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인구전문가 “저출생…가장 큰 걸림돌은 체면”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출범 1주년 세미나 초청 내한
청년들 결혼과 출산 부담 위험 인식 개선 필요 강조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경제성장을 가파르게 이룬 한국과 중국의 경우 ‘아이들에게 좀 더 돈을 써야 남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다’는 체면을 지키기 위한 수준이 일본보다 높다. 그런데 (이렇게 자란 청년들이) 남들에 비해 뒤떨어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결혼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일본의 인구사회학자로 활동해온 야마다 마사히로(65) 주오대 문학부 교수는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창립 1주년 해외석학 초청 세미나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한·중·일 동북아시아에서 빠르게 진행 중인 저출생 원인을 이같이 진단했다.
마사히로 교수는 “(경제성장이 정체된) 일본에선 자녀의 학력에 집착하는 부모가 그렇게 많지 않다”며 “한국은 경제가 계속 우상향을 이어갔기 때문에 본인의 학력보다 아이가 더 높은 학력을 갖지 않으면 이 사회에서 낙오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배경에서 성장한 청년이 결혼을 하지 않고 부모에 얹혀살면서 저출생 상황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유럽이나 미국, 호주의 경우 성인 자녀를 독립시키는 게 일반적이다. 이들은 혼자 사는 것보다 둘이 사는 것에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때문에 혼자 사는 것보다 둘이 사는 것이 생활비를 아낄 기회가 돼 동거나 결혼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그렇지 않다. 수입이 적은 청년은 부모에게 얹혀살다 보니 동거나 결혼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야마다 교수는 “결혼은 경제적으로 새로운 생활의 시작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의미가 있는데, 일본에선 경제적 실현이 곤란해지면서 심리적인 측면도 약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일본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출생아수가 158만명이나 됐지만, 지난해엔 77만명으로 일본에서 태어난 아이는 40년 전의 절반에도 못 마치고 있다. 마사히로 교수는 “일본의 인구정책은 실패했다. 정책 목표가 40년 전 인구 상태를 유지하는 거였기 때문”이라며 “도쿄에 한정해 보면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지방은 참담한 상황이다. 일본 국토 전체적으로 보면 인구정책은 대실패”이라고 말했다.
도쿄 23구의 출생아수는 1% 늘어난 반면, 가나가와현(-32%)과 아키타현(-56%), 야마가타현(-48%) 등의 출생아수는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모수가 되는 젊은이들이 지방을 떠나며 아이 울음소리가 끊겼고 지역은 존폐 위기를 겪고 있다. 그는 “지난 30년간 저출생 상황을 내버려둔 결과 출생아 수가 급감했다”며 “위기감이 없었고 저출산 원인을 잘못 이해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입이 불안정한 남성은 배우자로 선택되지 못한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여성에게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면 수입이 불안정한 남성도 파트너로 선택될 것”이라며 “자녀를 키우면서 계속 일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출생 지방소멸 우려 상황은 한국도 비슷하다. 지난 1~7월 누적 출생아 수는 13만9445명으로 전년 동기(14만8963명)대비 6.4%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연간 출생아 수는 지난해(24만9186명)보다도 감소해 20만명 선까지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은 지 오래된 지방은 소멸 속도가 더 가팔라진 상태다. 마사히로 교수는 “한국은 앞으로 잘하면 반전할 수 있다”며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이걸 놓치면 힘들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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