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채권·주식이 저평가돼 있다
지난 2·4분기 가계(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 포함)는 5079조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했다. 가계는 금융자산을 현금 및 예금, 주식, 채권, 보험 및 연금으로 나눠 운용한다. 지난 2·4분기 가계 금융자산에서 예금 비중이 46.9%로 2021년의 43.4%보다 상당 폭 늘었다. 은행 예금금리가 한때 5%를 넘는 등 금리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었다. 이와는 달리 가계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 비중은 같은 기간 23.0%에서 22.1%로 낮아졌다. 채권 비중은 2.3%에서 3.1%로 약간 높아졌지만, 2014년 6.2%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우리 경제여건을 보면 채권과 주식이 저평가 상태에 있다. 우선 현재 금리가 적정 수준보다 높다. 금융시장에서 대표적 시장금리 가운데 하나가 10년 만기 국고채수익률이다. 이 금리가 2022년 10월 4.6%에서 올해 2월에는 3.2%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10월 들어서 다시 4%를 넘어서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동월비 3.7%로 7월 2.3%보다 높아진 것이 금리상승의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다가 미국 10년 국채수익률이 5.0%까지 오르면서 우리 금리를 상승시켰다.
그러나 빠르면 4·4분기 중·후반부터 시장금리는 다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시장금리는 장기적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2001~2022년 10년 국고채 수익률이 연평균 3.9%로 명목 GDP 성장률(5.7%)보다 낮았다. 필자가 추정해 보면 2023년 우리나라 잠재 명목 GDP 성장률은 3.7%가량이다. 현재 4%를 넘어선 시장금리가 적정 수준보다 높다는 의미이다.
우리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여전히 자금잉여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총저축률이 34.1%로 국내총투자율(32.7%)보다 1.4%p 더 높았다. 돈의 공급(저축)이 수요(투자)보다 많아 금리가 하락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올해 6월 말 우리 기업이 가지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917조원이었다. 기업(주로 대기업)이 이렇게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에 앞으로 기업의 자금수요도 줄어들 것이다. 은행은 자금운용에서 기업 대출이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유가증권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은행은 자산운용에서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더 강조하기 때문에 주식보다는 채권에 더 많은 자산을 투자하고 있다. 6월 은행의 자산 가운데 주식 비중이 3.4%로 2014년 말 4.2%를 정점으로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채권 비중은 같은 기간 12.8%에서 14.5%로 높아졌다.
주식도 저평가 상태인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명목 GDP가 2.5%(실질 GDP는 1.2%) 성장한다면 적정 코스피는 3047 정도이다. 코스피 시가총액이 광의통화(M2)에 비해서도 10%가량 저평가되어 있다. 코스피와 상관관계(2005년 1월~2023년 9월, 상관계수 0.85)가 가장 높은 경제변수가 일평균 수출이다. 지난 9월 일평균 수출이 26억달러로 1~8월 평균(22억6000만달러)보다 높아졌다. 이를 고려하면 9월 기준으로 코스피는 8% 저평가되어 있다.
10월 들어 금리는 더 오르고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두 자산의 저평가 정도가 더 심화하고 있다. 이럴 때는 가계 금융자산 가운데 예금 비중을 줄이고 채권이나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게 바람직한 자산배분일 것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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