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돌린 민심에 놀란 여야···"국회서 고성·피켓·야유 없애겠다"

전희윤 기자 2023. 10. 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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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회의장 분위기 개선 합의
'현역 물갈이론 우세' 여론조사에
여야 원내대표 "원색적 비난 중단"
국힘, 정당현수막 법개정도 촉구
민주, 내달 방송법 등 강행 의지에
"극단적 갈등 되풀이 될것" 우려도
野 '3자회담' 제안에 與는 부정적
홍익표(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달 4일 국회에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예방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내년 총선을 6개월도 채 남기지 않고 싸늘해진 민심에 놀란 여야가 모처럼 불필요한 정쟁을 자제하고 국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로 뜻을 모았다. 국회 회의장 내 피켓을 부착하거나 상대 당을 향해 고성을 지르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양당이 합의한 것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정치권 전반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신을 확인하자 여야 모두 극단적인 막말과 갈등 행위를 멈추고 민심 달래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전날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나 국회 회의장 분위기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면서 회의장에서의 피켓 소지 및 부착 행위, 고성이나 야유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한 합의 내용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국민께 국회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여야가 지나치게 정쟁에 매몰됐다는 모습을 보이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이런 노력을 앞으로 지속해 함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홍 원내대표도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여야가 입장이 바뀔 때마다 손피켓을 들고 들어가고 회의가 파행되는 것이 반복됐다”며 “대통령 시정연설, 여야 교섭단체 대표연설 시에는 자리에 앉아 있는 의원들이 별도의 발언, 말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우리가 일종의 신사협정을 제안했고 여야가 이에 대해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양당 대표·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야 의원들은 상대를 향해 고성과 야유를 되풀이하며 원활한 연설을 방해한 바 있다. 최근 일부 상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피케팅을 벌이고 여당 의원들이 이에 항의하면서 회의가 파행되기도 했다. 여야 원내대표의 이날 발표는 이 같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정상적인 국정운영에 힘을 모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달 11일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하며 냉혹한 민심을 확인한 국민의힘은 정쟁 현수막 철거에 앞장서는 등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적극 나섰다. 이만희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수막 철거를 결정한 사실을 언급하며 정당 현수막의 무분별한 설치를 제한하기 위한 법 개정에 대한 협조를 민주당에 촉구했다. 이 사무총장은 “현재 민주당 주도로 만들어진 옥외광고물법은 정당 현수막에 허가·신고·금지·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해 현수막 설치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등 돌린 민심을 회복하는 일은 여야 모두에 가장 절박한 과제가 됐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깊은 불신은 이미 여론조사를 통해 속속들이 확인되고 있다. 앞서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이달 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차 정례 여론조사에서 응답자가 속해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재선 지지 여부를 물어본 결과 51.6%가 반대했고 찬성은 26.9%에 그쳤다. 특히 민주당 강세 지역인 광주·전라에서는 현역 의원 재선 지지 비율이 19%, 국민의힘 기반 지역인 대구·경북에서는 24.1%에 그치는 등 여야 텃밭 지역에서조차 지지세력이 크게 약화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다만 현재의 여소야대 지형에서 의석수를 등에 업은 야당이 입법을 강행하고 여당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극단적인 갈등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은 다음 달 9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통과를 재추진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양당 원내대표에게 별도의 합의안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두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더 미룰 수 없다고 전달한 상태다. 이에 국민의힘은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도 불사하겠다고 예고했다.

민생을 논의하기 위한 양당 대표 간 회담도 첫발부터 꼬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전날 당무 복귀 일성으로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담’을 제안했지만 여당은 부정적 답변을 내놓았다. 그동안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양자 영수회담, 국민의힘은 여야 대표 회담을 주장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이에 이 대표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까지 포함한 3자 회담을 제안했지만 이와 동시에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김 대표를 가리켜 ‘바지 사장’이라고 비하하며 평가절하하는 등 실제로 회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편 한국갤럽 여론조사의 오차 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이며 휴대폰 가상 번호 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0.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알 수 있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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