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 열쇳말 ‘고용’…일자리 ‘질적 저하’ 우려도

박순빈 2023. 10. 2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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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를 벗어난 뒤 우리나라 경제가 '고용확장형 회복' 흐름을 보여주고 있으나 노동생산성 증가 속도는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오 팀장은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를 거치면서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에서 높은 산업으로 고용이 이동하는 재조정이 이뤄지면서 노동생산성 증가를 이끌게 되는데, 팬데믹 이후에는 부가가치와 임금 수준이 낮은 일자리 중심으로 고용이 증가해 노동생산성 향상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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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팬데믹과 고용확장형 회복’ 보고서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100여개사 참여한 ‘2023 대한민국 채용박람회’가 2023년 3월2일 서울 서초구 에이티(aT)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오후 박람회를 찾은 한 구직자가 구인공고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코로나19 사태를 벗어난 뒤 우리나라 경제가 ‘고용확장형 회복’ 흐름을 보여주고 있으나 노동생산성 증가 속도는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표상 고용 총량이 빠르게 늘어나더라도 일자리의 질적 수준 저하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24일 ‘팬데믹과 고용확장형 회복(Job-rich recovery)’ 보고서에서 팬데믹 이후 고용률이 유례없이 강하게 반등(실업률 하락)한 원인으로, 대면 서비스업의 빠른 회복과 노동시간 감소, 노동조건의 유연화 및 사회적 통념 변화, 기업들의 ‘노동 비축’ 경향 등을 꼽았다.

대면 서비스업 고용은 팬데믹 기간에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가 방역 해제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매칭 성공률’(한 달 이내 빈 일자리를 채울 수 있는 확률)에 힘입어 전체 고용 회복에 크게 기여했다. 보고서는 이처럼 비대면 서비스업이 주도한 고용 회복이 취업자의 노동시간 감소와 단시간 취업 비중의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2019년과 올해 상반기 취업자의 평균 노동시간과 취업 형태를 비교하면,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1.8시간 줄었고 단시간 취업 비중은 19.8%에서 23.2%로 높아졌다.

노동시간 감소는 결과적으로 취업자 수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오삼일 한은 고용분석팀장은 “취업자 수 증가 폭과 노동시간 감소를 모두 고려한 총노동공급량은 올해 들어서야 겨우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며, 노동시간이 줄면서 취업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은 노동조건 유연화와 사회적 통념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유연근무제가 확산하면서 육아 부담이 있는 기혼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노동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여성의 활발한 노동시장 참여가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우려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 남성보다 훨씬 낮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미국 수준으로 증가할 경우 향후 30년간 국내 노동공급은 연평균 152만명씩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노동시간 단축과 여성을 중심으로 한 노동공급 기반의 확대 추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고용 재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노동생산성 증가세가 둔화하는 경향이 고착화할 것으로 우려했다. 오 팀장은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를 거치면서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에서 높은 산업으로 고용이 이동하는 재조정이 이뤄지면서 노동생산성 증가를 이끌게 되는데, 팬데믹 이후에는 부가가치와 임금 수준이 낮은 일자리 중심으로 고용이 증가해 노동생산성 향상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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