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단타’ 아니라 ‘장타’를 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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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시장에서 '장기투자'는 유니콘과 다름없다.
'좋다는 주식에 빨리 올라타 먹고 빠지는' 소위 단타가 대세 투자기법이 돼버렸다.
단타는 그때마다 달팽이 더듬이처럼 순간 움츠러들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한 자산운용사 본부장은 단타는 '중산층 붕괴'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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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재산형성 수단인 펀드도 예외가 아니다. 쉽게 거래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는 펀드로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 그저 테마종목 가운데 하나로 취급될 뿐이다. 주식처럼 쉼 없이 거래된다.
투자자들 성향이 괄괄하다고 비판할 수 있다. 실제 그런 측면도 있다. 몇 달 전 이차전지, 반도체가 뜨니 득달같이 달라붙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추종 개미'들만 탓하고 있을 것인가. 금융당국도 시장이 널뛸 때면 소비자경보를 울린다. 변죽만 울리는 일이다. 세력이 겁을 먹지도, 개인들이 조심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단타는 그때마다 달팽이 더듬이처럼 순간 움츠러들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근본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까.
한 자산운용사 본부장은 단타는 '중산층 붕괴'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사회를 지탱할 허리가 얇아지면서 사회 전체가 경제적 희망을 놓아버렸고, 근로소득으로 계급 사다리를 오르는 일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데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그 때문에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수백% 수익률을 봤다는 소식은 손을 근질거리도록 만든다. 그 순간엔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비합리적 판단이 진리로 둔갑한다. 모두 '대박'이 아니고서는 경제적 지위를 올릴 수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빚을 내 투자하거나 소위 '잡코인'에 돈을 몰아넣는 행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가난한 사람이 아닌, 가난인 것처럼 단타에 나선 개인들을 흉보기보다 이를 유발한 원인을 짚는 게 효율적이다. '희망'을 위한 사회개혁이 어렵고 오래 걸리지만 고민해 봐야 하는 이유다. 물론 중산층이 두꺼워진다고 금세 장기투자판이 만들어지진 않는다.
구체적 차원에선 장기투자에 대한 유인을 제공하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확대 등을 통한 세제혜택 적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긴 호흡으로 더 많은 이들이 투자할 유인을 가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방향을 기본으로 설정해야 한다. 감독기구만 열심히 움직인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시장의 체질 자체를 변혁하려면 '장타'를 쳐내야 한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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