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지분 노린' 강남재건축 상가 인기
강남 아파트 마련 수요 몰려
도곡우성 3.3㎡당 4억대 1위
매입후 2년간 실제 영업 조건
규제 이어져도 투자 '기웃'
"임차는 싸지만 매입은 비싸죠. 아무래도 재건축 지역이라 상가의 인기는 당분간 고공 행진할 겁니다."
24일 찾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아파트 상가. 인근 공인중개사는 지하 1층~지상 3층짜리 미성상가에는 임대 물건뿐 아니라 매도 물건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1층 매물은 없지만 지하 1층이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다. 지하 1층 18평짜리 매물은 22억원, 같은 층 20평짜리는 25억원에 나왔다. 3층 15평짜리 상가도 22억원이다. 준공 40년이 넘은 아파트 안에 자리한 상가는 점포당 면적이 꽤 넓어 점포가 빽빽이 들어찬 일반 아파트 상가와는 사뭇 달랐다.
미성아파트를 비롯해 인근 현대·한양아파트도 재건축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특히 아파트와 단지 내 상가를 통합 개발하는 곳에서 상가를 통한 재건축 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지난 9·26 대책으로 향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을 개정해 상가도 권리산정일을 넘기면 '지분 쪼개기'를 통한 분양권 취득을 못하게 막을 방침이어서 규제가 실행되기 전 재건축 추진 단지 내 상가에 투자 수요가 몰리는 분위기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올해 서울지역 아파트 단지 내 상가 매매 거래를 분석한 결과 3.3㎡(1평)당 매매가격 상위 10위는 모두 서울 강남구에 속했다.
단위면적당 가장 비싸게 매매가 이뤄진 단지 내 상가는 서울 강남구 도곡우성상가로 올 8월 지하 1층 5.09㎡가 7억5000만원(3.3㎡당 4억8625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여름에 매매 계약이 체결된 후 지금은 매물이 하나도 나와 있지 않다"며 "아무래도 아파트보다 적은 금액으로 재건축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보니 매수 대기자만 5~6명이 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올해 서울지역에서 3.3㎡당 매매가격 4위가 미성상가다. 올해 5월 10.97㎡(약 3.4평)짜리 점포가 14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3.3㎡당 4억2716만원을 기록했다. 서울지역 3.3㎡당 거래가 1~10위 상가 중 점포당 거래가격으로 이곳이 유일하게 10억원을 넘겼다.
단위면적당 매매가가 높은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대부분 30년 이상 된 노후 단지라는 점이 공통적이다. 재건축 아파트 투자 수요가 유입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상가는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매입하는 사례가 많지만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아파트 재건축과 연계된 매수가 많다.
재건축을 노리고 단지 내 상가를 매입해도 일정 기간 영업해야 하는 조건 등은 숙지해야 한다. 미성상가 인근 공인중개사는 "매입하더라도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이어서 쪼개기식 투자를 할 수 없고 매수 후 2년간 영업을 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성아파트는 올해 3월부터 3년간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지정됐다. 이는 상가 지분 쪼개기를 막기 위한 조치로 도시재개발사업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지정된다. 해당 지역으로 지정되면 3년간 신축 허가가 제한되고 비주거용 건축물을 주택으로 용도를 변경하거나 토지 소유자를 증가시키는 행위도 금지된다.
최근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10월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신규 지정된 곳은 총 30곳이다. 3월 강남구에서 7곳이 지정된 데 이어 7월 양천구 13곳, 10월 송파구와 서초구에서 각각 8곳, 2곳이 선정됐다.
하지만 노후 단지 내 상가에는 도정법 개정이 본격화하기 전 수요가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일정 기간 임대 조건이 있더라도 재건축 추진 기간 중 임대수익을 내고 이후 아파트를 분양 받을 목적으로 단지 내 상가를 매입하려는 수요는 충분히 있다"고 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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