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지를 파려고 면봉을 절대 사용해선 안되는 이유

박양수 2023. 10. 2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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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클릭아트 제공]

매일 습관처럼 면봉으로 귀지를 파내는 사람들이 있다. 쌓이는 귀지로 인해 청력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거나, 귀지로 인해 생기는 간지러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특히 청력의 감소는 단순히 생활상의 어려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적 상호작용을 어렵게 할 수도 있고, 심지어 생사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예컨대 길을 건너려는데 갑자기 자동차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그 충격은 어떠할까. 청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늘 이러한 난관에 부딪치기 마련이다.

나이가 들면서 짜증나는 점 중의 하나는 달리는 전철 안 등 사람들이 붐비는 장소에서 대화를 주고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모여 얘기를 나누지만, 겨우 몇 단어 밖에 알아듣지 못한 채, 웃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다수의 대화로부터 고립되는 우울한 경험이다.

만약 이런 문제가 귀에 쌓인 귀지로 인해 생긴 것이라면 즉시 그 문제에서 벗어날 방도가 있을 것이다. 청력 감소를 어려움을 겪다가 의외로 문제의 일부가 귀지 때문이란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귀지는 외이도를 따라 늘어선 피부의 땀샘에서 분비된다. 미국 이비인후과학회에 따르면 귀지는 몸이 만드는 정상적인 물질이며, 귀를 보호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귀지는 산성 성분이어서 세균과 바이러스 침입을 막고, 귀 보습을 돕는다. 또 외이도와 붙어 있는 뼈와 연골을 보호한다. 생성된 오래된 귀지는 점차 외부로 이동해 쉽게 씻겨 나간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귀지를 너무 많이 파내게 되면 되레 귀지샘을 자극, 귀지 분비가 늘어날 수 있다. 보습력이 떨어져 전보다 더 가려워질 수도 있다.

다만, 어떤 사람들에겐 이러한 메커니즘에 결함이 생길 수 있다. 귀지가 쌓여 결국 외이도를 막게 되는 것이다. 몇 달에 한번, 또는 매년 정기적으로 귀를 막는 귀지를 제거하는 환자도 있다.

귀지를 제거하지 않을 경우 3가지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영국 국립 청각장애인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청각 장애인의 73%가 귀지로 인해 청력 상실을 겪은 경험이 있고, 37%는 이명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위험은 감염 문제다. 샤워나 목욕, 수영을 하는 중에 물이 귀지로 막힌 귀에 들어갈 경우 청각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막힌 귓속의 따뜻하고 습한 환경은 박테리아가 번식하기에 최적의 상태여서 조속히 치료하지 않으면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드문 사례이기는 하지만 중이 감염으로 인해 고막 천공이 발생하고, 심지어 패혈증이나 수막염(감염이 뇌를 향해 터질 수 있음)까지 이어질 수 있다.

세 번째 위험은 막힌 외이도로 인해 환자가 스스로 막힌 귀를 뚫으려고 할 때 발생하는 귀 손상이다.

면봉 등을 이용해 막한 귀지를 파내려고 시도하다가 귓구멍에 상처를 낼 가능성이 높다. 청각 전문의는 "면봉으로 귀지를 들어 올리려고 시도하면 오히려 외이도 아래로 더 깊이 밀어 넣을 수 있다"며 "귓속 피부 조직이 얇아서 외부의 작은 자극에도 상처와 염증이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특히, 목욕 후에 귀지를 파는 것은 더 위험하다. 목욕 후 귓속의 피부가 부드러워진 상태에서 귀 안의 약한 피부를 자극하면 아무리 부드러운 면봉이라도 찰과상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상처에 세균이 감염되면 급성외이도염에 걸릴 위험이 있다. 따라서 귓속에 면봉이나 귀이개 등을 지나치게 깊숙이 넣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고막은 0.1mm의 아주 얇은 막이어서 약한 충격에도 쉽게 찢어져 자칫 고막에 구멍이 뚫리는 '고막천공'이 생길 수 있다. 고막에 천공이 생길 경우 소리를 더 이상 청각 신경에 전달하지 못하는 청각 장애가 장기간 발생할 수 있다.

귀지가 귓구멍을 막았거나 귀지가 많이 생기는 체질이라면 병원을 자주 방문해 안전하게 귀지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 이비인후과학회는 소리가 잘 안 들리거나 귓속이 꽉 찬 느낌이 들 때, 귓구멍이 아프거나 피가 흘러나올 경우 반드시 병원 전문의를 찾을 것을 당부했다. 귀가 가렵더라도 귀 바깥쪽을 어루만져 털어주거나, 깨끗한 면봉으로 겉으로 나온 귀지만 살짝 제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한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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