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 곳곳 마약광고… QR코드→텔레그램방 접속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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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경기 일대에서 대학을 돌며 명함 크기의 액상 대마 광고를 살포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이 남성은 4년 전에도 대마를 팔았다가 적발돼 처벌받은 전과가 있어 경찰은 실제로 마약류 판매를 시도했을 가능성을 포함해 수사 중이다.
전문가들은 광고를 보고 액상 대마 구입 등을 위해 돈을 송금할 경우 실제로 마약류를 사지 않았더라도 처벌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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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 서울 강남 학원가에 ‘마약 음료’가 배포된 데 이어 대학 캠퍼스에서 공공연하게 ‘마약 광고’가 뿌려지면서 마약이 점차 일상으로 침투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액상 대마 광고 200장 대학 3곳에 배포
24일 서울 광진경찰서는 전날 오후 8시 28분경 서울 송파구의 거주지 인근 거리에서 A 씨를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 씨는 이달 20, 22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마포구 홍익대, 경기 성남시 가천대를 돌며 직접 제작한 액상 대마 광고 200장을 살포한 혐의를 받는다.
명함 크기의 광고에는 “영감이 필요한가? 당신을 위한 획기적 제품 ‘액상 대마’를 준비했다. 완전히 ‘합법적’”이란 문구와 함께 “한 모금만 들이켜면 맛 간다” 등의 내용이 영어로 적혀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대학 예술대 건물 위주로 돌며 광고를 배포했다”며 “예술 관련 학생에게 영감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실제 액상 대마를 판매할 계획은 아니었다”며 마약류 판매 혐의는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A 씨의 주거지에서 정체불명의 액체를 발견했다. 또 A 씨가 2019년에 대마를 판매했다가 처벌받은 전과를 확인하고 실제로 액상 대마를 판매하려 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A 씨가 “액상 전자담배”라고 주장한 액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 A 씨는 간이시약검사에선 마약류 ‘음성’ 결과가 나왔는데 경찰은 정밀 검사를 위해 A 씨의 소변과 모발도 국과수에 보냈다.
● 대마초 모양 QR코드로 텔레그램 연결
A 씨는 광고 뒷면에 텔레그램 대화방으로 자동 연결되는 대마초 모양의 QR코드를 넣었다. 경찰은 A 씨가 광고를 보고 접속한 사람들에게 액상 대마를 판매하거나 액상 대마를 미끼로 금품을 뜯어내려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광고를 보고 실제로 액상 대마를 구매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하지만 마약 광고가 발견된 대학 학생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홍익대 경제학과 3학년 김수아 씨(22)는 “대학생들이 마약류를 술, 담배처럼 쉽게 구할 수 있겠구나 싶어 무서웠다”고 말했다. 건국대 수학과 3학년 류정현 씨(25)는 “대학까지 마약 광고가 퍼진 걸 보고 일상 곳곳에 이미 마약이 스며들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광고를 보고 액상 대마 구입 등을 위해 돈을 송금할 경우 실제로 마약류를 사지 않았더라도 처벌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진실 마약 전문 변호사는 “불특정 다수에게 광고를 배포한 것은 판매 루트를 확대하려는 판매자의 수법”이라며 “미수에 그치더라도 마약류를 거래하겠다고 돈을 보내면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애초에 거래 시도를 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범진 마약퇴치연구소장도 “대마는 가벼운 마약류가 아니다. 소지 및 투약은 명백한 불법이고 향후 추가 범죄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여근호 인턴기자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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