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비방성 손팻말·고성·야유 않기로…“정쟁 자제” 한목소리
예산안·쌍특검 등 쟁점 충돌 여지 남아
여야가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회의장에서 양당 간 ‘극한 정쟁’을 유발하는 비방성 손팻말 부착을 중단하고, 상대 당을 향한 고성·야유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정쟁용 펼침막을 선제적으로 모두 철거한 데 이어, 국회에서도 여야가 매서운 민심을 의식해 ‘정쟁 자제’에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이다. 다만 이같은 분위기가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여야의 대화와 정책 협력 등 본격적인 ‘협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전날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난 사실을 언급하며 “(홍 원내대표와) 국회 회의장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에 손팻말을 소지하고 부착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서로 합의를 이뤘으며, 본회의장에서 고성이나 야유를 하지 않는 것도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원내대표는 “국민들께 국회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또 여야가 지나치게 정쟁에 매몰됐다는 모습을 보이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이런 노력들을 앞으로 지속적으로 함께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감 대책회의에서 “회의장에서 여야 간 좋지 않은 일로 국회가 파행되거나 고성이 오가는 경우가 있었다”며 “대통령의 시정연설 그리고 여야 교섭단체 대표 연설 때에는 자리에 앉아 있는 의원들이 별도의 발언을 말씀하지 않는 것으로 일종의 신사협정을 제안했고, 여야가 이에 대해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앞으로는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저희들도 노력을 하겠다. 국회에 새로운 문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여야가 회의장에서 손팻말이나 고성·야유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모습은 국회의 흔한 풍경이었다. 최근에도 지난달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북한 인권 문제만 나오면 입을 닫고 숨어버리는 민주당은 ‘민주’라는 이름을 달 자격도 없는 정당이다. 이런 것이 바로 공산전체주의에 맹종하는 것”이라고 발언하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네” 등 거친 발언이 나왔다. 지난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 땐 민주당이 박민 한국방송(KBS) 사장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손팻말을 의원 좌석마다 부착하자 국민의힘도 한국방송을 “민노총 노영방송”이라고 비난하는 손팻말로 맞대응하면서 회의 시작 30분 만에 국감이 중단되기도 했다.
최근 여야는 ‘펼침막 공해’로 일컬어지는 각 정당의 혐오·비방·모욕성 펼침막 철거 관련 법 개정에도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 뒤 정쟁용 펼침막을 일제히 철거했고, 민주당도 정당 펼침막 규제를 내용으로 하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또 국민의힘이 북한인권법 시행 이후 7년간 출범하지 못한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야당 몫 이사(5명) 추천을 검토하기로 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야당도 해줘야 할 건 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상임위 차원에서 이사 추천 등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의대 정원 확대’에도 큰 틀에서 공감한 터다.
여야의 ‘신사협정’ 준수는 오는 31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 반발하며 윤 대통령의 취임 뒤 첫 본예산 시정연설에 불참한 바 있다.
여야의 정쟁 자제 분위기가 본격적 협치로 발전할지는 불확실하다. 민생 대화를 놓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각각 ‘여야 대표 양자 회담’과 ‘대통령-여-야 3자 회담’으로 맞서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23일 당무에 복귀하며 “내각 총사퇴”를 주장한 것을 두고도 국민의힘은 “정쟁을 위한 도전장이지 협치를 위한 초대장일 수 없다”(윤재옥 원내대표)며 불편한 기색이다. 오는 12월까지 내년도 예산안과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김건희 여사 특검) 법안 등 쟁점 사안 처리 과정에서도 여야는 날카롭게 충돌할 수 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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