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유승호, 24년차 배우의 용기와 도전 [인터뷰]
배우 유승호는 영화 '집으로'부터 약 24년 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오랜 경력을 지닌 만큼, 안 해본 장르와 캐릭터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할 수 있지만 그런 그에게도 새로움은 있었다. '거래'를 통해 입어보지 않은 캐릭터를 입었고,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방문할 수 있었다.
배우 유승호는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포스트타워에서 서울경제스타와 만나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거래'(극본 홍종성/연출 이정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거래'는 어제의 친구, 오늘의 인질, 내일의 공범, 순간의 선택이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가 된 100억 납치 스릴러다. 유승호가 연기한 이준성은 납치극의 키를 쥔 핵심인물이다. 이준성은 전역 후 새 인생을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불법 도박으로 인해 사채 빚이 어마무시하게 불고 절망한다. 절망스러운 현실을 잊고자 송재효(김동휘), 박민우(유수빈)와 만난 그날, 우발적으로 박민우 납치극에 휘말린다.
"대본을 읽었을 때 소재에 대해 관심이 많아 가더라고요. 말도 안 되는 이 납치극이 어떻게 끝날지 궁금했어요.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일이잖아요. 대본을 재밌게 읽고, 감독님의 전작인 영화 '낫아웃'을 봤는데 그 연출 스타일을 비슷하게 가면 좋을 것 같았어요. '낫아웃'의 스타일과 이 소재가 만나면 흥미로운 작품이 될 것 같아서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저도 시청자들을 설득하고, 캐릭터의 상황을 처절하게 보여주면 충분히 흡입력 있을 수 있겠다 싶었죠."
'거래'는 유승호의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머리를 밀고, 흡연과 욕설신이 난무한다. 유승호는 이런 지점에 대해 부담감이 있었다고 토로하면서도, 보여주지 못한 모습에 대한 갈증이 부담감을 앞섰다고 밝혔다. 완성물을 봤을 때는 갈증이 해소되는 기분까지 느낄 수 있었다.
"제 친한 친구가 정말 냉정해요. 시청자 입장에서 얘기를 해주는데 '잘 봤다'고 하더라고요. 그 친구 입장에서는 정말 큰 칭찬이에요. 기분이 좋았죠. 보통 몰아보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최근 5, 6부가 공개됐을 때 연락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준성은 선과 악의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이다. 불법 도박, 사채, 납치, 절도 등을 하면서 정의를 지키려고 한다. 유승호는 기본적으로 이준성이 선한 인물이라고 밝히며 그가 계속해서 선을 지키려고 하는 이유는 가족이라고 짚었다.
"군대를 전역하면서 대부분의 남자들이 '잘 살자'고 다짐해요. 이준성도 마찬가지죠. 그러나 전역하고 바로 현실의 벽에 부딪혀요. 그렇게 도박과 사채에 손을 댑니다. 그러나 처음에 송재효가 납치극을 제안했을 때 반대하고, 친구 관계를 망치지 않기 위해 노력해요."
"연기적으로 가장 고민한 지점은 '선을 지키려는 이준성이 답답해 보이면 어쩌나?'였어요. 납치극을 보는 시청자들은, 납치 자체에 흥미를 갖잖아요. 납치가 진행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흥미도가 떨어질 수 있죠. 납치에 태클을 계속 거는 게 이준성이에요. 그 이유의 행동을 충분히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유승호는 그간 선한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배우다. 이는 아역 시절부터 꾸준히 쌓은 이미지로, 반항 기질을 드러낸 건 이 작품이 처음이다. 그렇기에 많은 시청자들은 유승호가 연기한 이준성을 보면서 내면의 선함을 감출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애초에 이준성은 선함이 바탕이잖아요. 그 연장일 수 있죠. 친구들에게 욕설을 하는 것도,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고요. 날 것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뒀습니다. 또 악도 누구에게나 존재할 수 있죠. 저도 사춘기를 겪으며 부모님과 다툼이 잦긴 했어요."
유승호는 이렇게 꼬일대로 꼬인 이준성의 모습을 보면서 연민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평범하게 살고자 하는 준성에게 말도 안 되는 일이 생기고,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마음이 무너지는 것에 아픔을 느낀 것이다. 처음에는 납치극을 반대하던 이준성이 이제는 납치극을 끌고 갈 수밖에 없음에 더욱 큰 아픔을 느꼈다.
'거래'는 유승호의 첫 OTT 작품이다. 유승호는 처음 경험한 OTT 작업에 자유로움을 느꼈다. 욕설과 흡연은 작품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장치인데, OTT가 아니었다면 제약이 있었을 거라는 설명이다. 현장에서 아이디어도 자유롭게 냈고,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준 게 OTT였다. 또 유승호는 '거래'를 통해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할 수 있었다. 이 역시 OTT기에 가능한 일. '거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OTT 섹션인 온스크린에 초청됐다.
"부산에 가서 오랜만에 선배님, 제작사 대표님들과 만날 수 있었어요. 다들 반갑게 맞아주셨죠. 기분 좋은 일들이 많았습니다. '거래'가 영화는 아니지만 극장에서 상영됐잖아요. 극장에서 관람한 것. 관객과의 대화(GV)를 할 때 무대 앞에 앉아 있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여러모로 영화제는 정말 신기했고, '내년에 또 가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죠."
"이런 장르과 캐릭터를 저에게 맡겨줬다는 것 자체가 감사해요. '거래'는 저에게 큰 용기를 준 작품이 될 거예요. 모든 게 새로 도전한 것들 투성이었는데, 시작은 기억에 오래 남잖아요. '거래'가 저에게 그렇게 남을 거예요."
현혜선 기자 sunshin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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