 자동화 시스템 로봇 수술기인 ‘자메닉스(Zamenix)’를 사용하는 로봇 보조 연성신요관경하 결석제거술이 혁신의료기술에 선정됐다고 고시했다. 혁신의료기술이란 인공지능(AI)이나 3D프린터, 로봇 등을 이용한 미래 유망 기술의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혁신의료기술에 선정되면 조기 시장진입이 가능해지며, 향후 3~5년간 병원에서 선별급여 또는 비급여로 사용이 가능하다. 실시 기간동안의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향후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결정된다.

로엔서지컬이 개발한 자메닉스는 요로결석 환자의 수술에 활용된다. 일반적으로 신장에 생긴 결석의 크기가 5mm~2.5cm 사이일 경우에는 요도를 통해 내시경과 레이저를 넣어 신장 내에서 파괴한 뒤 바스켓으로 이를 끄집어 낸다. 수술에는 두 명의 의사가 필요하다.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수술로봇, 혁신의료기술 지정
자메닉스는 로봇을 이용해 요도로 지름 3mm의 내시경과 레이저를 넣은 뒤 결석을 파괴한다. 권동수 로엔서지컬 대표는 “이 과정에서 결석을 요도를 통해 빼도 되는지 로봇이 판단하고 레이저로 결석을 파괴할 때도 로봇이 정밀하게 타격한다”며 “또한 수술 시 환자의 호흡으로 인한 움직임도 계산해 행여라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한 의사 한 명이 간단한 조작으로 내시경과 레이저를 움직일 수 있다”며 “의사가 수술 과정에서 손목, 어깨를 많이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만큼 피로도를 크게 줄였고 수술 시간도 줄였다”고 설명했다.

로엔서지컬은 서울대병원과 지난해 추진한 임상 시험에서 효과를 확인했다. 임상 결과 자메닉스는 93.5%의 높은 결석 제거율을 보였다. 권 대표는 “수술 후 6.5%의 환자에서 경증 합병증 만을 보여 안전하게 수술을 완료할 수 있음을 보였다”며 “로봇의 정밀한 움직임으로 수술을 진행하는 만큼 부작용을 크게 낮출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요로결석 환자 수는 2018년 29만2743명에서 지난해 31만7472명으로 4년만에 8.4%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진료비 역시 2018년 2934억원에서 지난해 3962억원으로 연평균 증가율은 7.8%에 달한다.

로엔서지컬
로엔서지컬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과 중동 등 요로결석 환자 비율이 높은 해외 시장이다. 한국의 요로결석 유병율은 10%이고 유럽은 5~9%, 북미는 7~13%, 중동은 약 20%에 달한다. 권 대표는 “의료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만큼 내년까지 임상 데이터를 폭넓게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어 미국과 중동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에 로봇 기업들이 관련 수술 로봇을 출시했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기존 수술법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자메닉스의 효과, 안정성 등이 높다는 게 입증되고 있는 만큼 해외 시장 진출도 서두를 것”이라고 말했다.
요로결석 환자 많은 세계 시장 진출
2018년 창업한 로엔서지컬이 단 기간 내에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는 20년 넘게 쌓인 기술력이 토대가 됐다. 조지아공대에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스페이스 셔틀 팔(arm)을 제어하는 연구를 했던 권 대표는 1996년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로 부임하면서 원격 수술 로봇 개발에 나섰다. 이후 20년 넘게 미래의료로봇연구단을 이끌면서 국내 의료로봇 분야에서 가장 많은 성과를 냈다.

권 대표는 정년을 5년 앞둔 2017년, 남미를 여행하면서 더욱 의미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그는 “논문과 특허를 많이 보유했지만 대부분 동물 실험에서 연구는 끝이 났고 활용까지 이어지기 쉽지 않았다”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연구를 사람을 위해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연구실 학생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고 제자 8명과 함께 로엔서지컬을 창업했다.

권 교수와 제자들은 무엇보다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병원을 뛰어다녔다. 그는 “세브란스 병원 6개월, 미국 텍사스대병원 2개월 등 1년 가까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보니 어떤 분야에 집중해야 할지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로엔서지컬은 숨가쁘게 달려왔다. 창업 1년 만인 2019년 프로토타입 로봇을 만들었으며 2020년에는 임상시험이 가능한 로봇을 개발했다. 2021년에는 동물 실험을 끝냈고 2022년 서울대 병원 등과 임상을 통해 효과를 확인했다. 올해는 혁신의료기술에 선정되는 등 창업 이후 매년 성과를 냈다. 그 과정에서 여러 투자사들로부터 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지했다. 권 대표는 ”내년에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2025년 세계 시장 진출이라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동수 대표가 수술 로봇 자메닉스를 설명하고 있다.
국내 기술로 세계 시장 선점해 나갈 것
권 대표는 로봇이 의료기술과 접목될 경우 누릴 수 있는 효과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아직 활용도가 적다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로엔서지컬의 기술이 활용될 범위가 많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로봇 개발이 끝나고 임상 데이터가 쌓일수록 다양한 의료 현장에서 협력 요청이 오고 있다“며 ”혈관을 통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로봇 기술을 활용한 만큼 심장, 췌장, 폐 등을 다루는 의사들과 협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엔서지컬은 자메닉스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로써 다양한 환부에 접근해 수술할 수 있는 유연내시경 로봇인 ‘모듈러엔도’를 준비하고 있다. ‘모듈러엔도’는 2023년까지 프로토타입의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다.

권 대표는 ”로봇 수술은 환자에게는 높은 수술 예후와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고, 의사에게는 수술 편의, 질 높은 수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병원에는 환자들의 빠른 회복을 통해 높은 병상회전률과 환자들의 대기시간 단축, 부작용으로 인한 반복 방문 횟수 단축 등 보다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술 영역은 오랜 교육과 경험이 뒷받침 되어야 이루어질 수 있는 분야인데, 이는 개인의 역량에 따라 수술의 예후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로봇은 일관된 수술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며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수술 로봇으로 다빈치와 같이 새로운 거대 로봇 수술 시장을 창출해 낼 수 있다는 자신이 있는 만큼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일 것” 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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