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움직임 훤히 볼 수 있다... 가자지구 실시간 교통정보 차단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2023. 10. 2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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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군인들이 24일(현지 시각) 가자지구 근처에 모여있는 모습./EPA 연합뉴스

구글과 애플이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자사 지도 앱의 ‘실시간 교통 상황’ 기능을 일시적으로 비활성화했다. 실시간으로 특정 도로에 얼마나 많은 교통량이 몰려 있는지를 상세하게 볼 수 있는 해당 기능을 통해 전력 이동 같은 군사 기밀 정보가 새어나갈 것을 우려한 이스라엘군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23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을 앞두고 구글과 구글의 내비게이션 자회사 웨이즈, 애플이 실시간 교통 혼잡도 데이터를 삭제하고 있다”고 했다. 구글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에 직면한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동일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구글은 “지역사회의 안전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며 실시간 교통 상황을 제외한 일반적인 내비게이션 및 ‘예상 도착 시간’ 같은 서비스는 여전히 제공되고 있다고 했다.

구글 지도 앱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교통 상황’ 기능(왼쪽). 구글은 군사 기밀 정보가 새어나갈 것을 우려한 이스라엘 군의 요청으로 기능을 차단했다(오른쪽)./구글

현행법으로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이 금지된 국내에선 구글과 애플 등 해외 지도 앱이 국내 서비스에 밀려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는 양 사 지도 앱이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구글의 시장점유율은 80%를 넘어설 정도로 절대적이고, 그만큼 정밀한 지도와 정확한 실시간 교통 데이터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한다. 이용자 스마트폰의 실시간 위치 정보와 과거 교통량 데이터 등을 고려해 특정 도로의 혼잡도를 도출하고, 각국 교통 당국과의 데이터 공유로 사고 현황이나 버스·지하철의 도착 시간 등 정보도 제공한다. 하지만 전쟁 상황에선 적군이 지도 앱을 통해 대규모 인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느 지역에 교통이 통제됐는지 같은 핵심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위험이 따른다. 예컨대 갑자기 가자지구를 향하는 주요 도로들이 봉쇄되거나 교통이 혼잡하다면 하마스 측에서 ‘지상군 투입이 어떤 경로로 이뤄지고 있다’고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 거대 기술들이 미치는 영향이 무시 못 할 만큼 커졌다’는 지적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지상 기지국 없이 인공위성만으로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위성 인터넷 기술이다. 실제로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이스라엘과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 서비스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가자지구의 인터넷 통신망을 끊어 무력화하는 대신, 이스라엘 주민들은 인터넷 사용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스타링크에 드론 등 군사용 장비 작동을 의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스타링크 서비스가 일시적으로 먹통이 되는 바람에 러시아에 대한 공격이 무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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