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북한 귀순 목선, NLL 이남부터 추적"…'경계 실패' 반박(종합)

오전 5시30분쯤 육군 레이더 첫 탐지, 이후 TOD로도 식별…"정상적으로 작전 진행"
어선이 먼저 '北 목선' 확인엔 "특이점 있어야 군 전력 보내"

북한 주민 4명이 강원도 속초 인근 해상을 통해 귀순한 24일 해경 선박이 이들이 타고온 소형 목선을 인근 군부대로 예인하고 있다. 2023.10.24/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서울·계룡=뉴스1) 박응진 허고운 기자 = 군 당국은 24일 강원도 속초 인근 해상을 통해 귀순한 북한의 소형 목선을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부터 추적했다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경계 실패' 지적을 반박했다.

합동참모본부와 해군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새벽 4시 이전부 해군 함정 레이더를 통해 NLL 북쪽 외해에서 북한군 단속정들의 특이동향을 포착, 새벽 4~5시쯤 인근으로 우리 군 함정들과 해상초계기 P-3를 긴급 출격시켜 그 일대에 대한 전반적인 탐색작전을 진행했다.

이어 새벽 5시30분쯤 NLL 남쪽에서 미상의 표적이 외해에서 내해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육군의 해안감시 레이더에 처음 탐지됐다. 당시 이 표적의 위치는 속초 동북쪽 18㎞·NLL 남쪽 37.4㎞였다. 파고는 약 1m였고, 이 표적은 조류보다 조금 빠른 정도의 저속으로 움직였다고 한다.

의심 선박으로 분류된 이 표적은 오전 6시30분쯤부턴 우리 군의 열영상장비(TOD)를 통해 작은 점 형태로도 식별되기 시작했다. 이후 오전 6시59분쯤 선박 형태임이 TOD를 통해 식별됨에 따라, 오전 7시3분쯤 레이더기지에서 추가적인 현장 근접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고 표적번호를 부여했다.

해군과 해경의 함정 긴급출항 등으로 현장 확인에 나선 과정에선 우리 어선이 오전 7시10분쯤 강원도 속초시 동쪽 약 11㎞·NLL 남쪽 43㎞ 해상에 있는 북한 목선을 발견하고 해경에 신고했다.

육안으로 북한 목선임을 먼저 확인한 것은 우리 군이 아닌 어선이었던 것이다. 다만 당시는 이 표적이 '허위 표적'이 아닌 '작전 표적'으로 지정해둔 상태였다는 게 우리 군의 설명이다. 그러나 '선박주의보'는 내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속초해경 순찰정은 오전 8시쯤 북한인 4명이 길이 7.5m가량의 목선에 타고 있는 것을 확인, 이를 예인해 모처로 옮겼다. 얼마 안 돼 현장에 도착한 우리 해군 고속정은 북한인 4명을 태워 마찬가지로 모처로 이동해 정부 합동정보조사팀에 인계했다.

이 목선은 북한 먼바다까지 나갔다가 NLL을 넘어 속초 인근 해상으로 대각선 방향으로 이동했는데, 이는 북한 단속정의 감시·추적을 피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NLL 북쪽 외해에서 포착된 북한군 단속정들의 '특이동향'이 북한 목선이 NLL을 넘어와 귀순한 상황과 관련이 있는지를 우리 군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 단속정이 목선의 귀순을 막기 위해 추적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 측이) NLL 이북에서 뭔가를 찾고자 하는 활동을 할 수 있었고, 뭔가 (NLL 남쪽으로) 내려올 수 있기 때문에 해군 함정, 초계기 활동을 한 것"이라며 "거리 등 조사해봐야 연계성 확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주민 4명이 강원도 속초 인근 해상을 통해 귀순한 24일 해경 선박이 이들이 타고온 소형 목선을 인근 군부대로 예인하고 있다. 2023.10.24/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이런 가운데 이날 충남 계룡대 해군본부에서 진행된 국회 국방위원회의 해군본부·해병대사령부 국정감사에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우리 군의 '경계작전 실패'를 주장하고 나섰다.

국방위 야당 간사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NLL에서 34㎞ 내려올 때까지 군과 해경은 감시를 못했기 때문에 경계작전 실패라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같은 당 기동민 의원은 "(북한 목선도 제때 확인 못하면) 특정한 목적을 가진 무장군인들이 (우리 군의 감시를 피해) 침투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은 "해군의 NLL 넘어오는 모든 표적을 포착하고 감시하고 싶어하지만, (과연) 전체 구역을 다 경계할 수 있느냐. 감시공백은 발생한다"며 "(오늘처럼 북한 목선을 처음 육안으로 본) 어선들도 (우리 군의) 전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특수 선박을 통해 침투하면 속력, 침투 목적, 재질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포착하는 데 목선과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합참 관계자는 군이 아닌 어선이 먼저 이 목선을 확인한 데 대해 "이런 상황이 사실 대단히 많이 있다. 그때마다 해군, 해경 출동하면 감당이 안 될 정도"라며 "군은 특이점이 있을 때 전력을 보낸다"라고 설명, 우리 군이 이번 목선의 움직임을 북한군 전력의 움직임 등으로 '오판'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그는 "중간에 특별히 저희가 놓친 것 없이 정상적인 작전이 진행됐다"며 "삼척항 (귀순) 땐 (목선 크기가) 10m 정도 였는데, 오늘 목선의 크기는 7.5m 정도 된다. 동해 NLL이 400여㎞에 달하는데 그것을 레이더로 찾아낸 게 대단히 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척항 사건은 지난 2019년 6월15일 북한 소형 목선이 동해 NLL을 넘어와 사흘 간 동해상에 머무른 뒤 삼척항에 들어와 주민 신고가 있기 전까지 우리 군·경이 이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합참 관계자는 "레이더 운용병, 간부를 교육해서 수준을 높여왔고 TOD 운용도 주·야간 취약지역에 집중 운영하는 체계로 바꿨다"며 해경과의 합동방위체계도 발전시켜왔다고 전했다.

이날 목선을 타고 귀순 의사를 밝혀온 북한인 4명은 모두 주민으로, 여자 3명, 남자 1명의 일가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목선엔 작은 엔진도 탑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해상으로 들어온 북한 주민이 귀순 의사를 밝힌 게 공식 확인된 것은 지난 2019년 11월 탈북어민 2명 이후 4년여 만이다. 당시 정부는 첩보를 통해 이들이 북한에서 16명의 동료 선원을 살해한 뒤 도주하다 우리 측에 귀순 의사를 밝힌 것을 들어 '귀순 진정성이 의심된다'면서 이들을 북송한 바 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