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덕에 웃는 日기업들 올 18조원 추가이익 예상

車·기계 등 주력기업 20곳
영업이익 20%가량 뛸 듯

최근 '1달러=150엔' 수준으로 엔저가 계속되면서 일본 주요 기업 실적이 올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연말연시 사업 계획을 세울 때 '1달러=130엔'으로 예상한 곳이 많아 추가 환차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자동차·전기·중공업·기계 등 일본 주력 기업 20곳의 2023년도(2023년 4월~2024년 3월)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은 엔저로 2조엔(약 18조원)의 추가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이들 기업의 2023년도 연결 영업이익이 20%가량 늘어난다는 의미다.

혜택이 가장 큰 분야는 대표 수출 업종인 자동차다. 도요타를 포함한 7곳의 영업이익 증가분이 1조6000억엔으로 전망됐다. 도요타는 달러당 1엔 하락할 때 영업이익이 450억엔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로당 1엔 떨어질 때는 영업이익이 60억엔 증가한다.

도요타는 2023년도 환율을 '1달러=125엔' '1유로=135엔'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현재 환율이 유지되면 늘어나는 영업이익이 8900억엔에 달한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미쓰비시중공업·가와사키중공업 등 기계 업종과 히타치제작소·미쓰비시전기 등 해외 매출액이 많은 기업도 엔저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소니에는 유로화 대비 엔화 약세가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게임·반도체·가전 등 3개 사업에서 유로당 1엔의 엔화 약세가 80억엔의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유럽 사업이 많은 캐논·리코 등도 환율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일본 상장기업 중 60%가량이 '1달러=130~134엔'을 예상했다. '1달러=125~129엔'을 전망한 기업도 10%에 이른다.

반면 수입 기업은 최근 엔화 약세가 반갑지 않다. 상품 중 90%를 수입하는 가구업체 니토리홀딩스는 달러당 1엔의 엔저가 진행될 때 연간 20억엔가량 손실을 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소비자가격에 전가하면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회사 측은 가격 인상에 신중하다.

닛케이는 엔화 약세로 기업 이익이 늘면서 배당과 임금 인상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