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vs 민주당’ 유치경쟁 된 산업은행 이전
전북 “부산보다 더 낙후, 이전 지역 바꿔야”
산은법 개정안, 정무위 논의는 올해 1번 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KDB 산업은행 본점 이전’ 지역을 부산이 아닌 충청 또는 호남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야권에서 나왔다. 산은 이전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PK(부산·울산·경남)와 타 지역 간 이견이 극심한 사안이다. 지역구 이해 관계와 직결되는 문제여서다. 특히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야권의 ‘표심 갈등’으로 격화하면서, 21대 국회 회기 내 관련 법 처리도 난항을 겪고 있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산은 이전을 두고 민주당 의원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통상 국감에선 피감기관 측과 야당 의원 또는 여야 의원 간 충돌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날 국감에선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산은 본점을 유치하려는 지역구 의원들의 상반된 발언이 나왔다.
‘부산 촌동네에서 온 국회의원’이라는 말로 질의를 시작한 박재호(부산 남구을) 민주당 의원은 “지방 젊은이들이 자기를 소개할 때 ‘지방에 사는 죄인’이라고 한다”며 “서울에 올라올 돈도 없고 부모가 어려우면 지방에 사는데 스스로를 죄인이라고 소개한다. 서울과 수도권이 아니면 모두 다 촌동네다”라고 했다.
박 의원은 “수도권은 IT, 반도체, 바이오를 중심으로 성장을 했다”며 “지방이 전통적 제조업 중심으로 새로운 도약을 할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와야 한다”고 했다. 또 “(산은 측은) 법 개정이 안되면 할 일이 없다는 자세 말고 노조도 설득하고, 공론의 장도 만들고, 의원들을 직접 설득해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북 전주병을 지역구로 둔 같은 당 김성주 의원은 ‘지역 균형발전’ 취지에 맞게 전북 등 금융 분야 낙후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60개 산업은행 지점 중 8개가 동남권에 있다.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것”이라며 “해양산업금융본부와 동남권투자금융센터도 이전을 하는 등 수도권과 맞먹는 규모의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산은이 이전한다고 해서 과연 동남권 제조업부흥을 위한 금융 지원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했다. 또 “전북은 국민연금 등 중장기 투자를 해 온 기관이 있어서 산은 입장에선 오히려 국민연금과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게 훨씬 낫다. 굳이 부산으로 갈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부산 이전에 균형발전적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균형발전 측면 보다는 동남권 지역을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든다는 정책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법안소위가 시작되는 시기에 그런 (의원들이 지적한)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날 산은 부산 이전의 근거가 빈약하다는 취지의 자료도 냈다. 충청과 동남권 소재 벤처기업 수는 비슷하지만, 동남권에는 산은 8개 지점과 해양산업금융본부, 동남권투자금융센터 등이 있어 충청권보다 이미 나은 환경을 갖췄다는 것이다. 또 신규거래처수와 자금공급액도 충청권 및 호남권이 동남권을 넘어선다며 부산 이전을 고집할 명분이 부족하다고 봤다.
산은 본점을 옮기려면 우선 ‘한국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 법이 ‘산업은행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현재 국회 정무위에 계류 중이며, 올 들어 정무위에서 단 한 차례 다뤄졌다. 지난 7월 4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안건으로 다룬 게 전부다.
민주당 PK 지역 차원에선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박 의원과 전재수(북강서갑)‧최인호(사하구갑) 의원 등 12명은 지난달 산은 본점 부산 이전의 근거를 마련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지도부를 만나 산은법 개정안을 올해 안에 처리하도록 설득하겠다”고 했었다.
국민의힘 정무위 관계자는 “대선 공약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여당은 다른 말이 안 나왔다”며 “지역구 의원들에겐 여야 입장 이전에 자기 지역 이슈가 더 중요하다. 당장 총선이고, 민주당 내 의견이 제각각이라 야당 입장이 정리가 돼야 법안 논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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