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필승조가 되고 싶습니다", 롯데 좌투수의 뉴페이스 정현수[부산야구실록]

박세종 기자 2023. 10. 2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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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필승조가 되는 것이 목표
이기는 경기를 책임지고파
최강야구 선배들로부터 많이 배워


‘16승 12패 15홀드 평균자책점 3.98’.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좌완투수 최종 성적표다. 대단한 성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심각하게 나쁜 성적도 아니다. 하지만 좌완 불펜으로 그 범위를 한정하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3승 1패 15홀드를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이 6.11에 달할 만큼 세부 내용은 좋지 않다. 시즌 초반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기대감을 높였던 김진욱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제구 문제로 인해 갈수록 좋지 못한 성적을 남겼다. 신인 이태연, 장세진에게는 아직 1군 무대의 벽이 높아 보였다.

2024 시즌 롯데 자이언츠에 합류하는 좌완투수 정현수. 박세종PD


그나마 kt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팀에 합류한 심재민의 활약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롯데 소속으로 뛰는 동안 심재민은 33경기에 출장(선발 6경기) 3승 1패 6홀드 평균자책점 2.96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믿음직한 좌완투수 한 명으로만 시즌을 꾸려갈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정현수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은 클 수 밖에 없다. 팀 내 부족한 좌완투수에 힘을 실어줄 유력 후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졸 지명자, 특히 상위 라운드 지명자의 경우 즉시전력감을 감안하고 지명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정현수는 향후 팀 내에서 어떤 보직을 맡고 싶을까.

[부산야구실록]

‘대부분의 선수들은 팀에서 원하는 보직을 맡겠다’고 답변을 합니다. 해당 답변은 금지하겠습니다.(웃음) 정현수 선수는 향후 본인이 한 획을 그어보고 싶은 보직이 있나요?

[정현수 선수]

저는 불펜에서 던져보고 싶습니다.

[부산야구실록]

이유가 있나요? 보통 투수들은 선발투수를 원하는 경우가 많던데요.

[정현수 선수]

사실 저는 피지컬이 엄청 좋은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중간 계투로 나가게 되면 보통 1이닝 정도씩 짧게 던지잖아요. 저는 마운드에 등판을 하게 되면 완벽하게 막아내고 싶은 생각이 많아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중간 계투 선수가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부산야구실록]

좌완투수가 부족한 팀 사정상 빠르게 1군에 올라올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대졸 선수 특성상 즉시전력감인 경우도 많고요. 내년 시즌 목표가 있나요.

[정현수 선수]

우선 부상을 안 당하는 게 최우선의 목표입니다. 1군을 올라가기 위해서는 노력을 엄청 많이 해야할 것 같아요. 만약 1군에 올라가게 된다면 팀의 필승조가 되고 싶습니다. 많은 보직이 있지만 저는 팀이 이기는 경기를 하는 게 제일 좋아요. 팀 승리를 책임질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요.

[부산야구실록]

필승조가 되기 위해서는 좌타자, 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승부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정현수 선수]

대학리그에서는 좌타자, 우타자 가리지 않고 다 이겨냈습니다. 자신 있습니다.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필승조는 최준용, 김상수, 구승민, 김원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우완투수 일색이지만 좋지 못한 팀 사정에도 불구하고 묵묵하게 상대 타자들을 막아왔던 선수들이다, 이들 사이에 좌투수가 고정적으로 들어간다면 투수 운용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투수 보직은 결국 팀의 감독이 정하겠지만 좌완투수가 추가된 롯데의 필승조, 팬들의 입장에서는 상상만해도 즐거울 수밖에 없다.

늘 변함없이 사직구장을 가득 채워주는 롯데 자이언츠의 팬들. 국제신문DB


[부산야구실록]

지난 5일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된 루키데이 당시, 응원단상에서 춤을 췄던 걸로 기억합니다.(웃음) 평소 정현수 선수에게서 보이던 차분한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이라 재미를 선물해줬는데요. 당시 어떻게 춤을 추게 됐나요.

[정현수 선수]

제가 최강야구에서 첫 인사를 드릴 때, 그 춤을 췄었거든요. 루키데이 당시 자이언츠TV PD님께서 저한테 최강야구에서 춤을 췄는데 여기서도 춰야 되지 않겠냐고 말씀하셨어요.(웃음) 롯데 팬분들에게 보여드리기 위해 거절하지 않고 단상에서 춤을 췄습니다.

[부산야구실록]

그런 부분에 대해 거리낌이 없으신가요.(웃음)

[정현수 선수]

팬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롯데 자이언츠 팀 인기가 엄청 많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팬분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한 번 도전해봤습니다.

[부산야구실록]

롯데 자이언츠에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요.

[정현수 선수]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완벽하게 막아내는 투수’가 되고 싶어요. 물론 잘 안될 때도 있겠지만 마운드에서 자신있게 던져 팀의 승리를 지킬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정현수’라는 이름은 이미 올해 초부터 야구팬들 사이에 유명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JTBC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에 출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현수는 최강 몬스터즈의 일원으로서 KBO리그에 한 획을 그었던 대선배들과 함께 야구를 하고 있다. 프로를 준비하고 있는 아마추어 선수의 입장에선 이보다 더 확실한 배움의 터는 없을 것이다.

