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팬데믹 후 노동시장 구조 변화…고용 상승했지만 생산성 감소”

이유리 2023. 10. 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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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노동시장이 기대보다 빠르게 회복했지만, 노동생산성 증가세는 오히려 둔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노동생산성 증가에 산업간 고용 재조정의 기여도는 크지 않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팬데믹 이후 산업간 고용 재조정의 노동생산성 기여도는 2.8%포인트 상승하긴 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4.6%포인트 상승)보다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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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과 실업률 하락(Job-rich recovery) 보고서’ 통해 분석
한국은행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노동시장이 기대보다 빠르게 회복했지만, 노동생산성 증가세는 오히려 둔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4일 ‘팬데믹과 실업률 하락(Job-rich recovery)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밝혔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장은 “팬데믹 이후 경기회복 과정에서 고용률이 빠르게 상승하고 실업률이 빠르게 하락하는 ‘Job-rich recovery’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대면 서비스업의 빠른 회복 ▲근로 시간의 감소 ▲근로조건 유연화와 사회적 통념 변화 ▲노동 비축 등으로 봤다.

우선 사회적 거리두기로 큰 타격을 입은 대면 서비스업이 방역 대책이 해제되면서 노동시장 회복에 기여했다.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매칭 성공률’ 덕분이라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대면 서비스업 일자리가 학력이나 기술 요건이 상대적으로 낮아 노동수급 불균형(미스매치)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팬데믹 충격으로 축소된 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근로 시간도 결과적으로 취업자 수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근로 시간이 줄면 노동공급량을 유지하기 위해 취업자 수를 늘려야 해서다. 한은이 시뮬레이션한 결과 근로시간 감소로 인한 취업자 수 증가 효과는 93만명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근로조건이 유연화하고 사회적 통념이 변화하면서 여성 고용이 큰 폭 증가했다고 봤다. 기혼 여성의 유연근무제 활용 비중은 2019년 14.4%에서 2021~22년 20%로 증가했다. 

오 팀장은 “‘부부 맞돌봄 문화’가 확산하면서 육아 분담에 대한 사회적 통념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면서 “특히 육아 부담이 있는 유자녀 여성의 고용률 상승이 무자녀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크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 대비 여성 고용률과 경제활동 참가율은 각각 1.7%포인트, 1.3%포인트 상승했다. 남성은 각각 0.3%포인트 상승, 0.7%포인트 하락했다. 

재택근무 활용도 팬데믹 이전 대비 7배 상승한 것이 근로조건 유연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보고서는 여성의 노동 공급 기반이 확대돼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우려가 일부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산업 간 고용 재조정이 원활하게 일어나지 못하면서 기업들이 원하는 인력을 채용하기가 쉽지 않아 기존 취업자의 고용을 유지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이는 노동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보통 경기침체를 거치면서 저생산성 산업에서 고생산성 산업으로 고용이 이동하는 고용 재조정이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노동생산성이 향상된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노동생산성 증가에 산업간 고용 재조정의 기여도는 크지 않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팬데믹 이후 산업간 고용 재조정의 노동생산성 기여도는 2.8%포인트 상승하긴 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4.6%포인트 상승)보다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오 팀장은 “산업간 고용 재조정이 활발하지 못했다는 점은 앞으로도 노동생산성 향상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팬데믹이 초래한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양적 고용지표 이외에도 다양한 미시적 정보를 활용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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