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선 발견 어민 “北에서 왔냐고 물었더니 고개만 끄덕여”

배상철 2023. 10. 2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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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왔냐고 물었더니 별다른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임씨는 궁금한 마음에 목선에 다가갔고 남성 한 명과 여성 두 명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이들이 탈북민인 것을 직감했다고 했다.

북한에서 온 여성은 임씨의 배를 보고 "한국 배는 참 좋네"라고 말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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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조업 나선 자망어선 어민 임재길씨
탈북민인 것 직감해… 즉각 조업국에 신고

“북에서 왔냐고 물었더니 별다른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24일 새벽 조업을 나선 자망어선 어민 임재길(60)씨는 이날 오전 7시10분쯤 속초시 동쪽 11㎞ 해상에서 수상한 목선을 발견했다. 길이 5~6m로 추정되는 목선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임씨는 궁금한 마음에 목선에 다가갔고 남성 한 명과 여성 두 명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성은 160㎝ 남짓한 키에 20~30대로 보였고 장화를 신은 상태였다. 여성 중 한 명은 20~30대, 다른 한 명은 40~50대 같았다. 젊은 여성은 깨끗한 하얀 운동화를 신고 있었고, 중년 여성은 검은색 구두를 신고 있었다. 임씨는 이들이 탈북민인 것을 직감했다고 했다. 임씨는 즉각 수협중앙회 속초어선안전조업국에 신고했다.
북한 주민 4명이 24일 소형 목선을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 아래로 내려와 속초 앞바다에서 우리 어민에 의해 발견된 가운데 이날 군 당국이 소형 목선을 양양군 기사문항으로 예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로의 배가 가까워지자 담배를 피우고 있던 북한 남성은 임씨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다. 임씨는 “강원도 속초”라고 답했다. 이때 갑자기 남성이 자신들이 탄 목선을 임씨의 배 쪽으로 붙이더니 줄을 던져 매달고 임씨 배 위로 건너왔다고 했다. 임씨는 “엔진에서 탈탈 거리는 소리가 났다. 마치 경운기 엔진을 배에 단 것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임씨는 자신의 배로 올라온 북한 남성에게 담배와 물을 건넸다. 북에서 왔냐고 물었지만 남성은 답하지 않았다. 재차 묻자 남성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임씨는 “언제쯤 출발했냐”고 물었고, 남성은 “오늘 출발했어요”라고 답했다. 북한에서 온 여성은 임씨의 배를 보고 “한국 배는 참 좋네”라고 말했다고 했다.

임씨는 “직접 본 사람은 3명인데 총 4명이 배에 타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여성 한 명이 선실에 계속 왔다 갔다 한 것 같은데 아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념을 떠나서 구조하려는 마음이었기에 무섭지는 않았다”고 담담히 말했다.

정부 당국은 이들의 신병을 확보했으며 합동 신문을 진행해 이동 경로와 귀순 의사 등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한 주민이 동해상에서 배를 타고 귀순을 시도한 건 지난 2019년 11월 이후 약 4년 만이다. 당시 이들은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됐다.

속초=배상철 기자 b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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