[부산야구실록]

최강야구에서 함께 활약 중인 KBO리그 선배들이 ‘정현수 선수는 야구만 열심히 하는 성실한 선수다’라고 평을 많이 하더라고요. 이런 평에 대해 선수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정현수 선수]

선배님들께서 그렇게 생각해 주실 줄 몰랐습니다. 일단 저는 항상 예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선배님들에게 인사를 드렸어도 한 번 더 드리는 경우가 있어요. ‘인사만 잘해도 반은 간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어릴 때부터 그런 기본적인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야구도 야구지만, 말과 행동 하나하나 조심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을 하며 촬영에 임했던 것 같아요. 선배님들께서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부산야구실록]

최강야구에서 함께 뛰고 있는 유희관, 장원삼, 오주원 선수 모두 KBO리그에서 대단한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입니다. 함께 뛰며 많은 부분들을 배웠을 것 같은데요.

[정현수 선수]

선배님들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다 달랐어요. 유희관 선배님께서는 제구력에 대한 부분을, 장원삼 선배님은 슬라이더와 같은 변화구 구종을, 오주원 선배님께서는 마운드에서의 마음가짐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조언 하나하나 다 다르고 또 중요하다 보니 저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그런 것들이 하나씩 쌓이다 보니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 미래를 꿈꿔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요.

[부산야구실록]

최강야구의 단장이자 담당PD님께서 롯데 자이언츠의 ‘찐팬’으로 유명하시잖아요. 단장님이 좋아하는 구단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해주셨던 말씀은 없었나요.(웃음)

[정현수 선수]

축하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리고 가서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저 역시 항상 잘 할 수 있다는 마인드로 야구를 하려고 당시 마음을 먹었습니다.

최강야구에서 정현수 선수와 인연을 맺었던 김성근 감독. 국제신문DB


[부산야구실록]

김성근 감독님은 따로 말씀이 없었나요.

[정현수 선수]

감독님께 ‘롯데에 지명됐습니다’라고 말씀드리니 축하한다고 말씀해 주시면서 ‘앞으로가 중요하니 지금까지 열심히 했던 것들을 프로에 가서도 루틴을 만들어 꾸준하게 실천해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도 감독님께 ‘앞으로 잘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정현수는 최강야구를 통해 실제 관중이 들어오는 경기를 다수 경험했다. 아마추어 경기에도 관중이 더러 들어오는 경우가 있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다. 그에 비해 최강야구의 직관 경기는 고척스카이돔을 꽉 채울 만큼 수많은 관중이 들어온다. 수많은 관중이 들어선 경기장에서 실제 경기를 뛰어보는 건 아마추어 선수에게 흔치 않은 기회다.

지난 루키데이 행사 때 팬들과 인사를 한 롯데 자이언츠 신인들.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부산야구실록]

최강야구를 통해 관중이 들어오는 직관 경기를 경험했습니다. 심지어 전석 매진이 된 경기였고요. 사실 아마추어 선수로서는 그런 기회를 얻기가 많이 힘들잖아요. 롯데 자이언츠는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관중석을 채워주는 열정적인 팬들을 보유한 구단입니다. 최강야구에서의 직관 경기 경험들이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나요.

[정현수 선수]

첫 직관 경기에 등판했을 당시 긴장을 너무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무대를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그런 기회가 나에게 올까’ 싶었거든요. 하지만 경험이 쌓이다 보니 점점 익숙해져갔고 그 덕분에 제 공을 던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아마 앞으로 제가 야구를 하는 데에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부산야구실록]

그래도 다른 신인 선수들에 비해서는 조금은 익숙한 느낌으로 마운드에 등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현수 선수]

익숙하다기보다는 한 번 해봤다라는 생각은 가질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런데 막상 또 마운드에 올라가게 되면 이번에는 ‘롯데 자이언츠 선수’로서 올라가는 거기 때문에 또 다른 긴장감이 다가올 것 같아요. 그래도 그걸 이겨내야 하기 때문에 등판 전 마인드컨트롤을 열심히 할 것 같습니다.

[부산야구실록]

마지막으로 많은 기대를 해주고 계신 팬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정현수 선수]

아직 많이 부족하고 또 배울 것도 많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운동하고 또 준비해서 내년에 꼭 잘하는 선수로 기억하실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잘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시작으로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국체전을 끝으로 대학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정현수는 이제 롯데 자이언츠의 일원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에 지명을 받고 난 후, 롯데 출신 대선배인 이대호, 송승준이 강조했다던 ‘이제 시작’이라는 말은 정현수의 마음 속에 이미 깊이 새겨져 있었다. 인터뷰 내내 정현수의 답변에는 ‘노력’이라는 단어가 빠짐없이 언급될 만큼 각오가 단단했기 때문이다. 정현수가 1군 무대에서 무사히 자리를 잡게 된다면 롯데 자이언츠는 2024시즌 투수진 운용에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올 시즌 유달리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보였던 것처럼 2024시즌은 정현수가 그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부산야구실록 출장인터뷰는 다음 주 휘문고 좌완투수 박성준과 내야수 안우진의 인터뷰로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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