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태원 보고서’ 삭제 전날…서울청장·용산정보과장 ‘15분 통화’[이태원 참사 1주기-①묻지 못한 책임]
당시 김진호 용산서 전 정보과장
‘인파 보고서’ 삭제 지시 하루 전
김광호 서울청장과 15분 통화 확인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이 ‘핼러윈 인파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하기 하루 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15분가량 직통 전화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서부지검 이태원 참사 수사팀은 김 전 과장이 휴대전화에서 해당 통화 기록을 삭제한 사실을 파악하고 그에게 구체적인 통화 내용을 추궁했다. 김 청장은 지난해 12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돼 지난 1월 불구속 송치됐으나 기소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24일 경향신문이 확보한 서울서부지검의 이태원 참사 수사기록을 종합하면, 김 전 과장은 지난해 11월1일 오후 8시쯤 김광호 청장과 약 15분가량 통화했다. 수사당국이 김 전 과장의 통화 내역을 확보했을 당시에는 해당 기록이 삭제된 상태였다. 당시 수사 검사가 김 전 과장의 피의자신문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였냐”고 묻자 김 전 과장은 “김 청장은 고등학교 선배이기 때문에 핼러윈 사고 이후 안부 인사를 드렸다”고 진술했다. 특정 통화내역만 골라 삭제한 데 대해서는 “특별한 이유는 없고 언뜻 안 좋아 보일 수 있어서 그런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진술했다.
김 전 과장이 이태원 참사 이후 김광호 청장과 통화한 횟수는 총 4번이다. 참사 직후인 지난해 10월30일 0시4분(39초), 오전 11시18분(3분2초), 11월1일 오후 8시(15분1초), 11월3일 오후 6시54분(10초)에 통화했다. 첫 번째 통화는 김 청장이 직접 걸었으며 나머지 세 통은 김 전 과장이 걸었다.
김 전 과장은 검사가 재차 “김광호와는 이태원 사고 이후 4차례 통화한 것밖에 없는데,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가”라고 묻자 “처음 통화는 사고 직후에 제게 전화가 와서 상황을 알려드리려 한 것이고, 두 번째는 용산서 상황이 어떠냐, (서울청에) 경력 요청을 한 적이 있는지 물어보셨고, 세 번째는 안부 전화 겸해서 전화를 드렸고 이태원 분위기 같은 것을 말씀드렸고, 네 번째 전화를 드렸는데 너무 자주 전화를 하는 것 같아 바로 끊었다”고 답했다.
김 청장과 김 전 과장이 15분가량 통화한 지난해 11월1일은 경찰청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시민단체 동향을 파악해 내부 자료에 반영했다는 내용의 첫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SBS는 당일 오후 7시52분 해당 내용을 보도했다. 전날인 10월31일에는 용산서 정보과에 ‘핼러윈 안전사고 우려’ 보고서가 있었으나 서울청 경비 운용계획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김 전 과장은 검사가 “10월31일 이태원 보고서 언론 보도가 있었고, 11월1일 사찰문건 관련 보도가 이미 나온 시점인데 이와 관련된 내용으로 통화한 것 아닌가”라고 묻자 “아니다. 저는 그때 이태원역에서 근무 중이어서 현장에 있고 해서 핼러윈 참사 관련해서 전화를 드린 것”이라고 부인했다. 김 전 과장은 김 청장과 전화하기 직전인 11월1일 오후 7시48분 서울청 정보상황계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아 약 31초간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과장은 다음 날인 11월2일 내부 직원들에게 핼러윈 안전사고 관련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성민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김 전 과장은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경향신문은 김 청장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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