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침체" 월가 거물 경고에 … 주식보다 요동친 美국채

윤원섭 특파원(yws@mk.co.kr) 2023. 10. 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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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전망 엇갈리자 … 美10년물 금리, 5% 뚫었다 급락

경기 전망이 크게 엇갈리면서 미국 채권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지난 19일(현지시간)에 이어 23일에도 '마의 5%' 벽을 뚫었다가 0.2%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월가 거물들이 잇달아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자 시장이 바로 반응했다. 월가에서는 국채 금리가 이미 고점을 찍었다는 의견과 다시 올라 6%대를 볼 수 있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극심해지는 국채 금리 변동성과 엇갈리는 내년 미국 경기 전망이 맞물리는 양상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오전 6시께 5.02%를 기록하며 나흘 만에 다시 5%를 넘었다. 지난 19일 국채 금리의 장중 5% 돌파는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23일 국채 금리는 5%를 찍은 직후 하락하기 시작해 4.81%까지 떨어졌다.

국채 금리 급락의 불씨를 댕긴 것은 '리틀 버핏'으로 불리는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이었다. 애크먼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직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채권 공매도를 청산했다"고 밝혔다. 앞서 장기국채 금리 상승을 예상하고 공매도 포지션을 밝힌 그가 입장을 바꾸자 시장은 바로 반응했다.

애크먼 회장은 "최근 경제지표가 보여주는 것보다 경제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며 공매도 청산의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 생산, 고용 등 지표가 전문가들 예상을 크게 웃돌며 호조를 보였지만 실물경제 상황은 오히려 식고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비롯한 지정학적 위험이 리스크를 키우고 있는 점도 중요하게 봤다.

월가에서 '채권왕'으로 불리는 전설적 투자자 빌 그로스 역시 이날 엑스에 글을 올려 "4분기 경기 침체를 예상한다"고 비관론을 폈다. 그는 "미국 지방은행 대학살과 자동차 대출 부실 증가는 미국 경제의 '심각한 둔화'를 암시한다"면서 "4분기에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지난달 60일 이상 연체된 비우량 자동차 대출 비율이 6.1%를 기록했다. 이는 1994년 데이터 집계 이래 최고치다.

지난 3월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비롯한 지방은행 여진과 리스크도 여전하다고 그로스는 설명했다. 그는 또 "더 높은 금리를 더 오래(higher for longer)는 어제의 주문(mantra)에 불과하다"면서 "미국채 2년물과 10년물 간 금리 역전은 연말 전에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기물이 단기물보다 금리가 더 높게 거래되는 이른바 '기간 프리미엄' 조건이 충족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로스는 현재 수준에서 장기물 금리 인상보다는 '단기물 금리 인하'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침체가 4분기에 찾아오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결국 피벗(통화정책 방향의 전환)을 해서 금리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경기 호조를 점치는 낙관론도 만만찮다. 최근 소비, 생산, 고용 등 경제지표 호조에 각 기관들은 잇달아 성장률을 상향 조정했다. 이른바 '골딜록스'(물가 상승 없는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26일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발표를 앞두고 지난주 전망치를 3.7%에서 4%로 올렸다.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의 GDP나우도 3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를 5.1%에서 5.4%로 올렸다.

블룸버그가 진행한 이코노미스트 대상 설문조사에서 3분기 성장률 전망 중간값은 4.3%였다. 올 1분기(2.2%)와 2분기(2.1%) 성장률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다. 고금리와 우크라이나 전쟁, 학자금 대출 상환에도 시장이 성장률 전망을 끌어올린 것은 그만큼 미국 경제지표가 견조하게 나왔기 때문이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이날 뉴욕타임스에 실은 기고에서 "현재 미국의 강력한 고용시장은 사람들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복귀시키는 장기적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미국 경제의 회복력을 강조했다.

한편 경기 논란이 지속되면서 당분간 국채 금리 변동성은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이 엇갈리는 데다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어서 시장이 더 즉각적이고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장기 국채 변동폭은 약 18년 만에 처음으로 주식시장 변동성을 넘어섰다.

마이크 슈매커 웰스파고 거시 전략 책임가는 "현재의 높은 금리 변동성이 적어도 내년 중반까지는 유지될 것이고 중동 사태에 따라 더 오래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재랑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장은 "미국 경기를 두고 연착륙·경착륙 논쟁이 이제 다시 시작됐다"면서 "4분기 시작인 10월 지표의 결과가 나오면 국채 금리의 향방도 어느 정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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