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창욱 "'최악의 악' 색다른 언더커버물…인물 변화가 매력"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최악의 악'은 기존 언더커버 수사물의 영향을 받았지만, 우리만의 '톤 앤 매너'(Tone&Manner)나 무드는 새로웠다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박준모라는 인물이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점점 피폐해지는 과정들, 인물의 변화가 가장 매력적이죠."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최악의 악'에서 배우 지창욱은 서울 강남 일대를 휘어잡은 폭력조직 '강남 연합'에 조직원으로 들어가 국제 마약 밀매의 증거를 잡으려 동분서주하는 형사 박준모를 연기했다.
박준모는 두 계급을 특진시켜달라는 조건과 함께 사건에 뛰어드는데 마약 밀매는 소수의 조직 수뇌부만 관여하고 있어 증거를 잡기 쉽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조직에 몸을 담다 보니 경찰로서는 해선 안 될 폭력과 살인 등 범죄 행위를 하게 된다.
24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지창욱은 "박준모라는 인물이 왜 이렇게까지 이 사건을 붙들고 있느냐는 점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지창욱은 "극 초반부에 박준모가 아내 유의정과 처가 식구들에게 자격지심이 있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나온다"며 "이런 것들이 준모라는 인물을 설명해주는 장치라고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계급 특진이 걸려있더라도 그걸 목표로 뛰어들기엔 너무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일인 것 같다"며 "아마 아내와 처가를 향한 자격지심 때문에 작전을 맡았다가 어느 순간부터 관성이 생겨 멈출 수 없게 되고 경찰로서 해선 안 되는 행동을 많이 저지르게 된다"고 덧붙였다.
"만약에 저라면 애당초 그러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냥 무시당하고 살지 않았을까요. 무서운 깡패들 소굴에 들어가서 잠입하는 일은 못 하겠죠."
12부작인 '최악의 악'은 현재 9회까지 공개됐으며 오는 25일 마지막 세 회차가 베일을 벗는다.
이 드라마는 경찰의 언더커버 수사물이라는 익숙한 소재에 삼각관계라는 요소를 얹어 색다른 재미를 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디즈니+의 국내 콘텐츠 가운데 연일 1위를 달리고 있다.
'강남 연합' 보스 정기철(위하준 분)의 절친한 친구이자 간부였던 권태호(정재광)는 드라마 초반부 다른 조직과 세력을 다투던 중 숨진다. 이에 박준모는 자신이 권태호의 사촌 '권승호'라며 가짜 이름을 내세워 조직원으로 잠입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박준모의 아내 유의정(임세미)이 정기철의 고교 시절 첫사랑이었던 것으로 드러난다.
유의정은 박준모가 정기철에게 의심받지 않도록 도와주려고 자신과 준모의 관계를 숨긴 채 기철에게 접근한다. 정기철과 유의정의 관계가 표면적으로 점차 애틋해지는데, 이를 바라보는 박준모의 심경은 복잡하기만 하다.
지창욱은 "정기철과 유의정이 입을 맞추는 장면을 보고 저는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이어 "작전 때문에 아내가 다른 남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인데,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요소이고 그게 '최악의 악'만이 가진 색깔"이라며 "그런 미묘한 관계가 재미있다"고 소개했다.
지창욱은 자신이 검거하려는 범인과 아내가 애틋한 관계로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박준모의 복잡한 심경을 표현했다.
박준모가 유의정과 정기철을 구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박준모는 강남 연합 사무실에 다른 조직이 습격했으며 그곳에 유의정과 정기철이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거칠게 차를 몰아 현장으로 뛰어간다. 이어 흉기를 휘두르며 온몸에 피를 뒤집어쓰면서 상대 조직원들을 제압하고 두 사람을 구한다.
피를 뒤집어쓴 그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 이해련(김형서)의 말에 박준모는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요"라며 정기철과 유의정이 서 있는 방향을 바라본다.
지창욱은 "준모는 변화하는 계기가 끊임없이 등장하는데, 이 장면이 그중 하나"라고 짚었다. 또 "박준모는 작전 때문에 경찰로서 해선 안 되는 행동을 하게 되고 이 행동을 정당화하려면 정기철을 잡아야만 하는 딜레마에 빠진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준모는 악착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인데, 작전을 수행하면서 그런 그의 기질이 조금씩 흘러나온다"며 "열등감에 빠지고 집착하고 자기합리화를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최악의 악'에서 거칠고 마초적인 모습과 여러 액션 장면을 선보인 지창욱은 "이번에 액션 장면을 찍으면서 '아, 이렇게 힘들어서 안 하려고 했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방송을 앞둔 로맨스 드라마 '웰컴 투 삼달리'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시청자를 찾을 예정이다. 지창욱은 "'최악의 악'보다는 더 편하게 보실 수 있는 모습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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