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매각한다더니…산은 달라진 기류에 인수후보 '갸우뚱'

김희래 기자(raykim@mk.co.kr), 오대석 기자(ods1@mk.co.kr), 최현재 기자(aporia12@mk.co.kr) 2023. 10. 24. 17: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혼돈에 빠진 HMM 인수전
강석훈 "14조 현금 빼갈 우려"
인수 대출 지원에도 선그어
포스코 등 등판 가능성 주목
인수후보 "경영효율 높이면
정상화하지 못할 이유 없어"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HMM 매각과 관련해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매각해야 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발언해 산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HMM의 비대한 몸집과 해운업 불황 탓에 HMM 매각을 둘러싼 비관적인 시장 전망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24일 강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진해운이 파산한 상태에서 (HMM은) 유일한 독자 컨테이너 선사로 한국에 무척 중요한 회사"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인수자들이 13조~14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사적 용도로 빼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장치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너무 작은 규모의 회사가 HMM을 인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에둘러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 회장은 또 "인수 기업에 대한 대출 지원은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견제성 발언에 대해 인수 타진 기업들은 산은의 엄격해진 기류를 살피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이다. 산업계 고위 임원은 "산은 관리 체제로 있는 지금보다는 인수 의지를 가진 기업에 HMM을 조속히 넘기는 게 맞는다고 본다"면서 "경영 효율을 높이면 정상화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이 연내 매각을 마무리 짓겠다는 기존 방침을 뒤엎고 적격 인수자가 없을 경우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실제 해운업계에선 몸값이 5조~7조원에 달하는 HMM 매각과 관련해 예비입찰 참여자들의 인수 여력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해온 것도 사실이다. 특히 현금성 자산 규모를 근거로 유찰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최소 5조~7조원으로 추산되는 HMM을 사들이기엔 세 후보 기업의 현금동원력이 5000억~6000억원에서 최대 2조5000억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인수 후보들은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하림그룹은 이미 다수의 증권사, 은행 등을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하림그룹의 해운사 팬오션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보유한 한진칼 주식 390만3973주를 1628억원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동원그룹도 서울 서초구 빌딩 등 부동산 매각과 비상장 계열사의 기업공개(IPO)를 자금 동원 방법으로 고려하고 있다.

강 회장은 자금 조달 계획에 외부 차입 비율 제한을 두는 것을 검토해야 하지 않느냐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한'을 둔다기보다는 재무적 안정성을 고려할 때 자기자본 비율이 얼마나 높은지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또 HMM을 인수한 기업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HMM의 경쟁력이 많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나 포스코 등 자금 조달력이 충분한 대기업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며 HMM 매각 시나리오를 다시 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강 회장은 이날 "현재 응모자들이 적격이 아니라는 식으로 오해를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현대차나 포스코의 등판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도 HMM 인수전 참여에 선을 긋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HMM 인수를 전혀 검토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김희래 기자 / 오대석 기자 / 최현재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