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실업 아닌 ‘고용 증가’ 나타난 네 가지 이유

강유빈 2023. 10. 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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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없는 성장(Jobless recovery)'은 옛말이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 과정에서 고용률이 오르고, 실업률은 떨어지는 '고용 호조 성장(Job-rich recovery)'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이 24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팬데믹과 고용 호조 성장'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네 차례 경기 회복기에 고용률은 3년간 0.5%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이번 팬데믹 이후에는 3.2%포인트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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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고용, 근로시간 단축 등 영향
"고용 재조정 없어 생산성은 하락"
20일 서울 성동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2023년 취업 성공을 위한 채용박람회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고용 없는 성장(Jobless recovery)’은 옛말이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 과정에서 고용률이 오르고, 실업률은 떨어지는 ‘고용 호조 성장(Job-rich recovery)’이 나타나고 있다. 근로자의 선호와 근무 여건, 산업 구조 등이 빠르게 바뀐 결과다.

한국은행 조사국이 24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팬데믹과 고용 호조 성장’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네 차례 경기 회복기에 고용률은 3년간 0.5%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이번 팬데믹 이후에는 3.2%포인트 뛰었다. 실업률 역시 팬데믹 이후 1.5%포인트 하락했다. 최근의 고금리와 부진한 성장세 속에서도 노동시장은 강한 회복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원인은 크게 네 가지다. 먼저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았던 ①대면 서비스업이 거리두기 해제 이후 빠르게 살아나면서 노동시장 회복을 견인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대면 서비스업은 한 달 안에 일자리가 채워질 확률, 즉 매칭 성공률이 높은 업종으로 분류된다. 학력이나 기술 요건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고, 구직자가 최소한으로 받고자 하는 임금(유보임금) 수준도 높지 않아서다.

근로시간 감소도 일자리를 늘리는 데 기여했다. 경기가 나빠 일을 못 하는 비자발적 요인보다 근로자의 선호가 변하면서 근로시간이 짧아졌다는 분석이다. 건강과 ‘워라밸’을 챙기기 시작한 것. 실제 자발적 단시간 근로자는 2018년 141만 명에서 지난해 205만 명으로 크게 늘었고, 상용직 근로자의 초과 근로시간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 고용 증가도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재택근무, 시차 출퇴근제 등이 확산하면서 육아 부담이 있는 기혼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고, 부부 맞돌봄 문화도 확산했다. 이에 여성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은 팬데믹 이전 대비 1.7%포인트, 1.3%포인트씩 상승했고, 자녀가 있는 여성의 고용률 상승이 더 크게 나타났다. 이런 추세가 10년간 이어져 성별 경제활동참가율 격차가 미국 정도로 줄면, 노동 공급이 연평균 152만 명(2023~2052년) 늘어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인력난을 겪는 기업은 기존 취업자 고용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고용 비축' 움직임이다. 취업자의 고용 상태 이탈이 줄면서 결과적으로 고용률 상승과 실업률 하락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여성의 노동 공급 기반 확대로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우려를 덜었다는 점에서 고용 호조 성장을 긍정적으로 봤다. 다만 고용 재조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해 우려했다. 일반적으로 경기침체기엔 한계기업이 정리되고, 저생산성 기업에서 고생산성 기업으로 고용이 이동하면서 생산성이 증대된다. 하지만 이번엔 이런 과정이 부족해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산업 간 고용 재조정이 활발하지 못했던 점은 앞으로 노동생산성 향상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앞으로도 팬데믹이 초래한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양적 지표 외 다양한 미시적 정보를 활용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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