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공시 요구 받아들인 양대노총…주춤하던 노동개혁 탄력받나
'근로시간 개편·이중구조 개선' 등 내달 발표…노동계 강력 반발은 변수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한국노총에 이어 민주노총도 24일 회계공시 동참을 결정함에 따라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명목으로 정부가 도입한 노조 회계공시 제도가 일단 안착을 위한 첫발을 뗐다.
근로시간 개편 논란으로 주춤했던 노동개혁도 정부가 내세우는 '노사 법치주의 확립'을 필두로 탄력을 받게 될지 주목된다.
'조합비 세액공제' 불이익 예고에…양대 노총 회계공시 수용
양대 노총이 내부 논의 끝에 동참하기로 한 노조 회계공시 제도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부터 노동 개혁의 하나로 추진해왔따.
노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회계 결산 결과를 전체 조합원에 공개하고 있지만, 정부가 노조 재정을 관리·감독할 규정은 없어 '깜깜이 회계'라는 비판이 일부에서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말 "노조 부패 방지와 투명성 강화가 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노동자 복리 증진에 필수적"이라며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 구축을 지시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조합원 1천 명 이상 노조와 연합단체에 회계 장부 점검 결과를 보고하도록 했고, 양대 노총이 자료 제출과 현장 조사를 거부하면서 노정 갈등이 고조됐다.
노동조합법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거쳐 회계공시 시스템 도입이 결정된 후에도 노동계의 반발은 이어졌다.
조합원 1천 명 이상 노조 또는 산하 조직은 회계연도마다 결산 결과를 공표하도록 하고, 공시한 노조의 조합원만 조합비 15% 세액공제 혜택을 받게 하는 개정 시행령은 당초 예고보다 3개월 앞당긴 이달 초부터 시행됐다.
그간 '노동 탄압'이자 '노조 운영 개입'이라고 목소리를 높여온 양대 노총이 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면서도 회계공시 동참을 결정한 데엔 세액공제 불이익이 크게 작용했다.
상급단체가 공시하지 않으면 회계를 공시한 산하 노조의 조합원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기에, 양대 노총으로서는 다수 조합원의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하긴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양대 노총의 동참으로 11월 말 마감 전까지 결산 결과를 공시하는 노조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이 동참을 발표한 지난 23일까진 공시 건수가 36건에 불과했는데, 한국노총 산하 노조의 공시는 9건, 민주노총 산하는 4건이었다.
노동부에 따르면 공시 대상인 조합원 1천 명 이상 노조 상급단체와 산하조직은 모두 673곳이다.
한국노총 가맹 노조와 산하조직은 303곳, 민주노총 가맹 노조와 산하조직은 249곳이다.
노동부는 회계공시 제도가 조속히 정착할 수 있도록 노조와 계속 소통하고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노사법치를 기반으로 노사관계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동개혁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하며 "노조 민주성과 자주성이 한층 더 높아지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투명성이 제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근로시간 개편·이중구조 개선'도 내달 방향 나와…노동계는 "강력 반대"
정부는 노동개혁의 큰 축을 ▲ 노사 법치주의 확립 ▲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 노동규범 현대화 등으로 제시한다.
노사의 부조리를 근절한다는 노사 법치주의 확립이 이번 회계공시 제도로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가운데, 나머지 부문의 개혁 방향도 곧 구체화할 예정이다.
노동규범 현대화의 일환인 '근로시간 제도 개편'은 초반 노동개혁의 발목을 잡은 이슈이다.
정부는 지난 3월 주 52시간 근무제를 월이나 분기 등 단위로 유연화하는 개편안을 제시했는데, 주 최대 69시간 근무가 가능해진다는 것에 반발이 커지면서 결국 윤 대통령이 보완 검토를 지시했다.
노동부는 재검토에 나서면서 지난 6∼9월 국민 6천30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제도 운영 실태, 현행 근로시간 제도에 대한 인식, 향후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에 대한 입장 등을 묻는 설문조사와 집단심층면접을 진행했다.
정부는 내달 초 설문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근무시간 개편 보완 방향도 함께 발표할 예정이다.
이중구조 개선을 포함한 노동시장 불공정 격차 해소의 경우 지난 2월 발족한 상생임금위원회가 내달 권고문을 발표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고용 형태와 기업 규모 등에 따라 근로조건과 임금 격차가 큰 구조를 가리킨다.
7개 부처 공무원과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상생임금위원회는 이중구조 개선과 더불어 연공(여러 해 일한 공로)형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도 논의해왔다.
정부는 위원회의 권고문을 반영해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이중구조 개선 연구회에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양대 노총은 조합원 불이익을 우려해 회계공시를 수용했다고 하더라도 근로시간 제도 개편 등에 대한 강력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노동계를 대화와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정부의 노동개혁이 갈등과 대결 구도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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