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중동에 교두보…글로벌 사업 탄력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2023. 10. 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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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디지털트윈' 수주
채선주 대외대표 핵심역할
메신저·웹툰·커머스 벗어나
IT 기술로 해외진출 의미
美·유럽·동남아 13개국 거점
"해외매출 비중 20% 목표"
'하이퍼클로바X' 수출 주목
올해 3월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정책 대표(왼쪽)가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 청사에서 현지 관계자들과 만나 디지털 전환 사업에 협력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에 서명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 23일 네이버는 사우디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네이버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추진하는 '디지털 트윈'(현실세계를 가상의 디지털 공간에 그대로 구현한 인터랙티브 3차원 모델)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해외 사업이 한층 탄력받게 됐다.

네이버는 지난해 출범한 그룹 공동 협의체 '팀 네이버'를 주축으로 미래 먹거리인 클라우드·인공지능(AI) 등 정보기술(IT) 플랫폼 사업을 앞세워 해외 진출을 확대해 간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에 따라 사우디에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24일 팀 네이버는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가 리야드, 메디나, 제다, 담맘, 메카 등 사우디 내 주요 도시 5개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사업 규모는 총 1억달러(약 1370억원)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정책 대표는 지난 23일 현지에서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와 이 같은 내용의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네이버는 자사의 초거대 AI, 클라우드 컴퓨팅, 로봇 기술 등을 집약해 5년간 클라우드 기반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운영할 예정이다. 국내 기업이 중동 지역에 IT 플랫폼을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디 정부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도시 계획, 모니터링, 홍수 예측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그 밖에 공공과 민간 분야에서도 디지털 트윈 지도 기반의 자율주행 모빌리티, 실감형 콘텐츠 등 다양한 서비스가 연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업 수주를 계기로 네이버 역시 중동 지역에 처음 진출하게 됐다. 네이버는 사우디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중동 지역에 클라우드 리전(region·데이터센터 공급망)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네이버는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투자부와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환 사업에 협력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채 대표는 지난해 11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원팀코리아' 사우디 수주지원단 일원으로 사우디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사우디 정부와 쉴 틈 없이 교류해 이번 사업 수주를 이끌어냈다. 그는 "건설 플랜트 수출로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진 선배의 노고와 땀의 가치를 깊이 새기고 있다"며 "탄탄한 IT 경쟁력을 바탕으로 제2의 중동 수출 붐을 이끌어 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네이버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IT 스타트업이 중동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현재 일본, 미국, 프랑스, 베트남, 캐나다, 홍콩, 중국, 독일, 인도 등 9개국에 현지 법인을 뒀다. 현지 사무소와 연구소, 클라우드 리전 등을 운영하는 국가를 포함하면 13개국(사우디 제외)에 진출해 있다.

네이버는 북미 왓패드, 유럽 AI 연구소, 중고거래 고객 간 거래(C2C) 플랫폼사인 미국 포시마크와 일본 소다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해외 사업 생태계를 확장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팀 네이버를 필두로 클라우드·AI 등 IT 플랫폼 사업에 힘을 실어왔다.

지난해 4월 취임 당시 차세대 해외 사업으로 '글로벌 3.0'을 강조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팀 네이버는 새로운 글로벌 사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5년 내 사용자 10억명과 매출 15조원을 달성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지난해 기준 8.1%(외국 국적 고객 기준·라인 제외)인 해외 매출 비중을 향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또 네이버는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진출을 가속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클라우드 기반 스마트시티 기술을 중동 지역으로 수출한 것이 생성형 AI 기반의 대규모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비롯해 '소버린AI' '소버린클라우드' 등으로 확대되면 네이버의 클라우드 사업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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