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꾹꾹 눌러담은 섬세하고 사려깊은 위로 [시네마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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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너와 나'는 몇 가지 주목할만한 점이 존재하는 영화다.
영화는 불길한 꿈을 꾼 뒤 깨어나 눈물을 흘리는 세미(박혜수 분)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너와 나'는 제주도 수학 여행을 떠나기 하루 전날, 평범하면서도 어쩐지 불길하고, 불길하면서도 어쩐지 찬란한 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의 모습을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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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너와 나'는 몇 가지 주목할만한 점이 존재하는 영화다. 우선 이 영화는 '학폭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쪽과 여전히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학폭 논란' 배우 박혜수의 복귀작이다. 그로 인해 영화의 내용 이전에 배우의 사생활 관련 이슈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D.P.'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 조현철의 장편 영화 연출 데뷔작이라는 점은 특별하다. 조현철은 배우로 이름을 알렸으나 대학(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내용적으로 세월호를 소재로 했다는 것 역시 관심을 끈다. 여전히 국민들의 가슴에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이 사건을 다룬 작품들은 적지 않았지만, 두 여고생의 작은 이야기에 주목한 방식은 색다르다.
결과물은 어떨까. 외적인 부분들을 뛰어넘는 무엇인가를 보여줬을까. 이 영화에 대해서는 과연 '기대 이상'이라는 평을 할만하다. 조현철이 지난 7년간 취재와 수정을 거듭하며 썼다는 각본은 섬세하고 따뜻하다. 생기 넘치는 캐릭터들과 삶과 죽음, 너와 나의 관계에 대한 사려깊은 은유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만든다.
영화는 불길한 꿈을 꾼 뒤 깨어나 눈물을 흘리는 세미(박혜수 분)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아무도 없는 한낮의 교실 안, 꿈 속에서 죽어있는 하은(김시은 분)을 본 세미는 친구들과 교정을 거닐다 죽어있는 참새를 발견한다. 하은이 걱정되는 마음을 어찌할 바 모르던 세미는 다리를 다친 하은이 입원해 있는 병원에 찾아간다. 다음날은 수학여행 날이다. 하은이 걱정되는 세미는 무작정 함께 수학여행을 가자고 하은을 조른다. 얼마 전 사랑했던 반려견을 잃은 하은은 어딘지 모르게 다른 생각에 잠긴 듯 하다.
세미와 하은은 하은의 집에 있는 비디오 카메라를 팔아서 하은의 수학여행비를 마련해보고자 한다. 둘은 함께 하은의 집으로 이동하고, 세미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하은의 말에 어쩐지 섭섭함을 느낀다. 하은의 메시지를 몰래 훔쳐보다 '훔바바한테 키스하고 싶다'는 메시지까지 보게 된 세미. 세미는 하은이 자기 몰래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다고 생각하며 질투심에 속상해 한다. 카메라를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지만 하은은 팔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그냥 수학여행을 가지 않는 편이 낫겠다는 하은의 말에 세미의 섭섭함은 폭발해 버리고 두 아이는 말다툼을 하고 만다.
'너와 나'는 제주도 수학 여행을 떠나기 하루 전날, 평범하면서도 어쩐지 불길하고, 불길하면서도 어쩐지 찬란한 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의 모습을 따라간다. 명도 높은 화면을 통해 영화는 두 주인공의 풋풋하고 예쁜 시간을 꿈결처럼 아름답게 담아내는 한편, 그와 동시에 삶에서 결코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죽음을 암시하며 묘한 분위기를 띠운다. 죽어 있는 참새, 베어 문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사과, 언뜻언뜻 거울에 반사되는 눈부신 빛, 사랑했던 반려견과의 이별과 재회, 쌍둥이처럼 꼭 닮은 두 아이, 너와 내가 뒤바뀌는 꿈까지. 다양한 상징과 은유들은 죽음이 곧 삶이며, 꿈이 곧 현실이고 네가 곧 나라는 철학적인 주제를 끌어낸다. '이별'이라는 물리적인 상황이 이 모든 관계들을 구분짓고 분리시키는 것 같지만, 때때로 인생에 도저한 죽음이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너와 나를 하나되게 하는 '사랑'이 그 모든 것을 연결하고 지속시킨다.
성공적인 장편 연출 데뷔작이며,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봄직 하다. 십대 고등학생 특유의 말투와 감성을 보여주는 20대 박혜수와 김시은의 연기는 괄목할만하다. 조현철 감독이 카메오로 아주 짧게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러닝타임 118분. 25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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