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처분 주식 사상 최대… 증권사, 잇달아 미수거래 제한

‘빚투(빚내서 투자)’ 투자자가 제때 돈을 갚지 못해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 규모가 4거래일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기간 반대매매 규모가 1조9000억원이 넘는다. 반대매매가 급증하면서 증권사들은 미수거래 종목을 제한하고 나섰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위탁매매 미수금(미수거래 당일 포함 3거래일 내에 갚지 못한 돈) 가운데 반대매매 금액은 5533억원이었다. 금융투자협회가 2006년 4월부터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위탁매매 미수금 규모는 올해 하루 평균 365억원 수준에서 지난 18일 2768억원 → 19일 5257억원 → 20일 5497억원 → 23일 5533억원으로 급증했다. 4거래일 동안 1조9006억원어치 주식이 강제 처분됐다.

조선DB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종목별로 정해진 증거금률만큼 돈을 내고, 나머지를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증거금률 40%인 10만원짜리 주식을 미수거래 하면 투자자 돈 4만원에, 증권사에서 빌린 6만원을 보태 사는 식이다. 대금은 미수거래일 포함 3거래일 내로 갚아야 한다. 투자자가 대금을 치르지 못하면 증권사는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에 나선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잡히지 않는 신용거래융자 반대매매를 고려하면 실제 강제 처분된 주식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신용융자거래는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사는 것으로, 담보 비율(보통 140%)을 유지하지 못하면 반대매매가 일어난다. 국내 증시가 부진한 가운데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까지 겹치면서 반대매매 규모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키움증권은 지난 19일 영풍제지에 대한 미수거래 증거금률을 100% 올린 데 이어, 전날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POSCO홀딩스, LS네트웍스 등 15개 종목의 증거금률도 100%로 높였다. 증거금률을 100%로 설정하면 해당 종목은 현금으로만 매수할 수 있어 미수거래가 차단된다.

다른 증권사도 잇달아 미수거래를 막고 있다. KB증권은 전날부터 85개 종목의 증거금률을 100%로 올렸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도 이날 각각 19개, 18개 종목의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6개 종목의 미수거래를 중지하고, 30개 종목의 신용융자거래도 중단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한 증권사가 미수거래를 차단하면 다른 증권사로 미수거래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위험 관리 차원에서 잇달아 증거금률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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