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리 발탁에 김도영과 문동주가 드디어 만났다… APBC 엔트리 확정, 그런데 바뀔 수 있다고?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2년 시즌을 앞둔 KIA의 가장 큰 고민은 현장에만 있지 않았다. 미래에도 있었다. 지역에서 최고의 재능이 한꺼번에 둘이나 튀어 나왔다. 시속 150㎞ 이상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우완 문동주(20), 그리고 ‘제2의 이종범’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던 김도영(20)을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둘 중 하나만 우선적으로 뽑을 수 있었고, 결국 KIA는 당시 팀 사정과 미래 계획에 따라 김도영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김도영을 선택했다. 문동주는 예상대로 전국 단위 1차 지명권 1순위를 가지고 있었던 한화의 품에 안겼다. 두 선수는 이후 꽤 치열한 라이벌리를 이루며 KBO리그 팬들의 흥미를 모으고 있다. 확실한 건, 두 선수 모두 KBO리그를 이끌어나갈 만한 차세대 스타라는 점이다.
문동주는 지난해 1군 13경기에서 28⅔이닝을 거치며 예열을 마쳤다. 한화는 고교 시절 많은 공을 던진 문동주를 체계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선수도 차분하게 단계를 밟을 수 있었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23경기에서 118⅔이닝을 소화하며 8승8패 평균자책점 3.72라는 가시적인 성과와 함께 시즌을 끝냈다. 시속 150㎞대 중‧후반의 강속구를 던지면서 팬들의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런 문동주는 최근 끝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리고 대표팀의 에이스로 가장 중요했던 경기에 선발 등판하며 금메달에 일조했다. 특히 가장 중요했던 대만과 결승전에서 좋은 투구를 펼치며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소속팀 한화는 다시 최하위에 빠지며 고민을 남겼지만, 적어도 문동주가 리그의 미래를 선도할 에이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자체에는 의문부호가 없었다.
고졸 신인은 대개 야수보다는 투수가 먼저 두각을 드러낸다. 하지만 김도영도 꾸준하게 기회를 얻으며 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야수 유망주가 됐다. 김도영은 지난해 1군 103경기에 나가 적응을 마쳤고, 비시즌 동안 가장 기량이 성장한 선수로 KIA의 큰 기대를 모았다. 비록 시즌 개막 시리즈에서 중족골 골절로 오랜 기간 재활하기는 했지만, 복귀 후 맹활약하며 이제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김도영은 올해 부상으로 84경기밖에 나서지 못했지만 103개의 안타를 때렸다. 규정타석에는 모자라지만 3할(.303) 타율을 기록했고, 7개의 홈런과 47타점, 그리고 25개의 도루를 보탰다. 잘 성장하면 3할과 20홈런-40도루 이상을 기록하는 유격수가 될 수 있다는 기대치가 틀리지 않음을 증명했다.
그런 두 선수가 이제 대표팀에서 만난다. 한솥밥을 먹는 건 처음이다. 문동주가 항저우에 간 것과 달리, 예비 명단에 있었던 김도영은 시즌 초‧중반을 부상으로 날린 탓에 최종 명단에 들어갈 만한 명분을 만들지 못했다. 시즌 막판 좋은 활약으로 유력한 대체 선수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대표팀 차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는 11월 15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열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에는 두 선수 모두 이름을 올렸다. APBC는 만 24세 이하 선수, 그리고 프로 3년 차 이하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다. 올 시즌 성적을 봤을 때 두 선수의 합류는 일찌감치 예상된 부분이 있었다. 고교 시절에 이어 프로에서도 서로 적으로 싸웠지만 정작 맞대결 경험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두 선수는 이제 대표팀의 우승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KBO는 24일 두 선수가 포함된 APBC 26명 최종 엔트리를 확정했다. 항저우 대회 출전 기준과 이번 대회 출전 기준이 상당 부분 겹치는 만큼 항저우 대회 당시 출전했던 젊은 스타들이 대거 도쿄로 떠난다. 2017년 대회 당시 일본에 밀려 준우승을 기록했던 한국이지만, 현재 전력은 당시보다 더 좋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미 리그에서 꽤 많은 것을 이룬 젊은 선수들이 총망라됐다. 이번에야말로 우승을 차지하며 항저우 금메달의 기세를 이어 간다는 각오다.
선발 투수로는 우완 에이스로 평가받는 문동주 외에 원태인(삼성)과 곽빈(두산)이 합류했다. 좌완으로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대회 직전 탈락해 논란이 불거졌던 이의리(KIA)가 재합류했고, 오원석(SSG)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불펜으로는 아시안게임에서 뛰었던 정우영(LG), 박영현(kt), 최지민(KIA), 김영규(NC)가 재소집된 가운데 정해영(KIA), 최준용(롯데), 최승용(두산)이 새롭게 합류했다.
포수진은 아시안게임에 나갔던 김형준(NC), 김동헌(키움) 외에 손성빈(롯데)이 추가로 합류했다. 내야진은 김혜성(키움), 문보경(LG), 노시환(한화), 김주원(NC)이 항저우 금메달 이후 다시 뭉치는 가운데 김도영과 김휘집(키움)이 새롭게 합류했다.
외야진은 최지훈(SSG), 강백호(kt), 김성윤(삼성), 윤동희(롯데)에 박승규(상무)가 새롭게 발탁된 것이 눈에 들어온다. 박승규는 2019년 삼성의 2차 9라운드(전체 82순위) 지명을 받은 뒤 올해 상무에 입대했다. 올해 퓨처스리그 74경기에서 타율 0.253, 4홈런, 46타점, 12도루를 기록했다. 제대 전 팬들에게 미리 눈도장을 받을 기회를 얻었다.
다만 이 엔트리가 끝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KBO 포스트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APBC 대표팀은 오는 11월 5일 소집돼 11월 6일부터 13일까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훈련 및 연습 경기를 한다. 그리고 11월 14일 일본으로 출국한다. 그런데 현재 한국시리즈가 7차전까지 간다면 종료 시점이 11월 15일로 예정되어 있다. 한국시리즈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어떤 대진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실질적으로 한국시리즈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곧바로 대표팀에 합류하기는 다소간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한국시리즈가 6차전 이상의 장기전으로 간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KBO는 “포스트시즌 일정에 따라 소집 훈련 참가 인원에는 변동이 있을 예정이다. 또한 한국시리즈 일정에 따라 대회에 출전하는 최종 엔트리도 조정될 수 있다”고 예고했다.
그래서 KBO는 26인 최종 명단 외에 20인 예비 엔트리도 동시에 발표했다. 우완 투수로는 박명근(LG), 손동현(kt), 김시훈 신민혁(이상 NC), 조병현 김태경(이상 상무)이 포함됐다. 좌완 투수로는 윤영철(KIA), 이승현(삼성), 이병헌(두산)이 이름을 올렸다. 포수는 한준수(KIA), 허인서(상무)가, 내야에는 전의산(SSG), 김지찬(삼성), 안재석(두산), 문현빈(한화), 한태양 나승엽(이상 상무), 외야에는 김현준(삼성), 고승민(롯데), 김대한(두산)이 예비 엔트리에서 대기한다.
일단 LG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상태다. 정우영 문보경의 출전 여부가 다소 불투명하다. 우완과 내야 쪽에서 보결이 있을 수 있다. 정규시즌 2위 팀인 kt가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한국시리즈에 간다면 박영현 강백호도 빠질 수 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NC도 김영규 김주원이 소속되어 있다. 결국 많으면 4명 정도의 엔트리 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예비 엔트리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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