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방송법 다음달 9일 본회의 상정···국민의힘 ‘필리버스터’ 예고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다음달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법안 통과를 밀어붙일 경우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로 맞서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또 다시 거부권을 행사할지 주목된다. 여야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전의 극한 대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국회와 여야에 따르면, 김진표 국회의장은 전날 윤재옥 국민의힘·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다음달 9일로 예정된 본회의에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상정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다. 김 의장은 이 법안들을 일단 본회의에 상정한 뒤 여야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찬반 토론을 거쳐 처리할 것을 제안했으나, 윤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 없는 상정은 안 된다며 상정시 4개 법안 각각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이 남은 기간 동안 합의할 것을 주문했으나 타협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방송3법은 KBS·MBC·EBS 이사회를 확대 개편해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 영향력을 축소하는 법안이다.
앞서 야당은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김도읍 의원)인 법제사법위원회가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처리를 미루고 있다며 각 상임위에서 단독으로 본회의 부의 요구안을 의결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가 ‘이유 없이’ 법안이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해당 상임위는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직회부를 요구할 수 있다. 이후 본회의에 부의된 이 법안들에 대해 야당은 여러 차례 처리를 요구했으나, 김 의장은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법안 상정을 미뤄왔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쪽(국민의힘)은 (법안 상정을) 원치 않지만 법상 안 할 수가 없다”며 “지금까지 김 의장이 재량권을 넘어서면서까지 (미뤄온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통화에서 “야당이 수로 밀어붙이면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하게 되면, 4개 법안을 모두 처리하는 데는 최소 5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회법에 따르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서명으로 필리버스터 종결동의안을 의장에게 제출할 수 있는데, 제출 후 24시간이 지나야 표결을 실시한다. 이때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하면 필리버스터가 종결되고, 의장은 해당 법안을 즉시 표결에 붙여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4개 법안 각각에 대해 이뤄지게 된다. 목요일인 다음달 9일 본회의가 시작하면 주말을 거쳐 같은 달 13일에야 모든 절차가 끝난다. 현재 재적의원은 총 298명으로, 필리버스터 종결에 필요한 의원 수는 최소 179명이다. 민주당(168석), 정의당(6석), 기본소득당·진보당(각 1석)에 구속된 윤관석 의원을 제외한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6명)을 합하면 182석이어서 법안 통과가 유력하다.
국민의힘은 앞서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권한쟁의심판 결정이 오는 26일 나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에서 적법하게 심사 중인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한 것은 법사위원의 법안 심사권 침해라는 입장이다. 다만 헌재가 그간 입법부 결정에 가급적 관여하지 않으려 해왔다는 점에서 여당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법안이 통과되면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에 이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이후 “국민이 늘 무조건 옳다”며 한껏 자세를 낮춘 윤 대통령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과 노동계 반발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후폭풍을 우려해 여당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 여야가 극적인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남아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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